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로페이 이용 확산 결의대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박원순 시장. ⓒphoto 뉴시스
지난해 12월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로페이 이용 확산 결의대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박원순 시장. ⓒphoto 뉴시스

2018년 시간당 최저임금이 16.4% 급상승하여 소상공인들의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설상가상으로 2019년에도 10.9%나 인상되어 한계 상황에 처한 소상공인이 속출하고 있다. 중앙 및 지방정부는 인건비 부담으로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카드수수료를 ‘제로화’하는 결제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결정하였다. 현재 서울시는 이러한 ‘제로페이’ 결제시스템을 시행 중에 있다.

제로페이에 대한 비판적 평가는 ‘소상공인을 도와주려는 좋은 의도로 도입된 정책이나 실효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식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제로페이는 시장경제 근간을 흔들기 위해 시도된다는 측면에서 의도 또한 좋지 못하다. 왜냐하면 제로페이는 카드결제서비스를 공공재로 만들려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카드수수료는 ‘카드결제서비스에 대한 가격’으로 물건에 대한 가격과 같은 것이다. 즉 카드사는 카드결제서비스를 제공하고 카드가맹점(식당)은 그 대가로 카드수수료를 지급한다. 따라서 카드수수료를 제로화한다는 것은 물건 가격을 제로화하는 것과 같다. 물건 또는 서비스 가격을 제로화한다는 것은 공공재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는 대학생들이 배우는 경제학원론에도 잘 나오는 이야기이다. 공공재는 모든 경제주체가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국방, 치안, 소방, 공원, 도로 등과 같은 재화 또는 서비스를 의미하는 것으로 그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들이 부담을 갖게 되자 대안으로 고안된 것이 제로페이 결제시스템이다. 이 논리가 타당하다면, 다른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상가 임대료이다. 많은 소상공인들이 상가의 높은 임대료 때문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하여 중앙 및 지방정부에서 임대료가 제로인 상가를 제공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 정책이 시행된다면 건물주들은 망할 것이다.

이와 같이 재화 또는 서비스 가격을 제로화하는 정책은 시장가격을 교란시켜 시장경제 근간을 흔들게 될 것이다. 제로페이가 모델로 삼고 있는 중국의 알리페이 등도 다 결제수수료는 받는다.

현 정부가 출범한 후 적폐를 청산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적폐청산이란 오래된 관행, 부패, 비리 등을 바로잡는다는 것이다. 제로페이처럼 공공부문이 민간부문을 침범하는 것은 자본주의 질서를 훼손시키는 것으로 이 역시 적폐라 할 수 있다.

공기업이 자회사를 만들어 각종 입찰에 참여하여 수주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공공부문은 공공의 질서와 안녕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으로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된다. 그런데 공공부문이 국민들의 세금을 가지고 국민들이 운영하는 민간부문에 침범하여 경쟁한다는 것은 매우 나쁜 적폐이다. 중앙 및 지방정부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민간영역인 카드결제시스템에 침범하여 경쟁한다는 것도 적폐를 없애겠다는 현 정부의 기조에 역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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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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