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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4호] 2019.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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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변호사의 현장일지]소비자 안중에도 없는 승차공유 규제

정재욱  변호사ㆍ법무법인 (유한)주원 파트너변호사 

▲ 지난 6월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조합원 900여명(주최 측 추산)이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 반대 구호를 외치는 모습. photo 박상훈 조선일보 기자
세계 여러 나라에서 승차공유 서비스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가 잇따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각종 규제에 막혀 첫발조차 제대로 내딛지 못하고 있다는 논란은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혁신적 사고와 뛰어난 기술과 인재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한국 기업들은 규제의 장벽 속에 고난을 겪고 있다. 세계 1위 승차공유업체인 우버(Uber)도 결국 한국시장에 진출하는 데 실패했다. ‘타다’ ‘카카오 카풀’ 등의 서비스가 출시, 시범 운영되고 있으나 여전히 많은 논란 속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나서 정부, 택시, 카카오 모빌리티가 참여하는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만들고, 동 기구에서 일정한 사항을 합의함에 따라 승차공유 불법 논란은 일단락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합의로 인해 사실상 스타트업, 벤처기업의 승차공유, 모빌리티 업계 진출은 더욱 어려워졌다.
   
   그동안 타다와 같은 승차공유 서비스가 가능했던 것은 법적 예외 조항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원칙적으로 렌터카 기사 알선은 금지되지만 예외적으로 11~15인승 승합차를 임차하는 사람에게는 운전자 알선이 가능하다(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34조 제2항, 동법 시행령 제18조 제1호 바목). 위와 같은 예외 조항은 소규모 단체관광을 위한 렌터카 임차 시 임차인이 직접 운전하기 곤란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하여 도입되었다. 단체 관광을 위하여 10인승을 초과하는 대형 승합차를 빌려 놓았는데, 빌린 사람이 2종보통 면허만 보유하고 있어서 운전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위 예외 조항은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VCNC의 ‘타다’는 이러한 예외조항을 이용하여 11~15인승 승합차를 활용한 운전자 알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명시적 예외 조항에 부합하는 이상 이를 원칙적으로 불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타다’가 11인승 카니발을 고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가용 자동차를 유상운송용으로 활용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예외적으로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에도 유상운송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 제1항 제1호). 이러한 규정은 1990년대 수도권 인구과밀화에 따른 교통혼잡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지난 1994년 8월 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을 통해 도입되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의 경우에도 이러한 법 규정을 활용한 서비스인데, 이 또한 법령이 정하고 있는 제한적 범위(출퇴근)를 넘지 않는다면 불법으로 보기는 어렵다.
   
   
   사회적 대타협의 결과는 혁신이 아닌 규제
   
   규제의 공백, 법령의 예외를 활용한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자 택시업계에서 극렬한 반발이 이어졌다. 택시기사 분신사태가 발생하는 등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자 정부가 다급히 나서 정부·택시·모빌리티 업계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기구까지 만들었다. 그런데 사회적 대타협기구의 논의, 합의 결과는 혁신이 아닌 규제였다. 한편으로는 택시업계의 승리라 평가할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성 IT 대기업의 현실적 타협이라 볼 수 있다. 물론 그 자리에는 소비자의 편익 보호나 후발 중소 벤처업계의 혁신 성장 가능성에 대한 고려는 사실상 없었다.
   
   우선 ‘타다’와 같은 서비스와 관련해서는 국토교통부가 지난 7월 17일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며, 향후의 플랫폼 운송사업의 규제 방향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그 주된 내용은 (1)플랫폼 운송사업자에 대하여 허가제도를 운영한다는 것, (2)플랫폼 운송사업자로 하여금 기여금을 납부하도록 하고 이를 기존 택시 면허권 매입이나 택시 종사자 복지 등에 활용한다는 것, (3)운전기사 자격은 최소한의 안전 확보를 위하여 ‘택시기사자격 보유자’로 제한한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서 당장 타다 등의 서비스가 불법은 아니라고 하였으나, 장기적인 정책 방향성 자체는 규제의 공백을 ‘허가’로 대체하고, 상당한 물적·인적 요건을 두어 진입장벽을 높게 만드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자가용 유상 카풀과 관련한 주된 합의 내용 중 하나는 출퇴근 2시간(오전 7~9시, 오후 6~8시)만 카풀을 운행하고 주말과 공휴일은 제외한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그대로 개정되어 지난 8월 27일부터 시행되었다(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 제1항 제1호). 개정 전에는 이용자들이 출퇴근하는 시간이기만 하면 언제 어느 때라도 유상으로 카풀하는 것이 가능했다면, 개정조항이 시행된 8월 27일부터는 정부가 정해준 출퇴근 시간대에만 유상 카풀이 가능해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평일 출퇴근 시간에 제한적으로나마 카풀(승차공유)을 허용하게 되었다고 평가, 보도하기도 하는데, 실제로는 그 반대다. 법상 무제한적으로 허용되던 출퇴근 시간 유상 카풀이 매우 제한적으로 범위가 좁아져 사실상 금지된 것이나 다름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출퇴근 때 자가용 자동차를 유상으로 함께 타는 경우를 원천적으로 금지하자는 다른 법안들보다는 합리적이라 할 수 있으나, 실제 각 기업별로 출퇴근 시간이 매우 상이하고, 유연근무제를 시행하는 사업장의 경우 개개인마다 출퇴근 시간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연 이것이 바람직한 대안인지 상당한 의문이 있다. 특히 규제의 공백기 동안 사업을 준비한 많은 업체들의 입장으로서는 필연적으로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풀러스의 경우 카풀 시간제한 때문에 사실상 사업을 전면 재검토 중이라고 한다.
   
   
   소비자 편익·벤처기업 혁신은 어디에?
   
   택시·버스 사업의 경우 차량조건(차령 제한), 운전자 자격, 신원 확인 등의 규제가 존재하는 반면 승차공유 플랫폼 서비스 업체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적용될 만한 규제가 없다 보니 승객 안전, 범죄 예방 등에 취약할 여지가 있다는 비판은 경청할 만한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러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승차공유에 대한 진입장벽을 매우 높게 만들어 사업 접근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 든다.
   
   대타협기구를 통한 합의는 플랫폼 IT 대기업과 택시업계 양 당사자 입장에서는 서로 상생이 될 수 있지만, 이제 막 출발하는 스타트업, 벤처기업 입장에서는 사실상 승차공유 접근금지 조치나 다름없다. 돈은 별로 없더라도 혁신적 아이디어와 참신한 인재를 바탕으로 시작하는 스타트업 기업이 과연 기여금을 납부할 여유가 있을지 생각해보자. 특히 규제 공백으로 인한 갈등이 생길 때마다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대타협 기구를 만들어 많은 논의를 거쳐 해결해야 한다면, 어떻게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이 혁신을 일으킬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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