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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0호] 2019.01.07

거인의 기억

정장열  편집장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직전 몸이 아주 작아져 있었습니다. 여자로서 작은 키가 아니었는데 어찌된 것이 어린 소녀처럼 자그마해져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작아진 몸만큼 정신도 쪼그라든 상태였습니다. 치매로 투병 중인 할머니를 뵈러 요양원을 찾을 때마다 할머니의 기억은 바람 빠지는 풍선처럼 자꾸 작아지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들과 손자를 잘 구별하지 못하시더니, 결국 다 기억에서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돌아가시기 직전 할머니의 기억은 어린 시절의 어느 한 시기를 맴돌았다고 생각합니다. 할머니의 눈을 들여다보면 어린 시절 뛰놀던 만주의 꽃동네를 더듬고 있는 듯했습니다.
   
   7년 전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린 것은 이번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관련 커버스토리 때문입니다. 저희가 취재한 바로는 김 전 회장 역시 알츠하이머 증세를 보이는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평생을 같이해온 측근들의 얼굴도 못 알아봤다는 증언들이, 한국의 현대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거인의 기억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치매가 얼마나 가족들을 힘들게 하는지는 겪어본 사람들만 압니다. 노인 10명 중 1명꼴로 치매를 앓는 시대이다 보니 치매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저희 가족도 할머니가 치매에 걸린 후 엄청난 갈등에 부딪혔습니다. 치매에 걸린 90대의 시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70대 며느리의 고통을 할머니의 손자 손녀들이 호소한 끝에야 할머니의 아들과 딸들이 할머니의 요양원행에 동의했습니다.
   
   최근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떠나보낸 제 친구는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던 아버지를 보고 온 뒤면 항상 술 친구가 돼달라고 청했습니다. 그리곤 그렇게 무섭고 권위가 넘치던 아버지가 아이같이 됐다면서 울먹였습니다. 그 친구의 아버지는 항상 배고픔을 호소했다고 합니다. 절제하지 못하고 먹을 것만 찾는 아버지가 다시 친구를 울렸습니다.
   
   치매는 점차 비밀이 벗겨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정복이 요원해 보입니다. 지난 2015년 65만명으로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10%에 육박한 국내 치매 환자는 2030년에는 120만명, 2050년에는 270만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처럼 환자가 급증한다면 우리 사회 전체에 악몽이 들이닥치는 격입니다.
   
   전문가들은 치매를 ‘마음속 지우개’라고 표현합니다. 종전에는 치매가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쌓여 일어난다고 생각했으나 최근에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 등 훨씬 복잡한 과정을 통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치매 정복을 위한 도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2017년까지 임상시험의 마지막 단계인 3상에 진입한 후보 치료제만 해도 30여종이나 된다고 합니다. 저희가 지난해 5월 커버스토리로 다뤘던 연세대 의대 장진우 교수에 따르면 그동안 치매 치료 연구는 뇌혈관연결막(BBB·Blood Brain Barrier) 앞에 가로막혀 있었다고 합니다. 뇌를 지키는 이 관문의 조직이 워낙 치밀하다 보니 치료 약물이 이 막을 통과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장 교수는 초음파를 이용해 이 막을 느슨하게 만들면 치매 치료에 전기가 열릴 수 있다며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치매 정복을 위한 전문가들의 도전에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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