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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6호] 20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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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을 하며]대통령의 고집

정장열  편집장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해온 여권 성향의 지인들과 저녁 자리를 가졌습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지금도 기원한다”면서도 ‘조국’에 대한 분노를 참지 못하더군요. “조국이 뭔데 이렇게 정권에 부담을 주느냐”며 야권 지지자들 못지않게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해 화를 냈습니다. 한 분은 “촛불정권의 상징인 조국을 지켜야 한다”는 이른바 ‘문빠’들 사이의 정서를 도대체 누가 만들어낸 것이냐고 혀를 찼습니다. ‘조국이 촛불정권의 상징’이라는 말도 안 되는 명제를 내세워 스스로 족쇄를 채운 바람에 여권 전체가 벼랑 끝에 섰다는 한탄을 했습니다.
   
   조국 사태로 인한 여권 지지자들의 위기감과 불만은 결국 문재인 대통령을 향하는 것 같습니다. 청와대와 여당 친문 지도부에 비판적인 비문 인사들은 조국 사태가 이 지경까지 굴러온 것은 조국 장관의 뻔뻔함에 더해 문 대통령의 벽창호 스타일이 합쳐진 결과라는 말들을 합니다. 여권 인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6일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뒤 조국 장관을 만났다고 합니다. 몇몇 언론의 보도대로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조국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직접 질문을 던졌다는 겁니다.
   
   여권 내부에서는 이날의 대면을 ‘대통령의 친국’이라고 표현하는 모양인데, 이 자리부터가 패착의 시작이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미 검찰이 손을 댄 사실상 피의자를 대통령이 불러 해명을 듣는 자리 자체가 대통령의 운신 폭을 좁혀버렸다는 얘기입니다. 결국 대통령은 ‘조국은 안 된다’는 주변의 반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초 결정대로 조국 장관을 밀어붙였습니다. 조국 장관에 대해 더 분노하고 성미가 급한 여권 지지자들은 대통령이 이미 인사청문회 전에 결단을 내렸어야 했다는 말도 합니다. 판을 크게 보고 정무적 판단을 제대로 했다면 지소미아 파기 결정과 조국 임명 철회를 동시에 했어야 한다며 아쉬움도 내비칩니다. 그럴 경우 여권이 지소미아 이슈로 정국 주도권을 계속 쥐고 갈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지만 여권 입장에서는 다 만시지탄의 얘기들일 겁니다.
   
   문 대통령은 조국 장관에 왜 집착할까요. 결국 문 대통령 특유의 고집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문 대통령의 고집은 대단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지만 결국 자기 뜻대로 하고 마는 모습이 더 답답하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격렬한 토론을 벌이고 생각을 바꾸기도 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스타일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여권 인사들은 문 대통령의 ‘검찰 트라우마’를 지적하기도 합니다. 친구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검찰의 칼에 밀려, 특히 조직 이기주의를 다시 드러내는 듯한 검찰에 항복해 검찰개혁의 상징인 ‘조국’을 포기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아무튼 대통령의 고집으로 나라가 격렬한 소용돌이에 휘말렸습니다. 9월 26일 열린 20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여야가 ‘조국’을 가운데 놓고 난타전을 벌이는 모습은 한국의 정치가 얼마나 극심한 소모전에 빠져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조국’ 찬반으로 나뉘어 국민들 역시 사활을 건 듯한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무지한 것이고, 이를 알고도 방치했다면 교활하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겁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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