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 전쯤 김원곤 박사가 페루 리마로 떠나는 사연을 전해 듣고는 바로 신년호 커버스토리로 다루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지난 8월 서울대 의대를 정년퇴임한 김 박사는 ‘닥터머슬맨’으로 알려진 의사입니다. 그 바쁘다는 서울대 흉부외과 교수로 있으면서 60대 중반에 젊은이들도 부러워할 만한 근육을 키워 몸짱이 된 분입니다.

이 양반이 리마로 떠나는 사연이 신선하고도 재미있습니다. 닥터머슬맨이 지난 수년간 외국어 공부에 심혈을 기울여온 건 기사로 알고 있었지만 갈고닦은 외국어 실력을 실전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3개월간의 현지 생활에 도전한다는 겁니다. 스페인어권의 리마를 시작으로 프랑스어, 중국어, 일본어로 현지 도전이 3개월씩 이어질 예정이라는데 은퇴 후 남다른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그가 부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나이 70을 바라보면서도 몸과 정신의 팽팽함을 놓지 않으려는 그의 노력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해부터 좌충우돌 ‘리마 일기’를 주간조선에 연재하겠다는 김 박사와 얼마 전 저녁 식사 자리에 마주 앉았습니다. 그동안 전화통화만 해온 그는 예상대로 건강하고 쾌활했고 무엇보다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그는 “근육을 키우면 자신감도 커진다”고 거침없이 얘기하더군요. 그가 근육과 외국어 실력을 함께 키워온 ‘비법’은 기사에서 소개한 대로입니다. 어찌 보면 비법이랄 것도 없이 그냥 ‘남다름’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남들보다 부지런하고, 남들보다 강한 집중력이 비결이라면 비결일 겁니다. 답을 이렇게 적어놓으면 다들 좌절하기 십상입니다. 바쁜 의사 생활을 하면서 시간을 쪼개 운동을 하고 외국어 공부를 해온 그의 일상은 이른바 ‘넘사벽’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 박사가 기사 속에서 밝힌 비결 중 제 눈길을 끄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즉 ‘습관의 힘’입니다. 김 박사는 “인생의 행복을 맛보려면 일찍부터 준비해야 한다”면서 끈기와 습관 만들기의 중요함을 강조하더군요. 실제 그는 운동 가기 전 30분 어학 공부하고 운동하면서 복습하기, 지하철 출퇴근길에 단어 외우기, 출근 준비하면서 4개 국어 채널 5분 이상씩 시청하기 등, 행복으로 인도해온 자기 나름의 건강한 습관을 차근차근 쌓아온 것으로 보입니다. ‘사소해 보이는 습관이 결국 의지보다 더 강하다’는 말이 떠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마침 최근 ‘해빗(HABBIT)’이라는 책도 나왔습니다. ‘습관 과학’ 분야의 대표적 학자인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교수 웬디 우드가 쓴 이 책은 과감하게 ‘의지를 믿지 말고 습관부터 바꿔라’라고 충고합니다. 저자는 ‘일단 시작해보라’는 나이키의 슬로건 ‘저스트 두 잇(Just Do It)’을 ‘정신력에 대한 과대평가가 탄생시킨 세속적인 계명’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의 삶에서 습관에 지배되는 행동의 비율에는 개인 차가 거의 없는데 그 비율이 평균 43%를 약간 넘는다고 합니다. 결국 웬만한 ‘독종’이 아니라면 의지만으로 뭔가를 이뤄내긴 힘들다는 얘기입니다. 거꾸로 나쁜 습관은 놔둔 채 욕망을 억제하라고만 말하는 것은 ‘압력밥솥처럼 분노가 폭발할 때까지 욕망과 충동을 억누르고 살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저부터 새해에는 나쁜 습관은 버리고 건강한 습관을 쌓아보려고 합니다. 몸짱의사 따라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러다 보면 몸짱의사 비슷하게는 되지 않을까 희망을 품어봅니다. 독자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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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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