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참모들을 자를 때 더욱 ‘트럼프 본색’이 드러난다. 그를 세계적 스타로 만든 TV쇼 ‘어프렌티스(Apprentice)’에서 비정하게 “당신 해고야”라고 말하는 장면이 생각나서 그런지도 모른다.

지난 4월 7일 트럼프는 키어스천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을 비롯 랜돌프 앨리스 비밀경호국장 등을 해임했다. 트럼프의 반(反)이민정책을 순순히 이행하지 않은 국토안보부 수뇌부가 거의 날아갔다고 봐도 좋을 정도이다. 앞으로 멕시코 국경 폐쇄 등을 포함한 초강경 이민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재정비라는 분석이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 본토 안보를 지키기 위해 창설됐다. 당시 주요 위협은 테러와 테러범들이었다. 지금은 이민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트럼프는 미국으로 밀려드는 불법이민자들이 미국 안보를 위협한다며 국경에 장벽을 세워 그들의 진입을 막고 싶어한다.

이민도 이민이지만 문제는 트럼프가 사람을 쓰는 방법이다. 트럼프는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장관을 자주 바꿨다.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들어 15번째로 교체된 장관급이다. 최근 워싱턴의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보고서를 보면 만 3년을 기준으로 볼 때 오바마는 7명, 조지 W 부시는 4명이 그만뒀다. 이전 5개 행정부와 비교해도 트럼프는 단연 가장 자주 장관을 갈아치운 대통령이다.

장관을 자주 바꾸는 것이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더 좋은 인재로 바꿨을 수도 있고, 해당 장관을 승진시켜 더 좋은 자리로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든 기업이든 어느 조직에서나 새로 맡은 일에서 성과를 내려면 일정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오고 조직이 안정된다.

지금 트럼프 행정부는 여러 핵심 장관급 자리가 ‘대행’이다. 대통령 비서실장, 국방장관, 그리고 이제 국토안보부가 다 대행 체제이다. 그 아래로 내려가면 더 많다. 자조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소신껏 일할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말을 군소리 없이 이행할 사람을 찾는 것이니 트럼프는 차라리 대행 체제로 일하는 쪽을 선호할 것이라고 한다.

트럼프의 많은 부분이 보통 사람들과 달라 예측을 어렵게 하고 헷갈리게 하는데 그중 으뜸이 사람에 대한 취향, 사람을 쓰는 법이다. 국제사회에서도 전통적으로 미국과 친한 유럽·캐나다·호주 등 우방국가 지도자들을 냉랭하게 대해서 반감을 사고,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나 북한 김정은처럼 권위주의적 지도자나 독재자에겐 오히려 친근감을 보여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트럼프식 용인술도 과격하다. 간편하고 가혹하다. 최고라고 치켜세우다가 어느 순간 트위터로 간단하게 잘라버린다. 느닷없이 뒤통수를 치기도 하고 조금씩 압박하다가 해임해버리기도 한다. 어느 장관과 대통령의 불화설이 나오기 시작하면 그 장관은 결국 사임하게 된다. 거의 예외가 없었다.

트럼프가 면접 때 첫눈에 좋아했다던 틸러슨 전 국무장관은 갈등 끝에 서로 원수가 되다시피한 상태로 그만뒀다. 이런 비인간적인 해임이 계속되면서 언제부터인가 트럼프 참모들이 사석에서 대통령을 비난했다는 이야기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이젠 정말 ‘예스맨’들만 남았다는 뜻이다.

강인선 조선일보 워싱턴지국장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