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중국은 거듭해서 밝혀둔다. 미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미국이 무역전쟁으로 거둘 수 있는 것은 ‘쑨런하이지(損人害己·남에게뿐만 아니라 본인에게도 손해를 입힘)’일 뿐이다. 우리 중국은 무역전쟁을 생각해본 일도 없고, 원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절대로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혀둔다. 만약 우리나라로 찾아와서 전쟁을 건다면, 반드시 끝까지 상대해줄 것이라는 점도 밝혀둔다. 중국은 지금까지 어떤 외부압력에도 굴종한 일이 없으며, 우리는 우리의 합법적이고 정당한 권익을 지켜낼 결심이 서 있다.”

중국 외교부 겅솽(耿爽) 대변인은 지난 5월 14일 정례 뉴스브리핑에 나와 결연한 목소리로 전의를 다졌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2000억달러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힘으로써 선포된 무역전쟁에서 중국도 국가적인 대응의 첫걸음을 내딛겠다는 각오였다. 겅솽 대변인이 입에 올린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원하지는 않지만 두려워하는 것은 결코 아니며, 전쟁을 해야 한다면 끝까지 상대해줄 것”이라는 말은 외교부 대변인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이 아니다.

이 말은 2012년 말 중앙군사위 주석에 취임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인민해방군 통수권자로서 평소 인민해방군에게 강조해온 “전쟁을 할 수 있어야 하며, 전쟁을 하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能打丈, 打勝丈)”는 어법을 반영한 표현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인민들이여 일어나라”

중국 정부가 이처럼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관세 부과 선언이 시진핑이 발탁한 류허(劉鶴) 경제 총괄 부총리의 방미 기간 중 마치 뒤통수를 치듯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 관세를 부과하지 않은 나머지 325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도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혀놓은 상태다. 이에 중국도 600억달러어치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6월 1일부터 기존 5~10%에서 10~25%로 인상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구조를 보면 중국의 대미 수출 흑자가 미국의 대중 수출 흑자에 비해 5배 이상 많은 형편이므로 수입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형태의 전쟁에서는 중국이 결코 승리할 수 없는 구조다.

문제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전면전을 각오하고 관영매체를 동원해서 “인민들이여 일어나라”고 투쟁 정신을 고취하면서 무역전쟁 이상의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나서는 순간이다.

만약 중국이 미국과의 일체 무역 거래 중단, 미국에 대한 14억 인구의 시장 폐쇄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고 나설 경우 무역전쟁은 순식간에 이념 전쟁과 세계 패권 다툼으로 한 단계 열기가 올라갈 위험성이 있다.

이와 관련 중국 관영 중앙TV는 지난 5월 15일 대륙 전역을 동시에 연결하는 뉴스 네트워크 ‘신원리엔보(新聞聯播)’를 통해 ‘중국 경제의 저력은 어디에서 오는 건가’라는 특별논평을 내보냈는데 여기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중국 경제의 저력은 광활한 공간을 자랑하는 세계 최대의 시장과 거대한 인구와 인재를 보유하고 있다는 데에서 온다. 13억 인구와 9억이 넘는 노동력 자원, 고등교육을 받고 전문 기능을 보유한 1억7000만명의 인재, 1억이 넘는 경제주체가 중국 경제의 저력이다. 중국 경제의 저력은 지속적인 기술 이노베이션이 이제 질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 중국 경제의 저력은 그동안 경제의 세계화를 전방위적으로 추진해온 결과 더 이상 한 개의 특정 국가에만 의존하고 있지 않다는 데에도 두고 있다. 중국 경제의 저력은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중국공산당 중앙의 강력한 영도력과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를 바탕으로 한 독특한 제도의 우세에서도 온다.”

중국 관영 중앙TV가 마지막 부분에서 시진핑을 핵심으로 하는 중국공산당 중앙의 강력한 영도력을 거론한 것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경제전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전쟁과 군사적인 전쟁으로 언제든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경우 중국은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대륙 전역에 사는 중국인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영도력 운운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인들이 “우리는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을 할 때 역설적으로 싸움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다는 중국인들 스스로의 말처럼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임하는 중국인들의 패배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예컨대 최근 중국 공산주의 청년단(共靑團)은 저명한 경제학자로 미국과의 경제무역 전쟁을 자세히 관찰해온 중신(中信·중국대외신탁업무) 개혁발전연구소 자문위원 장지에(張捷) 교수의 견해를 8000만 중국공산당원들에게 전달했는데 여기서 장지에 교수는 솔직한 불안감을 토로했다.

중국이 승리할 수 없는 이유

그는 자신의 불안감과 ‘중국이 승리할 수 없는 이유’를 잘 정리해서 온오프라인 정보 확산 네트워크에도 올렸다. 여기서 그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승리자가 될 수 없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째, (우리는) 생산과 분배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미국은 글로벌한 분배체계를 이미 주도하고 있지만 중국은 아직 그럴만한 체제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GDP라는 개념은 우리의 생산이 얼마만 한 규모인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으며, 우리의 분배체계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성장과 경제성적도 서로 일치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성장을 추구해왔지만 이전의 중국은 너무나 가난하고 허약했으며 역사적으로 진 부채도 대단히 크다.”

장지에 교수가 8000만 중국 공청단원들을 겨냥해서 강조한 ‘무역전쟁에 임하는 중국의 실력’은 한마디로 중국이 서방에 비해 뒤져온 역사를 직시한 것이다. 즉 15세기부터 과학기술에서 유럽과 서방세계에 뒤져서 17세기의 유럽 산업혁명도 뒤따라가지 못하다가 1840년 영국과의 아편전쟁에 패해 2300여년 지속해온 왕조체제가 무너진 것이 중국의 아픈 역사다.

이후 100년간의 혼란과 식민 상태를 경험한 끝에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하기는 했지만 제1세대 마오쩌둥(毛澤東)의 중국 역시 과학기술과 경제에 대한 무지로 경제발전이 뒤처진 후진국이었다. 1978년에 시작된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정책 추진으로 겨우 빠른 경제발전에 나섰지만 경제발전을 시작한 지 이제 겨우 40년밖에 안 된 국가가 중국이다. 장지에 교수의 불안감에는 이러한 중국의 진정한 모습에 대한 학자의 솔직한 고백이 담겨 있다.

박승준 아시아 리스크 모니터 중국전략분석가 전 조선일보 베이징·홍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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