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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2호] 2019.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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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을 하며]‘마음시간’

정장열  편집장 

요즘에는 시간이 진짜로 빨리 간다고 느낍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의 속도가 자꾸 빨라지는 느낌입니다. 연말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4월입니다. 하루 일과만 떠올리더라도 일어나 출근하면 다시 퇴근해 잠자리입니다. 특별히 뭘 많이 한 것 같지도 않은데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갑니다.
   
   반면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시간은 참으로 느리게 갔습니다. 아침에 나가 한참 뛰어논 것 같은데 아직 점심 때도 안 되기 일쑤였습니다. 다시 점심 먹고 나가 개미도 잡고 자전거도 탔는데 아직 해가 떨어지려면 한참입니다. 언제 한 살을 더 먹는지 너무 느리게 가는 시간에 조바심이 일기도 했습니다.
   
   최근에 이 시간의 비밀에 대한 흥미로운 과학적 이론을 접했습니다. 미 듀크대 교수인 에이드리언 베얀(Adrian Bejan)이 지난 3월 18일 ‘유러피안 리뷰(European Review)’라는 매체에 게재한 작은 논문인데 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가는 것처럼 느끼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도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가는 이유를 밝히려는 과학적인 설명들이 있었습니다. 노화에 따라 생체시계가 느려지고, 기억 능력이 줄어들고, 새로운 자극에 민감한 쾌락 호르몬의 일종인 도파민 분비가 줄어드는 것 등이 원인들로 제시돼왔습니다.
   
   여기에 더해 베얀 교수는 사람에게는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물리적 ‘시계시간(clock time)’보다는 마음으로 느끼는 ‘마음시간(mind time)’이 더 중요하다면서 이론을 제시합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마음시간은 일련의 이미지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 이미지들은 감각기관의 자극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신체가 노화하면 뇌가 이미지를 습득하고 처리하는 속도가 느려지고, 덩달아 이미지의 변화 속도도 느려집니다. 안구의 움직임 등 신체 특성의 변화가 가져온 결과랍니다. 그는 이 메커니즘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젊은 시절 기억이 많은 것에 감탄한다. 하지만 그때의 경험이 더 깊거나 더 의미 있어서가 아니다. 단지 빠른 속도로 처리됐기 때문이다.”
   
   이론의 요지는 신체가 노화하면 신경망도 활력을 잃게 되고, 결국 신호전달 속도가 떨어진다는 겁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시대에 뒤떨어진 386컴퓨터’가 원인이라는 얘기입니다. 느린 386컴퓨터가 정보처리를 제대로 못 하다 보니까 몇 안 되는 이미지만 머릿속에 덩그러니 남아서 하루가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얘기지요. 이 이론을 따라가다 보니까 참 ‘역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지 처리 속도가 늦어져서 오히려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껴진다니요? 더욱이 어린 시절에는 신경망이 펜티엄급 첨단 컴퓨터인데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이게 386급으로 후져진다니, 놀랍지 않습니까.
   
   만약 인간이 거꾸로 설계돼 어린 시절의 반짝이는 눈망울과 호기심을 나이 들어서도 잃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하루가 엄청 지루하고 괴로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늙은 신체에 장착된 386컴퓨터가 신의 섭리이자 축복이라면 과장일까요. 늙으면 늙는 대로 주위에 천천히 반응하더라도 그게 순리라면 아무도 뭐라 하진 않을 것입니다. 느리게 반응하고 하루가 빨리 지나갔다고 혼자 아쉬워하더라도 제대로만 결정하고 처리한다면 386컴퓨터도 훌륭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마음시간’은 지금 어떤 속도로 가고 있습니까. 저의 ‘마음시간’은 여전히 빠르게 가고 있습니다. 벌써 퇴근시간이 됐네요.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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