미국 중간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요즘 미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은 중간선거에서 어느 당에 유리하게 작용할까를 기준으로 재해석된다. 어떤 사안 때문에 민주당 지지자들이 들고일어날지, 공화당 지지자들이 결집하게 될지는 해석하기 나름이다. 투표함이 결과를 말해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지원 유세를 위해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0월 22일 텍사스 휴스턴 유세를 가면서 도착하기 직전 기내에서 내려다본, 유세장에 모여든 인파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유세장 안팎에 엄청난 사람들이 모여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에 감동한 듯했다.

4년마다 치르는 미국 대선 사이에 치러지는 중간선거는 흔히 집권당에 대한 심판이라고 한다. 대개는 여당이 진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유권자들이 ‘균형과 견제 본능’을 발휘해 야당에 힘을 실어준다는 분석도 있고, 이미 대선 승리를 맛봐 굳이 투표하러 갈 의욕을 느끼지 않는 여당 지지자들의 투표율이 낮아서라고도 한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도 지원유세를 열심히 했다. 중간선거에서 여당 패배가 당연한 것처럼 여겨져도 모든 대통령이 자신만은 ‘예외’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트럼프는 그 열망이 이전 대통령에 비해 훨씬 더 강렬하다고 한다. 그래서 백악관을 거의 비워놓다시피 하고 유세장을 도는 것이다.

지금 미국 정치는 민주·공화의 대결이라기보다는 트럼프 대 반(反)트럼프의 대결구도처럼 보인다. 모든 정치적 담론의 중심에 트럼프가 있다. 트럼프가 모든 일의 중심이란 얘기다. 세상 모든 화제의 중심이 되기를 원하는 트럼프가 원하는 세상이다.

반트럼프 세력과 맞서 싸우려면 트럼프가 나서는 게 최고다. 트럼프는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쏟아놓으면서 유세장을 흔들고 있다. 심지어는 2016년 대선을 앞둔 공화당 경선에서 2위로 치고 올라와 트럼프를 위협했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지원유세에까지 나섰다. 미국 정치의 아웃사이더였던 트럼프가 정치에 뛰어들자마자 단번에 대통령이 되어 당을 장악하고 난 후 정적에게 그 위력을 확인시키는 것이다.

선거 전망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것이므로 그저 지금 이 시점의 스냅사진 같은 것이다. 그런 한계를 인정하고 최근 조사 결과를 크게 종합해보면, 상원은 공화당 우위를 유지하고 하원은 민주당이 이기거나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당 모두 상대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할 가능성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우려한다.

만일 공화당이 상·하원을 다 장악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선 트럼프 입장에서 보면 한 번 더 기존의 상식을 깨는 기쁨을 맛보게 될 것이다. 오바마도 못 하고, 빌 클린턴도 못 했고, 레이건도 못 했다는 중간선거 승리를 하는 것이 된다. 그렇게 된다면 트럼프의 질주는 정말 제어하기 어렵게 된다.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공화당 승리는 이민자와 소수자의 삶이 더 각박해지고, 러시아 스캔들 조사가 흐지부지되고, 무역전쟁은 격화되고, 동맹과의 관계도 악화되는 세상이다. 공화당 입장에서 보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세금은 줄고 군사력은 더 강해지는 나라가 된다는 뜻일 수도 있다. 선거는 언제나 치열하지만 이번 미국 중간선거가 더욱 각박하게 느껴지는 건 미국 정치가 그만큼 양극화됐다는 뜻일 것이다.

강인선 조선일보 워싱턴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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