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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3호] 201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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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선의 트럼프 연구]방위비 협상 ‘제단’에 첫 제물 된 한국

강인선  조선일보 워싱턴지국장 insun@chosun.com

지금 사람들의 관심에선 잠시 벗어나 있지만 조만간 다시 뜨거워질 이슈가 방위비 분담금 문제이다. 이 문제가 마음에 걸리는 것은 트럼프가 가장 자신있어 하는 ‘협상’이란 분야인 데다가, 한·미 동맹 외에 당장 안보의 대안이 없는 한국으로선 별다른 지렛대가 없어 보여서이다.
   
   몇 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위한 ‘새로운 공식’을 만들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동맹국이 부담해야 할 분담금을 최대한 인상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며 첫 적용 대상은 한국이라고 했다. 이 말을 전해준 트럼프 행정부 관리는 한국의 처지를 안타까워했다. 트럼프의 새로운 방위비 분담금 협상 제단에 오르는 첫 번째 나라가 된 한국이 어려운 협상을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한·일 갈등 와중이던 지난 8월 초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국 우선’의 트럼프는 한국 사정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다. 협상이 정식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트럼프가 직접 치고 나온 건 방위비 협상이 핵심 관심 사안이란 의미다.
   
   트럼프의 새 방위비 협상의 시범 케이스가 되는 건 두 가지 이유에서 위험부담이 크다. 첫째 내년 재선 유세에 쓸 전리품을 찾고 있는 트럼프가 한국을 거칠게 몰아붙일 가능성이 있다. 진척 없는 북한 비핵화 협상보다야 당장 숫자로 보여줄 수 있는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이 유권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한국과의 협상 결과는 ‘전례’가 되어 미국이 내년 협상을 시작하는 일본을 압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는 어떻게든 인상분을 최대치로 늘리려 할 것이다.
   
   트럼프는 ‘가치를 공유하며 같은 위협에 대항해 함께 싸우는’ 동맹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워싱턴의 한 전문가는 “트럼프에게 동맹국이란 이것저것 해달라고 조르고 공짜로 도와달라는 것만 많은 성가신 존재들”이라고 했다. 좀 더 심하게는 트럼프의 동맹 정책은 ‘미국이 더 이상 국제적 호구가 되지 않겠다’는 결심을 실행에 옮기는 일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정부는 동맹을 서비스와 가격 조건이 맞을 때만 유효한 일시적인 관계로 관리하려고 한다. 외교를 거래로 생각하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에서 한·미 동맹은 이제 예전과는 모양새가 다를 수밖에 없다. ‘혈맹’을 얘기하면 너무 감상적으로 보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동맹끼리 돈 얘기를 하는 게 낯설다. 하지만 트럼프는 연설하면서 방위비 분담금 관련 사례를 거론할 때마다 자신이 압박한 결과 유럽의 동맹국들이 이전에 비해 분담금 비율을 얼마나 높였는지를 자랑한다. ‘방위비 퍼주기’에 익숙한 미국인들이지만 돈 안 내고 미국에 자기 나라 방위를 맡겼던 나라들이 제값을 치르기 시작했다는 얘기에 흐뭇해한다. 관리들 사이에선 “트럼프가 엉터리인 줄 알았는데, 동맹국을 압박해 분담금을 받아내는 협상기술은 인정할 만하다”는 얘기가 나온 일도 있다고 한다.
   
   만일 미국과 매년 방위비 협상을 해서 분담금을 올려야 한다면? 갑자기 트럼프의 재선이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4년과 8년은 너무나 다르다. 트럼프가 재선돼 8년을 집권하게 되면 이후의 국제사회는 우리가 알던 그 세계가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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