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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피니언
[2577호] 201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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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선의 트럼프 연구]탄핵 정국 성토장 된 외국 정상 기자회견장

강인선  조선일보 워싱턴지국장 insun@chosun.com

워싱턴의 취재현장에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장면 중 하나는 외국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이 합동 기자회견을 할 때 미국 기자들이 외국 대통령은 무시해버리고 미국 대통령에게 국내 문제에 대한 질문을 퍼부을 때였다. 한국 대통령이 방미했을 때도 비슷한 일이 늘 있었다. 때로는 그런 장면이 결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을 만날 기회를 잡은 기자들이 인정사정없이 가장 중요한 현안을 물고 늘어지는 건 지금도 변함이 없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 문제로 탄핵 국면에 빠져든 상황에서 최근 미국과 핀란드 정상회담이 열렸다. 양국 정상이 나란히 선 기자회견장은 트럼프가 탄핵정국에 대해 성토하는 장으로 변해버렸다. 핀란드 대통령이 무대에 있다는 것을 모두 잊어버린 듯 트럼프와 기자들은 탄핵을 둘러싸고 설전을 벌였다. 트럼프는 자신을 향한 민주당의 탄핵 칼날에 대한 분노를 뿜어냈다.
   
   사람은 급할 때 본성이 나온다. 트럼프는 평소에도 별로 감추는 것이 없다. 하지만 민주당이 탄핵조사 시작을 공식 선언한 후에는 평소 기질을 몇 배 더 강하게 발휘하며 더 적나라하고 격하게 대응하고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나 참모들도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과 백악관이 조율해 조직적인 대응에 나서기 전에 트럼프가 못 참고 한발 앞서 나가기 때문에 트럼프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 분위기가 된다. 하루에 약 40개의 트위터를 쏟아내기도 한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며 자신의 정적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 아들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는 데서 시작한 우크라이나 의혹 관련자 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그만둔 후 미국 외교안보의 ‘원톱’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던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문제의 통화를 들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늘 그렇지만 조사과정에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분위기는 점점 뒤숭숭해지고 있다. 백악관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트럼프 탄핵정국에 대한 찬반 의견은 거의 반반쯤 된다. 지난 9월 말 CNN 조사를 보면 47%가 탄핵에 찬성했고 45%가 반대했다. 다른 조사들 역시 이 수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움직이는데, 앞으로 의회 조사 진전에 따라 엎치락뒤치락할 것이다. 트럼프가 외국 정부를 미국 선거에 끌어들이려 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보는 사람들도 많지만, 또 한편에선 민주당이 당파적 이해를 위해 탄핵 가능성의 문을 열었다는 주장도 많다.
   
   한국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문제가 모든 뉴스를 빨아들이듯, 미국에서도 탄핵 논란이 다른 모든 뉴스를 압도하고 있다. 한국에서 거론되는 모든 정치 이슈의 시선이 내년 총선에 맞춰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기·승·전·대선’이다. 하원은 민주당 우위지만 상원은 공화당 우위인 현 정치구도를 생각하면 지금 당장 숫자만 따져서는 탄핵 가능성이 높지 않다. 하지만 탄핵이 안 되더라도 2020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는 것이 민주당의 전략이란 해석도 나온다.
   
   한·미 모두 마찬가지지만 양극화된 정치환경에선 정확한 사실보다는 누구 편이냐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더 한 치 양보 없는 대결이 계속된다. 이렇게 분위기는 마치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 것처럼 에너지를 빨아들인다. 벌써 지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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