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타 매체들로부터 몇 차례 취재를 당했습니다. 몇몇 기자들이 전화를 걸어와 다짜고짜 “라미 말렉 인터뷰 사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더군요.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10월 29일자 주간조선 ‘할리우드 통신’에 실린 라미 말렉 인터뷰 기사가 인터넷에서 난리가 나 있었습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주연인 라미 말렉이 들고 찍은 주간조선 표지가 ‘나는 왜 文 정부에 등을 돌렸나’라는 제목이었는데, 이 표지를 들려 사진을 찍은 것에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고 공격들을 하더군요. 한창 주가가 오른 할리우드 배우를 이용해 정권을 공격했다는 일종의 음모론이죠.

실소부터 나왔습니다. 저는 이번에야 라미 말렉이 들고 있는 표지가 뭔지를 알았습니다. 제가 그 표지를 골라준 건 아니지만 그 표지를 인터뷰장에 들고 나갔을 필자도 신경을 안 쓰기는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LA에서 글을 보내오는 필자 박흥진씨는 한국에서 벌어진 소동을 전해 듣고는 “아무 의도도 없으니 잘 설명해달라”고 점잖게 당부하더군요.

‘할리우드 통신’은 2016년부터 연재 중인 스타들과의 인터뷰 기사입니다.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회원인 박흥진씨가 벌써 3년째 글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약 60명 정도가 소속된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는 꽤 힘이 센 단체라고 들었습니다. 할리우드 스타들, 특히 자신이 출연한 신작 개봉을 앞둔 스타들은 외신기자협회와의 인터뷰를 중시한다고 합니다.

스타들에게 주간조선 표지를 들려 사진을 찍자는 건 필자의 아이디어였습니다. 인터뷰가 어떤 매체에 실리는지를 알려주면서 나름 독특한 세리머니를 한 셈인데 ‘인증 샷’ 정도로 시작한 이 사진이 진즉부터 화제를 낳았습니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제목의 한국 잡지를 들고 등장하니 그 부조합이 흥미를 일으킨 것입니다. 이번 라미 말렉 논란도 이 코너를 즐겨 올리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 사이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는 박흥진씨에게 한 달에 한 번씩 국제우편으로 주간조선을 보내는데 아무 호나 골라 들고 인터뷰장으로 향한다고 합니다.

라미 말렉 논란을 계기로 30명 이상 등장한 스타들이 도대체 무슨 표지를 들고 사진을 찍었는지 훑어봤더니 역시 괴상한 조합이고 흥미진진합니다. 레이디 가가도 색안경을 끼고 보면 수상해 보입니다. ‘대통령의 낙하산 친구들’을 들었으니까요. 전설적인 여배우 지나 롤로브리지다는 시진핑을 건드렸습니다. 그의 손에는 ‘중국에 대한 3가지 착각’이 들려 있더군요. 휴 잭맨은 김정은이 싫었나 봅니다. ‘핵 인질로 산다는 것’이란 표지를 들었으니까요. 아마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했을 사진은 가수 겸 배우 셰어의 사진이었을 겁니다. 그는 표지가 안 보이도록 주간조선 지면 한가운데를 펼쳐 들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지금 말씀드리는 거지만 여기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셰어에게 갖고 간 주간조선 표지에 트럼프가 등장하는데, 트럼프의 얼굴과는 죽어도 사진을 찍지 못하겠다고 해서 지면 한가운데를 펼쳐 들고 사진을 찍었다고 합니다.

할리우드 스타들은 사실 정치적입니다. 그들 대부분이 반(反)트럼프라는 건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한국의 정치에 동원됐다는 시선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모든 걸 음모론으로 몰아가는 한국병(病)이 난데없이 주간조선 지면을 통해 도진 듯해 씁쓸합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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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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