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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북한 비핵화 환상을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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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피니언
[2551호] 2019.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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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북한 비핵화 환상을 버려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

이춘근  정치학 박사·이춘근 국제정치아카데미 대표 

▲ (좌) 김정은 국무위원장. (우) 트럼프 대통령. photo 뉴시스
지난 2월 27~28 양일간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열렸던 미·북 제2차 정상회담은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채 결렬되고 말았다. 작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제1차 회담이 열리기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은 “진전이 없을 경우 언제라도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나올 것”이라고 말했었는데 이번에 바로 그렇게 한 것이다. 사실 첫 번째 회담에서는 걸어나올 일이 없었다. 첫 번째 회담은 ‘앞으로 잘해보자’는 말을 하기 위해 만난 것뿐이었다. 작년 6월 12일 이후 북한은 비록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실험은 하지 않았지만 전혀 비핵화를 이룩하지 않았고 미국도 북한에 대한 제재를 하나도 풀지 않았다. 즉 1차 회담 이후 2차 회담이 열리기까지 8개월여 동안 북한 핵 문제에 아무런 진전이 없었고, 앞으로도 북한이 핵을 폐기할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트럼프는 애초에 말했던 것처럼 자리에서 걸어나왔다.
   
   하노이 회담이 결렬됨으로써 우리에게 그동안 애매했던 몇 가지 국제정치 이슈들을 분명하게 해주었고 국제정치의 본질에 관한 진실을 다시 한 번 깨우쳐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에 분명하게 확인된 국제이슈들이란 첫째, 북핵 문제의 본질 혹은 핵 전략에 관한 것이며, 둘째는 김정은 체제의 성격에 관한 것이며, 셋째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본질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의 세계 전략에 관한 것이다. 이 애매했던 주제들이 어떻게 명쾌하게 되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핵은 북한에 무언의 불가침조약
   
   필자는 오래전부터 국제정치의 이론과 상식의 범위에서 분석할 경우 북한 핵은 말로써, 즉 협상의 방법으로 해결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해왔다. 북한이 핵을 만드는 이유는 김일성으로부터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 왕조체제의 ‘생존’을 위해서였다. 그러니까 북한에 핵을 폐기하라는 것은 생존을 포기하라는 것과 별로 다른 말이 아니다. 생존보다 중요한 것은 없기에 북한은 밥도 굶어가며 핵을 만들었는데, 이제 와서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에 밥과 돈을 줄 테니 핵무기를 포기하라고 설득하고, 북한이 핵을 포기할 듯이 너스레를 떨었던 것은 애초부터 논리적으로 타당한 일이 될 수 없었다.
   
   호주의 좌파학자 마이크 펨브로크(Mike Pembroke)는 북한이 핵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이유를 그럴듯한 입장에서 옹호하고 있다. 한국전쟁 전반에 관한 펨브로크의 논지는 비록 허접하기 이를 데 없지만, 그가 정당화시키는 ‘북한이 핵을 만들려는 이유’는 귀담아들어볼 가치가 있다. 그는 북한은 6·25전쟁 기간 동안 미국으로부터 너무나도 가혹한 폭격을 당했으며, 그 결과 한국전쟁이 끝난 후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억제력(Credible Deterrence)’을 개발하기로 결심했다고 주장한다. 신뢰할 수 있는 억제력이란 적어도 미국의 대도시 하나 또는 그 이상을 파멸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할 경우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미국과 북한이 전쟁을 할 경우 미국은 북한 전체를 완전히 파멸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북한이 비록 멸망을 당할지라도 미국의 대도시 하나 혹은 둘을 확실하게 파멸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면, 즉 신뢰할 수 있는 전쟁 억제력을 가지게 된다면 미국은 북한과 전쟁을 벌일 수 없게 된다.
   
   다른 비유를 들어보자. 우리나라가 A라는 나라를 완전히 파멸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에 우리가 A와 전쟁을 벌이면 우리가 100% 승리할 수 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그 A라는 나라는 비록 대한민국에 멸망을 당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대도시 하나를 궤멸시킬 확실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그때 우리나라는 A와 전쟁을 치를 수 있을까? 아마도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우리나라 대도시 하나를 포기하고라도 치러야 할 전쟁이 어디에 있을 수 있겠는가?
   
   북한이 미국의 도시 하나를 궤멸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할 무기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일 것이다. 그런데 하노이 회담 직전, 자유 진영(혹은 보수라고 지칭되는 집단)에 속하는 한국인들이 미국이 북한에 ICBM포기를 종용하고 그 대가로 종전선언을 해주고 평양과 워싱턴에 연락사무소를 열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그날이 오면 미군도 철수하게 되고 대한민국은 적화된다는 논리였다. 반면 한국의 진보라는 사람들은 북한이 ICBM을 파기한 대가로 종전선언, 연락사무소라는 선물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양쪽 모두 북한 핵의 본질에 대해 심각한 오해를 했던 결과 북한이 ICBM을 포기할 것이라는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분석을 제시했던 것이다.
   
   북한에 ICBM 포기는 국가 대전략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다. 과거 김일성은 남북대화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가 평양으로 되돌아온 자신의 부하들을 향해 “남조선 정부가 없어지는 날 진정한 평화가 올 수 있다는 사실”을 까먹지 말라며 훈계했다. 김일성은 한국을 방문한 후 마치 평화의 환상에 도취된 듯한 자신의 통일일꾼 부하들에게 “남조선이 급속하게 경제성장을 이룩했다고 해서 부러워하거나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우리가 만반의 전쟁 준비를 갖추고 있다가 일단 유사시 남조선을 해방하고 조국을 통일하게 되면 남조선의 발전된 경제가 다 우리 것이 된다”고까지 말했다.
   
   김정일은 김일성이 살아 있던 시절 “수령님대에 조국을 통일하자면 미국 본토를 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마음놓고 조국 통일의 대사변을 주동적으로 맞이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김정일의 이 같은 언급은 핵전략의 기본원칙과 국제정치의 기본원리를 제대로 이해한 사람의 발언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핵전략은 국제정치학자들이 개발해놓은 정교한 핵전략 이론을 충실하게 따르는 것이었다.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 날, 즉 LA든 샌프란시스코든 미국의 대도시 하나를 확실하게 파멸시킬 수 있을 능력을 가지게 되는 날 북한은 미국의 공격을 받을 염려 없이 대한민국을 공격할 수 있을 것이다. 핵을 가진 북한은 미국의 핵우산 및 군사적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한국을 향해 항복하든지 싸우다 죽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하라고 강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미국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핵을 가진 북한에 대항해 대한민국이 죽기 살기로 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가? 북한의 집권 세력은 그런 날이 오면 평화적으로 한국을 흡수 통일할 수 있다고 믿고 목숨을 걸고 핵무기를 개발해온 것이다. 키신저 박사의 말처럼 북한이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핵을 확보하는 날 북한은 미국과 무언(無言)의 불가침조약을 체결하는 효과를 달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평화조약, 종전선언이라는 가짜 종이쪼가리들은 북한에 필요 없는 것들이다. 미국까지 날아갈 수 있는 핵미사일 한 발이면 북한은 미국과 싸우지 않을 수 있게 된다. 그런데 한국의 좌우 지식인들 대부분이 북한이 그것을 포기하고 그 대가로 경제제재 해제, 종전선언 등을 얻어낼 것이라고 믿었다.
   
   이번 하노이 회담의 결렬이 다시 밝혀준 사실은 북한 정권의 본질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는 나라, 즉 비핵화할 수 있는 나라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 스스로 비핵화할 의도가 없다는 사실을 온 세상에 알렸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의도가 없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어도 못 하는 나라’라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하노이 회담 이후 미국의 보통 사람들, 그리고 한국의 보통 사람들도 북한은 비핵화할 수 없는 나라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더 중요한 일은 북한은 종전선언도 할 수 없는 정치체제를 가진 나라라는 사실도 밝혀졌다는 점이다. 한국 사람들은 북한이 종전선언을 받아들일 수 있고 그것은 결국 북한에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수 있는 빌미를 주게 되고, 그래서 한국은 황당한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라며, 종전선언이 미국과 북한 사이에 성사될지 모른다고 두려워했다. 이 문제는 북한 체제의 혁명적 본질을 모르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허구와도 같았다. 미국과 북한 간에 ‘종전선언’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를 생각해보자. 미국에 있어서 종전선언이란 1950년 6월 25일부터 1953년 7월 27일까지 지속되었던 전쟁, 즉 한국전쟁(Korean War)을 끝내는 일일 것이다. 영어로는 ‘Ending the Korea War’가 될 것이다. 그런데 한국전쟁의 북한 이름은 ‘민족해방전쟁’이라고 되어 있지 않은가? 북한이 말하는 북한의 존재 이유는 대한민국을 미국의 식민지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은 전쟁이라는 수단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오직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후광으로 최고통치자가 될 수 있었던 손자 김정은이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오매불망 꿈꿔왔던 북한 최고의 대전략인 ‘민족해방’과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궁극적인 수단인 ‘전쟁’을 쾌히 ‘종전’시킬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는가? 한국 국민들은 좌파나 우파를 불문하고 무슨 근거에서인지 북한이 ‘민족해방전쟁’의 ‘종식’을 선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하노이에서 종전에 관한 이야기는 아예 입밖에 나오지도 않았다.
   
   
   종전선언을 하고 싶어도 못 하는 나라
   
   북한 체제의 속성에 대한 우리들의 오해 중 하나는 연락사무소 운운하는 이야기들과 관련된 것이다. 북한이 ICBM을 포기하면 미국이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를 선물로 줄 것이라고 생각한 한국 사람들이 많았는데 종전선언도 물론이지만 연락사무소는 북한이 꿀꺽 삼키면 죽을지도 모를 독이다. 미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의 독극물(毒劇物)일 수도 있는 ‘미국의 평양 연락사무소’를 지구 최악의 폐쇄국가 북한이 덥석 받아들일 수 있는 ‘선물’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한국 사회에 팽배한 오류 중 하나였다.
   
   김정은은 작년 3월 초 북한을 방문한 한국의 특사들 앞에서 비핵화를 하겠다고 선언했다고 전해졌다. 그것도 대단히 가까운 시일(1년) 내에 할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서 북한 핵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전언이었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김정은이 의미하는 비핵화는 한반도의 비핵화이기 때문에 결국은 미군 나가라는 소리라고 분개했다. 타당한 주장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사실은 비핵화는 핵이 0(제로) 상태로 되는 것을 의미하는 ‘전부’ 혹은 ‘아무것도 아닌’ 게임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상당수는 중간이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미국 사람들은 쓰지도 않는 ‘스몰 딜’이라는 존재할 수 없는 용어가 고안되었다. 수십 개에 달한다고 추정되는 북한의 핵이 단계적으로 줄어드는 것은 비핵화가 아니다. 핵이 하나도 없이 다 없어지는 게 비핵화다. 한 발이라도 남아 있는 것은 비핵화가 아니다. 우리는 그런 용어도 구별하지 못했던 것 아닌가? 하노이 회담을 통해서 미국이 말하는 비핵화란 북한, 한반도 문제라기보다는 제로인가 아닌가의 문제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하노이 회담의 결렬이 보여준 또 하나의 진실은 트럼프의 전략적 본질에 관한 것이다. 지난 몇 개월 동안 김정은은 한국과 세 차례, 미국과도 두 차례나 정상회담을 벌이는 과감한 외교를 전개했다. 김정은의 행보가 기괴(奇怪)한 일, 혹은 사기(詐欺)라고 판명되기까지 채 1년도 걸리지 않았지만, 그동안 한국 사회의 수많은 지식인들조차 김정은의 외교를 광폭외교라고 두둔하고 칭송했다. 반면 트럼프는 김정은의 술수에 대책 없이 끌려다니거나 넘어가고 있다고 이야기되었다. 한국의 좌익세력은 그런 트럼프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상당수 한국의 보수파 지식인들과 평론가들은 트럼프가 김정은에 놀아나고 있다며 트럼프를 극단적으로 비하하고 미워했다. 김정은을 좋은 청년, 훌륭한 지도자라고 말하고 자신과 김정은의 관계는 환상적이라고 말하는 트럼프에 대해 한국의 우파 상당수가 분노했다. 이와 더불어 미국의 대북 핵전략에 관한 온갖 잡설(雜說)들이 난무했었다.
   
   
   강대국은 회담장서 걸어나올 수 있다
   
   다만 한국의 소수 평론가들이 “트럼프가 저러는 것은 자신만의 전략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다가 ‘트빠’라는 비난의 몰매도 맞았다. 결국 하노이의 결렬은 트럼프가 전략가라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앞으로 김정은이 대화를 하고 싶다면 그때는 정말로 항복하고 나오는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하노이의 결렬은 국제정치적 상식 하나를 다시 확인시켜주었다. 강대국은 회의를 하다가 도중에 판을 뒤엎고 걸어나올 수 있지만 약소국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하노이 회담 중 미국의 항공모함 존 스테니스호는 통킹만에서 힘을 과시하고 있었다. 외교관이 갈 때 군함이 따라가는 경우 우리는 그것을 ‘포함외교(Gun Boat Diplomacy)’라고 부른다. 미국은 이번에도 포함외교를 벌이다가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트럼프가 오랫동안 구상한 계획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그동안 김정은의 장난으로 한국 사회는 극단적으로 양분되었다. 보수 성향의 한국 사람들이 트럼프를 저주하는 동안 진보를 자처하는 한국 사람들은 트럼프를 좋게 평가하는 놀라운 풍조마저 나타났다. 적어도 2월 28일 하노이의 파탄 이전까지는 그러했다. 한국의 보수·진보 양측 모두 근거 없는 낙관과 비관으로 각각 희열했고 마음 졸였다. 하노이 협상이 결렬되자 환호하는 쪽과 좌절하는 쪽이 바뀌었다.
   
   스티브 비건 대북특사는 미국 의회 브리핑에서 미국은 핵무기뿐만 아니라 생화학무기까지 포함하는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했고, 인권 문제마저 제기했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미국 보수주의정치행동회의(CPAC) 연설에서 미국이 원하는 것은 ‘한반도’의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임을 명확히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핵은 단계적이 아니라 한 번에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볼튼 보좌관은 북한을 향해 “전략을 새로 짜서 다시 나오라”고 경고했다.
   
   결국 미국은 북한에 대한 목조르기 작전에 다시 돌입했다. 미국은 북한 핵문제를 결국은 북한 체제의 문제라고 보고 김정은 체제 허물기 작전에 돌입한 것이다. 한국도 이제 환상과 허상에서 벗어나 북한의 진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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