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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4호] 201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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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드]북·중 관계 첫 등장 ‘벽화’가 의미하는 것

박승준  아시아 리스크 모니터 중국전략분석가 전 조선일보 베이징·홍콩 특파원 sjpark7749@gamil.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6월 20일부터 이틀간 평양에 가서 김정은을 만났다. 시진핑은 2012년 11월 중국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됐으나 그동안 평양 방문을 하지 않았다. 전임자들의 사례를 보면 당 총서기로 선출된 직후 한 차례 평양 방문을 하는 것이 중국공산당과 조선노동당 사이의 관례였다. 시진핑의 전임자인 후진타오(胡錦濤)도 그랬고, 장쩌민(江澤民)도 그랬다. 1989년 천안문사태로 실각한 자오쯔양(趙紫陽)은 천안문사태가 시작되던 그해 4월 평양을 방문했었다.
   
   그러나 시진핑은 당 총서기로 선출된 이후 평양 방문길에 나서지 않았다. 2013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주석으로 선출되기를 기다리고 있던 그해 2월에 김정은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당시에는 미·중 관계가 나쁘지 않았고, 더구나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의장국이 중국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국가주석으로 임명되기를 기다리고 있던 중국 최고 권력 교체기에 김정은이 핵실험을 하자 시진핑은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2018년 3월 김정은이 베이징(北京)을 최초 방문할 때까지 6년 동안 시진핑은 평양을 방문하지도, 김정은을 베이징으로 초청하지도 않았다. 시진핑의 평양행은 2008년 국가부주석 자격으로 김정일을 만난 이후 11년 만이다. 그 사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미·중 관계는 트럼프의 등장으로 충돌 일보 직전으로 바뀌었다. 특히 트럼프가 ‘한반도 문제는 미국과 중국이 관리한다’는 1972년 닉슨-마오쩌둥 원칙을 깨고 중국을 넘어 김정은과 직접 접촉하기 시작하자 시진핑이 평양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시진핑과 김정은의 회담은 지난 6월 20일 ‘금수산 영빈관’에서 열렸다. ‘금수산 초대소’라는 이름을 중국식으로 개칭한 곳에서 열린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이전에 중국과 북한 지도자들 사이에 주고받지 않던 새로운 용어들이 등장했다. 새로운 용어는 주로 시진핑이 구사했고, 김정은은 과거의 북·중 관계의 틀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는 단어들로 두 나라 관계를 표현했다.
   
   “나는 오늘 비행기에서 내린 후 곳곳에서 중국과 조선은 ‘한집안처럼 가깝다(一家親)’는 분위기를 짙게 느낄 수 있었다. 조선반도 문제는 이제 정치적인 해결을 해야 하는 단계로 들어섰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우리는 중·조관계의 아름다운 미래를 공동으로 벽화(擘畵)하고 중·조 우의의 ‘새로운 장(新篇章)’을 열어나가야 할 것이다.”
   
   시진핑의 말에서는 ‘정치적인 해결’ ‘공동으로 벽화하고’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다. ‘정치적인 해결’이라는 말 뒤에는 곧이어 이런 말들이 등장했다. “공산당이 영도하는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이 중·조관계의 본질이며, 공동의 이상과 신념, 분투 목표를 갖고 있다는 점이 중·조관계의 전진 동력이다.… 두 나라는 장기적이면서도 원대한 대국(大局)에서 만들어진 전략적 선택으로 국제적인 풍운이 아무리 변화하더라도 동요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양국 관계를 설명하는 많은 용어가 사용됐지만 ‘벽화(擘畵)’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벽화’란 ‘엄지손가락으로 하늘에 대고 맹세하고 함께 미래를 그려본다’는 용어이다. 시진핑이 ‘벽화’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엄지손가락을 가슴과 입에 댄 뒤에 하늘을 가리키며 맹세하는 중국 북방 민족들의 풍습을 원용한 것으로 보인다. ‘벽화’라는 용어를 선택한 것이나, “국제적인 풍운이 아무리 변화하더라도 두 나라 관계가 변해서는 안 된다”는 다짐을 한 것은 두 차례의 미·북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이루어진 트럼프-김정은 회담이나, 지난 2월 하노이 미·북 회담 당시 시진핑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가 “이러다가 혹시 조선을 미국의 영향권으로 넘겨주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강하게 느꼈음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11년 만에 시진핑을 평양으로 가게 만든 가장 큰 동력은 트럼프다. 그가 김정은을 미·중관계에서 가장 충돌 가능성이 높은 남중국해 근처의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중국의 어깨를 넘어 직접 만나 회담한 사실이 시진핑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에 상당한 충격을 줬다고 진단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이전의 미 대통령들은 1971년 키신저-저우언라이(周恩來)의 전격적인 비밀 회동으로 이루어진 미국과 중국의 대화해(Rapprochement) 당시의 합의에 기반해 한반도를 관리해왔다. “한반도는 미국과 중국이 배타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중국도 시진핑 시대에 들어서면서 ‘신형 대국관계’라는 용어를 구사하면서 한반도 핵 문제는 일단 미국과 중국이 먼저 협의하자는 틀을 만들어놓았다. 그러나 트럼프는 미·중 간의 그런 전통적인 틀을 깨고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무시한 채 김정은과 직접 접촉했다. 그것이 시진핑의 불안을 키워왔다고 봐야 한다. 다행히 하노이 회담의 결렬로 중국이 끼어들 틈이 생기자마자 시진핑은 이번 평양행을 통해 이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준 것이다.
   
   시진핑의 이번 평양행에는 정치국원 겸 중앙서기처 서기 딩쉐샹(丁薛祥), 외교담당 정치국원 양제츠(楊潔篪), 외교부장 왕이(王毅),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허리펑(何立峰) 등이 수행했다고 중국 관영매체들은 전했다. 이 가운데 딩쉐샹은 올해 57세로 중국공산당 당무를 총괄하고 있는 인물이다. 20차 당 대회가 열리는 2023년에 63세가 되어 시진핑의 후임 당 총서기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특이한 수행원으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인물은 올해 64세로 시진핑보다 두 살 아래인 허리펑이다. 그는 시진핑이 1980년대 초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시 당 상무위원과 부시장을 할 때 샤먼시 재정국 국장을 한 인연으로 발탁된 재정금융 전문가다. 샤먼대학 경제학 박사 출신이기도 하다. 시진핑이 허리펑을 이번에 수행원으로 선택한 것은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구체적으로 밝힐 경우 유엔의 대북 경제제재 조치에 위반이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즉 자신의 심복을 데려감으로써 앞으로 대북 경제지원을 총괄해서 실현할 책임자를 미리 선보이는 선에서 북한을 안심시킨 것이다.
   
   시진핑의 이번 평양 방문의 의미에 대해 중국 공식 국책 국제문제연구소인 현대국제관계연구원 천샹양(陳向陽) 부연구원은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북한에 대한 정치적인 지지를 분명하게 밝힌 점, 둘째 ‘일괄 타결식으로, 단계별 접근, 함께 보조를 맞추어 국제 문제에 대응하기로’ 한 점, 셋째 앞으로 양국 간의 전면적 교류를 양국 주민들 사이의 민의에 기초하기로 한 점, 넷째 서로의 치국이정(治國理政) 경험을 앞으로 공유하기로 한 점 등이 새로운 변화라는 진단이다. 천샹양의 이같은 진단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앞으로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로 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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