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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피니언
[2542호] 2019.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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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메신저가 아니라 메시지를 봐라

언제까지 프레임 탓만…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해 최태원 SK 회장의 의견을 듣고 있다. photo 뉴시스
메신저와 메시지의 관계는 복잡하다. 특히 객관적 사실보다는 주관적 판단이 가미된 메시지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메시지를 공격하거나 비판하기 힘들 때 메시지를 비판하는 것보다 메신저를 공격하는 것은 아주 효과적이다.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보니 너는 참 나쁜 사람인 것 같다”고 하는 순간 말의 내용에 상관없이 메시지에 문제가 있다는 느낌이 강해진다. 예를 들어보자.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으니 일부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발언자가 강남에 살기 때문에 그런 소리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 순간 해당 발언은 무시된다. 하지만 강남 사는 사람들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의견을 표출할 권리가 있다.
   
   부동산시장이 지나치게 얼어붙으면 인테리어 업체도 힘들어지고 이삿짐센터나 가구업계도 어려워진다. 적절한 수준의 거래가 일어나면서 손바뀜이 활발해져야 관련 분야의 경기가 회복되고 부동산 가격은 유지되거나 아주 완만하게 상승하면서 주택담보대출 상환능력도 유지된다. 다양한 고려를 기반으로 부동산 정책의 완급조절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도 ‘강남 살아서 그렇다’고 메신저를 공격하면 해당 발언은 무시되고 메시지는 힘을 잃는다.
   
   
   ‘실패 프레임’이라는 억지
   
   새해 경제를 이야기하는데 이런 지적부터 해야 하는 이유는 지금 우리 경제를 둘러싸고 이러한 프레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경제 실패 프레임이 워낙 강력해 성과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라는 대통령의 발언이 그 예이다. 방송 토론에서 “경제 위기론은 보수 정당과 보수 언론, 대기업 등 보수 진영의 이념 동맹 결과물”이라고 주장하는 유시민 작가의 지적도 그렇다. 이런 비판은 메시지보다는 메신저를 비판함으로써 메시지를 무력화시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올해 경제에 대해 언급함에 있어서는 경제가 안 좋을 것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객관적 사실들이 이러한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국책연구원 KDI의 진단을 보자. 1월 경제동향에서 KDI는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부진이 이어지고 수출도 위축되는 등 경기둔화 추세가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KDI가 경기를 진단할 때 사용한 표현을 보자. 작년 10월은 ‘정체’, 11월은 ‘다소 둔화’, 12월은 ‘점진적 둔화’에서 올해 1월은 ‘경기둔화 추세’라는 표현이 동원되었다. ‘추세’라는 말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수출에 대해서는, 12월 ‘증가세가 완만해졌다’는 표현에서 올해 1월 ‘위축됐다’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반도체 쇼크로 수출이 역성장 흐름을 보이면서 부정적인 표현으로 대체된 것이다. 12월 수출(통관 기준)은 전년동기 대비 -1.2%를 기록하였다.(11월 4.1% 증가) 12월에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8.3%), 석유화학(-6.1%)이 특히 부진했다. 지역별로는 대중국 수출이 13.9% 줄어 전월(-2.7%)에 비해 감소폭이 크게 확대됐다. 내수는 소비 흐름이 미미하고 투자 마이너스가 더 확대되면서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KDI는 “소매판매액이 미미하게 증가한 가운데 소비자심리지수도 낮은 수준에 머무르면서 민간소비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좋은 분야는 이제 거의 없다.
   
   최저임금은 올해 다시 10.9% 인상되었다. 주휴수당도 정확하게 주어야 한다. 일은 174시간 하는데 35시간에 해당하는 돈을 추가로 준다는 것은 그렇다 쳐도 시간당 임금을 계산할 때 받은 돈을 실제 일한 시간 174시간이 아닌 주휴수당 산정에 포함된 35시간을 더해 209시간으로 나눈다는 것은 아무리 보아도 어색하다. 대법원 판례가 있는데도 정부는 시행령을 고쳐서 209시간으로 나누도록 조치하였다. 월급 받는 사람만 생각하고 월급 주는 사람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지급여력이 있어야 임금을 올려줄 것 아니냐는 말에는 귀를 닫고 있다. “최저임금을 30여년간 지급하다가 해고를 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어째서 최저임금밖에 못 주었는가”라며 악덕기업주라는 식으로 공격을 한다. 하지만 알고 보니 해당 기업 사장님은 봉제업에서 고군분투하면서 버티다가 적자가 누적되고 자신은 손해를 보며 문을 닫았다고 한다. 업종이나 지역에 따라서는 최저임금 수준이 너무 높다는 지적도 있다는 점을 왜 인정하지 않는지 의아하다. 산업·지역·업종별로 다 상황이 다른데 숫자 하나를 제시하며 상황불문하고 최저임금 이상으로 임금을 지급하라는 조치는 너무 가혹한 면이 있다.
   
   
   위기를 보여주는 객관적 사실들
   
   또한 어떤 근로자가 최저임금을 수령하는 경우 그가 속한 가계는 30%만 빈곤층이고 70%는 중산층이라는 통계도 있다. 최저임금을 올려주어도 소득분배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어려워진 자영업자가 일자리를 줄이고 있고 일자리 기회는 줄어들고 있다. ‘일거리’가 없는데 임금만 올려주라고 하면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좋은 아르바이트 자리에 프리미엄이 붙는다는 웃지 못할 소식도 전해진다. 이러다 보니 지난해 취업자수 증가폭은 전년 대비 9.7만명으로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7만명 감소를 기록한 이후 9년 만에 최악이었다. 또한 지난해 연간 고용률은 60.7%로 전년 대비 0.1%포인트 하락했는데, 연간 고용률이 떨어진 것도 2009년(-0.1%포인트) 이후 처음이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1월 13일 발표한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도 같은 맥락이다. 매출 전망 BSI지수가 85.0으로 발표되었는데 이는 2009년 1분기(63.0)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BSI가 100 이상이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의미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부정적 전망 비율이 긍정적 전망 비율보다 15%포인트씩이나 높은 상황이다. 제조업이 암울하다는 것은 평균 가동률을 봐도 알 수 있다. 작년 11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2.7%로 전월(73.8%)에 비해 1.1%포인트 하락했다. 작년 1월에서 11월의 평균 가동률은 72.9%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는데 이보다 더 하락한 것이다. 반도체 경기도 빠른 속도로 가라앉고 있는데 작년 11월 반도체 출하지수는 전달 대비 16.3% 내려 2008년 12월에 18.0% 하락한 후 9년11개월 사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러다 보니 가계도 힘들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도·소매업 대출 잔액은 141.7조원으로서 전년동기 대비 9.7% 증가했다. 증가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었던 2009년 1분기(12.8%) 이후 가장 높았다. 도·소매업은 자영업의 대표적인 업종이다. 자영업자들이 빚을 내서 버티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부채가 증가한 상황에서 경기 악화로 인해 폐업을 하게 되면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생기는지는 불 보듯 뻔하다.
   
   내부 상황이 이처럼 악화되는 가운데 중국 경제도 허덕이고 있다. 중국의 2018년 신차 판매는 -2.8%를 기록하여 28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였다. 무역흑자 -16.2%, 12월 수출 -4.4% 등 수많은 분야에서 마이너스 숫자가 속출하고 있다. 중국의 기업부문 부채가 GDP의 168% 수준으로서 위험수위를 기록하는 가운데 성장이 정체되는 경우 부실기업이 속출하면서 기업부문이 구조조정 회오리에 휩싸이면 우리 경제는 몸살을 앓을 수도 있다는 면에서 걱정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올해에도 지속된다. 정부는 친노동 프레임 명분의 핵심에 해당하는 소득주도성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을 1년 반이나 지속한 데 대한 성과평가가 있어야 할 것인데 제대로 된 평가는 없다. 그저 우리 경제에 불균형이 존재하므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지속해야 한다는 언급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 1년 반의 정책 시행에 대한 성과는 아무리 보아도 엉망인데 이를 비판하면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냐고 반문한다.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자는 것인데도 말이다.
   
   정부 정책에 이제부터라도 미래 세대에 대한 배려와 고려가 필요하다. 노르웨이는 석유가 발견되어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석유 판매대금에 대해 고민을 했다. 현 세대가 석유 판매대금을 다 써버리면 미래에 가서 석유가 고갈되는 경우 다음 세대는 뭘 먹고사냐는 질문을 한 끝에 펀드를 만들었다. 석유 판매대금의 80%가량을 국부펀드에 쌓고 잘 운용하고 있다. 지금 그 규모는 1조달러를 돌파했다. 500여만명인 국민 1인당 20만달러, 약 2억2000만원을 쌓아 놓은 셈이다. 펀드도 잘 굴려서 수익이 매우 높게 나고 있다. 최근에 와서는 원금이 계속 불어나니까 이제 수익만큼만 재정에 투입하되 석유 판매로 늘어나는 원금은 계속 두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우리도 이와 같은 자세가 필요하다. 현 세대가 힘들다고 재원을 다 탕진해버리면 미래 세대는 더욱 힘들 것 아닌가. 미래에 대한 고려는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하다. 최근 탈원전정책으로 인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석사과정 신입생이 제로라고 한다. 인적자본 형성이 무너지면 다시 돌이키기 힘들다. 잘못되었다고 판단되어도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만들어놓아서는 곤란하다. 원자력산업에 대한 미래 관점의 고려가 필요하다.
   
   미·중 간 갈등의 핵심으로 떠오른 중국 제조 2025 계획에 따르면 중국은 2025년까지 우리나라를 뛰어넘고 2049년까지 미국을 따라잡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번 따라잡히면 다시 역전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제 국가 역량을 결집시켜 중국과의 격차를 최대한 유지하기 위한 노력를 배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혁신성장과 규제완화에 올인해야 한다. 자본과 노동에 대해 편가르기를 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해자와 피해자 식으로 분열시키지 말고 이들을 모두 통합하여 우리 경제의 역량을 총결집시켜서 미래를 위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전념을 해야 한다. 국가경쟁력 강화와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극복에 전념해야 하는 것이다.
   
   
   위기론은 음모론이 아니다
   
   위기론이 있어야 위기가 없다는 말이 있다. 위기가 올 것을 대비해서 행동이나 전략을 바꾸면서 위기에 대한 대비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상황이 악화될 때 위기를 예측하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는 지적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이면 대비를 할 수가 있다. 이러한 지적을 사실이 아니고 음모론으로 폄하하는 경우 행동이나 전략은 바뀌지 않고 더 큰 위기가 올 수도 있다. 정부는 경제 상황에 대한 비판 내지 쓴소리에 대해 좀 더 겸허할 필요가 있다.
   
   최근 청와대에서 기업인과의 대화 행사가 열리면서 모처럼 만에 혁신과 규제완화가 화두가 되었다. 격세지감이 들 정도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확산되어야만 우리 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 새해 경제운용에 있어서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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