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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피니언
[2554호] 2019.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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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을 하며]뒷담화 만세!

정장열  편집장 

이스라엘 학자 유발 하라리가 쓴 베스트셀러 ‘사피엔스’를 뒤늦게 읽다가 무릎을 탁 쳤습니다. 그가 이 책에서 제시한 ‘뒷담화론’이 무척이나 기발하고 재미있더군요. 책을 못 본 분들을 위해 관련 대목을 인용하자면 이렇습니다. ‘뒷담화는 악의적인 능력이지만 많은 숫자가 모여 협동을 하려면 사실상 반드시 필요하다. 현대 사피엔스가 약 7만년 전 획득한 능력은 이들로 하여금 몇 시간이고 계속해서 수다를 떨 수 있게 해주었다. 누가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에 대한 믿을 만한 정보가 있으면 작은 무리는 더 큰 무리로 확대될 수 있다. 이는 사피엔스가 더욱 긴밀하고 복잡한 협력관계를 발달시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의 주장의 요지는 뒷담화 능력으로 인해 사피엔스 사회에 믿을 만한 리더가 탄생했고 그 결과 조직의 덩치가 커지면서도 협동의 길로 들어섰다는 겁니다. 이 특이한 능력 덕분에 사피엔스가 오랜 시기 공존했던 네안데르탈인을 누르고 이 땅의 최종 승자가 될 수 있었다는 대목에선 사피엔스의 후손으로서 웃음이 났습니다. 덩치 크고 힘만 셌지 뭉칠 줄 모르는 네안데르탈인이 떼로 덤비는 사피엔스에게 쩔쩔매는 장면이 연상됐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사피엔스의 후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 뒷담화는 우리의 본성일지 모릅니다. 언제 어디서나 우리는 남의 얘기로 시간을 죽입니다. A와 B가 만나면 난데없이 C가 대화의 주제가 되곤 합니다. 그것도 C에 대한 험담이 대화를 지배합니다.
   
   이렇게 보면 뒷담화는 우리가 피해갈 수 없는 숙명 같습니다. 당하는 경우나 떠드는 경우나 모두 말입니다. 특히 조직에서 위상이 올라갈수록 뒷담화를 당하는 건 불가피해 보입니다. 그것이 제대로 된 리더를 찾고 조직을 유지하려는 사피엔스만의 특별한 능력이라면 더 이상 할 말도 없어집니다.
   
   하지만 사피엔스 사회 안에서 뒷담화를 당하는 쪽은 늘 괴롭고 불편해합니다. 오죽했으면 ‘뒷담화 대응법’이 유행일까요. 소셜미디어에서 인기 작가로 통하는 손힘찬은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라는 책에서 여러 뒷담화 대처법을 제시합니다. 그중 이런 대목들이 있습니다. ‘너를 잘 모르는 사람의 평가로 너의 값어치를 매길 필요는 없어’ ‘누군가 등 뒤에서 욕한다는 것은 네가 이미 그들보다 앞서나가고 있다는 증거니까’….
   
   아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뒷담화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대통령일 겁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조직의 장(長)으로서 피할 수 없는 숙명입니다. 사실 선출된 권력은 뒷담화만이 아니라 이른바 ‘앞담화’도 피해갈 수 없습니다. 앞에서 대놓고 씹히고 까이는 일을 감수해야 합니다. 까마득한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게 민주사회의 건강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최근 전대협이라는 대학생 단체의 대자보를 경찰이 대통령 모욕죄로 수사하는 걸 검토 중이라네요. 거기에 담긴 내용은 풍자라는 형식을 빌린 권력에 대한 앞담화입니다. 유신시대 술집에서 대통령을 욕한다고 권력기관에 잡혀가던 시대를 떠올려보면 뒷담화든 앞담화든 권력에 대한 비판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회는 건강하지 못한 게 분명합니다. 이번주 실린 ‘차이나 인사이드’에서 필자가 “문 대통령이 동북아의 ‘아Q’가 되면 안 된다”고 주문한 것도 우려와 충정을 담은 앞담화임을 밝힙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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