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폭격기 TU(투폴레프)95 2대와 조기경보 통제기 A50 1대가 독도 우리 영공을 침범하자 우리 공군이 비상 출격해 300여발을 경고 사격하는 일이 지난 7월 23일 벌어졌다. 고노 다로(河野太) 일본 외무상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는 우리의 고유 영토로, 영공 침해를 한 러시아에 대해서 우리나라가 대응해야 하지 한국이 조치를 한다는 것은 우리 정부 입장과 양립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범상치 않은 때 중국 국무원은 ‘신시대 중국 국방백서’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중국 국방부 대변인 우첸(吳謙) 대령은 7월 24일 이번 백서에 대해 “1998년 이래 10번째 국방백서”라며 “2012년 제18차 당 대회 이후로 처음 발표된 종합형 국방백서”라고 강조했다. 중국공산당 제18차 당 대회가 시진핑(習近平) 현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선출한 대회이므로 이번 국방백서가 시진핑의 군 통치 이념을 제대로 반영한 첫 번째 국방백서라는 설명이었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새로운 시대 군사전략을 담았다는 2만7000자 길이의 이 백서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미국이 한국에 미사일 방어망 사드를 배치함으로써 이 지역의 전략적 평형을 파괴하고 이 지역 국가들의 전략적 안전과 이익에 엄중한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한 부분이다. 중국군 백서에 미군이 특정 지역에 배치한 특정 무기체제에 대한 반대 주장을 담은 것은 이례적이다.

그동안 중국이 한국의 군사주권을 무시하고 특정 무기체제의 한국 배치에 대한 반대의견을 발표한 것이 무리한 주장이라는 중국 안팎의 평가를 무색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전체 전략이 아닌 특정 무기체제의 특정 국가 배치에 관해 중국 정부가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는 이전에 볼 수 없던 행동이다. 이런 반대 의사 표명이 바로 시진핑의 견해이기 때문이라는 중국 안팎 군사전문가들의 판단이 사실이었음을 이번 백서가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국방백서는 미군의 사드체계 한국 배치에 중국이 특별히 반대의사를 밝혀온 이유가 “세계 경제와 군사전략의 중심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이동함으로써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강대국 간 경쟁의 초점으로 부각되고 이 지역의 안전에 불확실성을 증가시켰기 때문”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미국이 아태 지역의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군사력 배치와 간섭의 정도를 높임으로써 아태 지역의 안전에 복잡한 요소를 추가했다”는 비난도 추가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군사정책을 조정해서 2차대전 이후의 체제에 새로운 정책을 추구함으로써 군사적 외향성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적시했다.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는 “이 지역의 열점(熱點)은 의연하게 존재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조선반도 정세는 다소 완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불확실한 요소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국방백서 핵심은 ‘적극적 방어’

중국공산당은 2012년 11월 시진핑 당 총서기 선출 이후를 ‘신시대(新時代)’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번 국방백서에서 밝힌 신시대 국방전략 방침은 ‘적극적 방어 원칙을 견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불범아 아불범인 인약범아 아필범인(人不犯我 我不犯人 人若犯我 我必犯人·적이 나를 공격하지 않으면 나도 공격하지 않으며, 적이 나를 공격하면 반드시 공격한다)’이라는 시진핑의 16자 방침도 명기했다. 핵무력에 대해서도 시진핑의 ‘적극적 방어’ 원칙을 적용해서 “어떤 시기, 어떤 상황 아래에서도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며, 비핵 국가와 비핵 지대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사용 위협을 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적 핵무기 확산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는 전면적이고 최종적인 핵무기 확산 금지와 폐기를 주장하며, 어떤 국가와도 핵군비 경쟁을 벌이지 않을 것이며, 스스로의 핵 무력은 국가안전의 필요에 따른 최저수준으로만 유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중국 국방백서의 이 핵 정책에 따르면, 만약 북한 핵 폐기가 이루어지지 않아 한국·일본·대만 등의 동북아 국가들도 핵무기 보유 정책을 추진할 경우 중국이 핵확산 금지 원칙을 내세워 적극 저지할 방침임이 분명하다.

중국 국방백서는 중국군이 현재 추진 중인 군사력 건설의 목표를 ‘중국 특유의 강군의 길(强軍之路)’이라고 규정했다. 구체적으로는 “시진핑의 군사전략 사상을 관철해서 ‘싸울 수 있는 군대(能打仗), 싸우면 이기는 군대(打勝仗)’ 건설을 위해 기계화와 정보화를 융합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시간상으로는 “2020년까지 기계화와 정보화에서 중대한 진전을 이루고, 2035년까지는 국방 개념과 군대의 현대화를 쟁취하고, 21세기 중반까지는 세계 일류의 군대 건설을 목표로” 전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7년간 30만 감축, 200만 병력 유지

중국 국방백서는 2012년 제18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이 당 총서기 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선출된 이후 군의 편제 개혁도 적극적으로 추진했음을 강조했다. 전국을 7대 군구(軍區)로 나누어 각 군구 아래에 육·해·공군과 제2포병 부대를 배속시켜 각 군구가 독립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구성했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았다는 것이다. 즉 시진핑이 주석인 중앙군사위원회 아래에 육·해·공군과 미사일군(제2포병을 개조), 전략지원부대, 병참 지원부대를 직속시키고 각 군 지휘부가 각 부대를 통제하는 구조로 바꾸어놓았다는 설명이다.

해방군의 지역 분할 구조도 과거의 베이징(北京)·란저우(蘭州)·지난(齊南)·난징(南京)·광저우(廣州), 청두(成都) 군구 등 7대 군구 체제에서 동부·남부·서부·북부·중부의 5개 지역 분할 구조로 간결하게 만들었다고 내세운다. 시진핑 시대에 들어와 병력 감축과 군 정예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서 지난 7년 동안 30만명을 감축, 현재 200만명의 병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해방군은 1979년 덩샤오핑(鄧小平)의 결정으로 베트남에 “교훈을 주기 위해” 25만을 파병했다가 대패한 기록을 남겼다. 중국군은 장쩌민(江澤民) 총서기 시절이던 1990년과 1991년 미국이 두 차례 걸프전을 치르는 것을 지켜보면서 중국군의 현대화가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라 군 현대화 작업에 착수했다. 그로부터 20년 가까이 흐르는 기간 동안 중국군의 현대화가 얼마나 진행됐는지는 아직까지 검증되지 않고 있다. 시진핑이 중국군에 요구한 “싸울 수 있는 군대, 싸우면 이기는 군대”가 실제 얼마나 현실화됐는지는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 올바른 판단일 것이다.

박승준 아시아 리스크 모니터 중국전략분석가 전 조선일보 베이징·홍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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