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주간조선 로고

상단주메뉴

  • [신지호의 正眼世論] 차라리 검찰을 사법부로 옮기자
  • kakao 플러스친구facebooktwiteryoutube
  • 검색
  1. 오피니언
[2558호] 2019.05.20
관련 연재물

[신지호의 正眼世論]차라리 검찰을 사법부로 옮기자

신지호  평론가·전 국회의원 jayho63@gmail.com

▲ 지난 4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6회 법의날 기념식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 문무일 검찰총장, 박상기 법무부 장관,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김명수 대법원장. photo 뉴시스
공수처 신설, 검경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논쟁이 점입가경이다. 여야·좌우 사이의 쟁투에 검찰·경찰·법원이라는 이해당사자 간 갈등이 더해지면서 구도가 한층 복잡해졌다. 한국 검찰은 독점적 영장청구, 직접수사,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 등 선진국 어느 검찰에도 없는 막강한 파워를 갖고 있다. 따라서 검찰 권한을 줄여야 한다는 점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문제는 검찰 권한의 다운사이징이 검찰개혁의 최우선 과제인가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최대한 나누겠습니다. 권력기관은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습니다. 그 어떤 권력기관도 무소불위의 권력행사를 하지 못하게 견제장치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약속하였다. 요컨대 정치로부터의 독립이 첫 번째요, 권한 조정은 두 번째라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접근에 절대적 지지를 보낸다.
   
   흔히 검찰을 권력의 충견, 대통령의 사냥개로 비유한다. 이 비유의 유일한 맹점은 개는 모시던 주인을 안 물지만, 검찰은 정권이 바뀌면 얼마든지 물어뜯는다는 점이다. 이른바 ‘유권무죄 무권유죄’의 비정한 처세술이다.
   
   대통령이 검찰을 장악하는 것은 집권여당을 장악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다.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을 통해 검찰 인사권을 행사하는데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실무를 담당한다. 한국의 검찰은 전국적 단일 조직으로 검사동일체 원칙에 따라 조직의 수장인 검찰총장의 의사가 말단에까지 관철되는 상명하복의 피라미드형 조직이다.
   
   또한 이동, 보직 부여, 승진 등 인사가 너무 잦은 까닭에 검사들은 윗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에서 검찰의 정치적 독립과 중립성을 논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기다. 검찰의 권한이 비대하니 공수처를 신설하자면서 그 인사권을 대통령이 행사하겠다고 하는 것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하명(下命)수사 기관이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그렇다면 검찰개혁의 정도(正道)는 무엇인가. 검찰을 제왕적 대통령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지방 도시를 다녀보면 똑같은 크기로 나란히 서 있는 법원과 검찰청 건물이 눈에 띈다. 검사가 수사와 기소를 통해 재판에 부치면, 판사는 판결을 통해 심판한다. 두 기관은 한국 사법의 양축이다. 검사와 판사는 공히 사법고시 출신이다. 그런데 법원은 사법부로 삼권분립의 한 축인 반면, 검찰청은 행정부 소속 십수개 부처 중 하나인 법무부의 외청(外廳)에 불과하다. 법원은 검찰이 기소한 사건에 대해서만 판결을 내리는 소극적 사법작용을 하는 데 비해, 검찰은 어떤 사건을 수사할지 또 수사한 사건 중 어떤 것을 재판에 회부할지를 결정하는 보다 폭넓은 재량권을 지닌다. 이처럼 법원과 검찰의 실제 기능과 헌법적 위상 사이에는 커다란 괴리가 존재한다.
   
   사법작용의 한 축인 검찰은 왜 행정부에 소속되어 있는 것일까. 검찰을 흔히 준(準)사법기관이라 부른다. 행위와 소속의 불일치를 나름 해소하기 위한 작명이라 사료되긴 하지만 뭔가 궁색하다.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선 우리보다 앞서 검찰제도와 법원제도를 출범시킨 선진국의 사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검찰제도를 처음 출범시킨 프랑스의 경우 검찰청은 파기법원(대법원), 고등법원, 지방법원에 개별적으로 설치되어 있다. 각 법원은 소속 검찰청의 사법 업무만 담당할 뿐, 하급법원에 설치되어 있는 검찰에 대한 지휘·감독권이 없다. 예심제도가 있는 관계로 수사는 지방법원 소속 수사판사가 검사의 수사개시 청구를 받아 진행한다. 검사는 공소장을 작성하고 공소유지를 책임진다. 기본적으로 수사와 재판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한 법원이 관할한다. 전국의 수사판사들을 통일적·위계적으로 묶는 조직도 없다. 스페인과 오스트리아도 법원에 속한 수사판사가 수사와 소추를 담당한다. 스페인의 ‘마니 폴리테(깨끗한 손)’라고 불리는 인권법의 영웅 발타사르 가르손은 스페인 최고형사법원의 수사판사다. 이탈리아에서는 수사·소추·공소유지를 검사가 담당하지만, 검사는 사법부에 속하며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근무지를 변경당하지 않는 ‘부동성(不動性)의 원칙’을 적용받아 인사권에 예속되지 아니하고 독립하여 직무를 수행한다. 이런 신분보장이 있었기에 1992년 안토니오 드 피에트로 검사가 주도해 마피아와 결탁한 정재계 인사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 ‘마니 폴리테’ 운동이 가능하였던 것이다.
   
   우리나라가 따르고 있는 대륙법의 본고장인 독일의 경우 검찰은 법원에 설치되어 있으면서도 법원으로부터 독립되어 있다. 검찰의 조직과 인사는 법원과 마찬가지로 법원조직법과 법관법에 규정되어 있다. 검사에게 판사와 동일한 수준으로 신분을 보장하여 독립성을 보장해야만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른 형사소추를 막을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독일 검찰은 연방 대검찰청, 주(州) 고등검찰청, 주(州) 지방검찰청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연방 대검찰청은 주 검찰청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갖고 있지 않다. 연방 검찰총장(종신제)과 연방 검사는 연방 법무부 장관의 제청과 연방 상원의 동의를 거쳐 연방 대통령이 임명한다. 하원의 의석 분포에 따라 정권의 향방이 결정되는 내각책임제 국가에서 상원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한 것은 정치적 외풍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주 검찰청의 조직과 인사는 16개 각 주의 개별적 권한이다. 사법시험도 각 주가 관장한다. 지검장은 주 의회의 동의를 얻어 주지사가 임명하며, 검사는 주 법무부 간부회의의 추천으로 주 법무부 장관이 임명한다.
   
   연방제 국가인 미국의 경우 일반 형법이 주법인 까닭에 대부분의 형사사건은 주의 관할이다. 주 아래의 자치단위인 카운티별로 검찰청이 조직되어 있으며 그 지검장(District Attorney)은 대부분 주민이 직접 선출한다.
   
   위의 사례를 통해 분명해지는 것은 한국을 제외하고 검찰을 최고권력자의 직접적 통제하에 두는 선진국은 없다는 점이다. 또한 검찰을 법원 소속으로 하는 선진국이 더 많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자명하다. 문 대통령의 취임사대로 권력기관을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기 위해 검찰을 사법부로 옮겨야 한다. 이것이 현행 시스템보다 삼권분립 정신에 훨씬 더 부합한다.
   
   최근 한국공법학회는 ‘사법의 독립과 민주화를 향한 공법적 과제’라는 제목의 법원행정처 연구 용역 보고서에서 법관 투표를 통해 대법원장을 선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 권한을 폐지하거나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임명하는 현행 시스템을 사법부의 독립을 위해 고쳐야 한다는 것으로 매우 시의적절한 제안이라 평가된다. 검찰을 사법부로 옮기더라도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권을 대통령이 행사하면 그 효과는 반감(半減)된다. 정치권은 사법개혁의 큰길에서 건설적 논쟁을 해야지 샛길에서 힘 자랑이나 하고 있으면 안 된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