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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피니언
[2578호] 2019.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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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변호사의 현장 일지]모양은 ‘등록제’ 실제는 ‘허가제’, 해외송금 핀테크

정재욱  변호사ㆍ법무법인 주원 파트너변호사 

▲ 지난 7월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우측 왼쪽 두 번째) 주재로 ‘금융혁신을 위한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photo 뉴시스
암호화폐를 활용한 해외송금 방안을 제시해 은행, 지자체,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A업체의 사업모델은 법령상 근거도 없는 정부 방침으로 2017년 말 무산됐다. B업체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해외송금 서비스에 대한 규제 샌드박스 신청을 했지만, 투기 조장 논란 속에 제대로 된 심의 없이 6개월째 심사 단계에서 계류 중이다. C업체는 암호화폐 기반 해외송금업을 하다가 환치기 논란으로 모든 사업을 중단했다. 대표는 형사처벌을 앞두고 있다.
   
   지난 2년간 해외송금 핀테크 업체들이 겪었던 일들이다. 정부에서는 규제 혁신, 규제 샌드박스, 혁신 성장 등 듣기 좋은 구호를 외치고 있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법령상 근거도 없는 규제가 양산되고 있다. Azimo, Rebit 등 전 세계적으로 P2P,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혁신적 해외 송금서비스가 시작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이를 시도하는 것은 금기시된다. 범정부 방침, 창구지도라는 명목하에 이루어지는 이러한 규제들은 업체 입장에서 보면 서비스 시행 전까지 있는지도 확인하기 어렵다. 그 내용 또한 불명확하여 사업자로서는 대응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암호화폐, 해외송금 수단으로 주목
   
   암호화폐라 하면 투기나 사기 등을 떠올리기 쉽지만, 한국에서 사업적으로 논의된 초창기에는 해외송금 수단으로 주목을 받았다. 세계 각지에 거래소가 설립되고,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거래되면서 이를 활용한 송금서비스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은행은 SWIFT(시중은행 간 국제결제망)를 통하여 해외송금 업무를 처리하는데, 중개은행을 거쳐 송금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2~3일 정도 소요된다. 송금수수료뿐만 아니라 전신료, 해외 중개수수료까지 더해지기 때문 에 수수료가 송금액의 4~8% 정도에 달할 정도로 높다. 이에 비해 이더리움, 리플 등과 같은 암호화폐를 이용하면 거의 실시간으로 송금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중개은행과 같은 여러 기관을 거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저렴한 비용으로 송금이 가능하다. 한국에서도 몇몇 혁신적 핀테크 기업이 2015년 하반기부터 비트코인을 활용한 해외송금 서비스를 개시하였다. 해외송금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혁신적으로 줄였다는 점 때문에 혁신적이고 성공적인 ‘핀테크(Fintech)’ 서비스 중의 하나로 주목을 받았고, 정부·은행·지자체·대학·언론 등에서도 2016년 상반기까지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였다.
   
   
   환치기 논란과 소액해외송금업의 도입
   
   그런데 2016년 하반기, 정부는 돌연 비트코인 등을 활용해 해외송금을 하는 것이 외국환거래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면서 그 실태 파악에 착수했다. 정부는 외국환거래법상 외국환 업무를 업으로 하려는 자는 외국환 업무를 위한 충분한 자본, 시설, 전문인력을 갖추어 미리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등록을 해야 하는데(당시 법령상으로는 금융회사만 등록이 가능했으므로 일반 핀테크 업체들은 등록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해외송금업을 영위하는 핀테크 업체들은 이러한 등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외국환거래법 위반에 따라 처벌(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억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외국환거래법 제8조 제1항, 외국환거래법 제27조의 2 제1항). 당시 핀테크 업체들은 암호화폐는 외국환거래법상 외국환이나 대외지급수단 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으므로, 암호화폐를 활용한 해외송금은 외국환 업무에 해당하지 않으며, 그 결과 ‘외국환 업무’를 할 때 필요한 외국환거래법상 등록은 필요 없다는 취지로 항변하였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넓은 의미로 보았을 때 그 매개체와 관계없이 원화가 다른 국가의 통화(달러화 등)로 바뀌었기 때문에 외국환 거래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해 조사를 지속했다. 다행히 대부분 처벌로 이어지지는 아니하였고, 뒤늦게나마 2017년 7월부터 소액해외송금업이 신설되어 핀테크 업체들도 기획재정부에 등록을 마치면 제한적 범위(건당 3000달러, 1인당 연간 누계한도 2만달러 범위, 최근에는 5000달러, 5만달러로 상향 조정)에서 독자적으로 자유로이(특별한 수단 제한 없이) 해외송금업을 영위할 수 있게 제도가 마련됐다(외국환거래법 시행령 제15조의 3 제1항, 외국환거래규정 제3-4조).
   
   
   라이선스만 받으면 된다더니
   
   최초 이러한 소액해외송금업 제도가 도입되고 소개될 당시에는 소액해외송금업 등록(라이선스 취득)만 하면 제한적 범위 내에서는 아무런 수단적 제약 없이 해외송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서울보증보험 등 관계 기관 담당자들이 참석한 소액해외송금업 설명회에서는 비트코인 등을 이용한 해외송금 서비스도 허용되는 것처럼 논의되었다. 2017년 7월 10일 기획재정부에서도 소액해외송금업의 경우 기존 화폐 외에 새로운 송금 수단도 인정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그런데 2017년 하반기 암호화폐 투기수요가 급증하자 정부에서는 갑자기 태도를 변경하여 소액해외송금업에서 암호화폐를 활용하는 것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정부에서는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범정부 차원의 방침에 따라 암호화폐를 이용한 소액해외송금업 등록을 받아주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방침의 법적 근거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법령상 소액해외송금업을 하려는 자는 일정한 등록 요건을 구비하여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등록을 하면 되는데(외국환거래법 제8조 제3항 제2호), 여기에서 등록 요건이란 ①상법상 회사로서 자기자본이 10억원 이상일 것 ②재무건전성 기준을 충족할 것 ③전산망 연결 ④전산설비 및 전산 전문인력의 구비 ⑤외국환 전문인력 2인 이상 확보 ⑤임원에게 결격 사유가 없을 것 정도이다. 외국환거래법령에 의하면 소액해외송금업의 등록 요건을 모두 갖추면 반드시 등록 신청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고(외국환거래법 시행령 제15조의 2 제4항), 정부에 별도의 재량권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정부가 문제 삼고 있는 해외송금 수단이나 방식은 법령상 등록 요건이 아니다. 따라서 해외송금 수단이나 방식이 타당하지 않다거나 위험 요소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등록을 거절할 수는 없다. 제도상으로는 정부의 재량이 거의 없는 ‘등록제’로 만들어두고서도 실제로는 정부의 재량이 상당한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다. 정부 부처에 이러한 사항을 지적하면 되돌아오는 대답은 ‘법령 문구와 상관없이 정부 방침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말로만 규제혁신
   
   법령상 근거도 없는 정부의 규제로 인하여 현재 한국의 소액해외송금 업체들은 암호화폐, 블록체인 기술 등 새로운 송금 수단을 활용한 해외송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일부 업체는 규제 샌드박스 신청까지 했으나 현재까지 제대로 심의되지도 못했다. 기획재정부와 법무부가 ‘투기 조장’ 우려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문제가 예견된다고 하여 사업 자체를 시도조차 못 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우선적으로 사업을 허용하고 시행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하는 부분이 있으면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타당한지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도전을 막는 사회에 과연 혁신과 미래가 있을지 상당한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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