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정계 복귀 뉴스가 터져나왔습니다. 해외에서 머물던 안 전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나라의 정치는 8년 전 저를 불러주셨던 때보다 더 악화되고 있다”면서 귀국 후 ‘독자 행보’를 예고했습니다.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다가 패배한 후 1년 반 만에 정치 일선 복귀와 총선 참가 의사를 밝힌 것입니다.

선거에서 패한 정치인들은 ‘항상’ 돌아옵니다. 제 취재 경험으로 볼 때도 선거에서 패한 후 바로 정계은퇴를 해버리는 정치인들은 가뭄에 콩 나듯 합니다. 특히 ‘용꿈’을 한 번이라도 꾼 정치인들은 절대로 정치판을 쉽게 떠나지 못합니다. 해외에 머물던 거물 정치인들이 돌아온다는 것은 드디어 선거 시즌이 시작됐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정계 복귀를 선언한 안철수 전 대표 뉴스를 보면서 지난 대선 기간 부산 해운대에서 그를 단독 인터뷰한 기억이 났습니다. 당시 안철수 후보는 지지율 1위 문재인 후보를 맹추격 중이었습니다. 목소리 톤까지 걸걸하게 바꿔 화제가 됐던 그는 바닷가 커피숍에서 만나 “곧 2강 구도로 간다”며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더군요. 당시 인터뷰를 다시 읽어보니 그의 ‘계파정치 망국론’이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친문(親文) 패권세력의 집권을 막는 것이 그만큼 절박하고 그걸 해낼 수 있는 게 나뿐이기 때문이다. 요즘 나는 나라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다. 계파 패권세력에 다시 나라를 맡겨서는 안 된다. 계파 패권세력이 뭔가. 끼리끼리 나눠 먹는 것 아닌가. 박근혜 정부의 실패는 박근혜의 문제 플러스 계파정치 때문이었다. 자기들끼리 나눠 먹으면서 인재를 골고루 등용하지 않고 무능한 사람에게 중요한 일을 맡기니까 나라가 이 꼴이 된 게 아닌가. 계파 패권정치의 끝은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이다. 다시 한번 나라를 계파 패권세력에 맡기면 우리는 남미처럼 추락한다.”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권의 현 상황을 떠올리면 나름 선견지명이 있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안 전 대표는 자신의 앞날은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했습니다. 그는 인터뷰 며칠 후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내가 MB 아바타냐”란 뜬금없는 질문을 던지며 추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그는 자신을 MB 아바타로 몰아세운 드루킹의 댓글부대들을 지금도 원망할지 모릅니다. 그 원망이 깊을수록 그가 정치판을 떠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큰 꿈을 꾸는 정치인들이 가장 고민하는 대목은 복귀의 타이밍입니다. 가능하면 주목을 받으며 불쑥 정치판에 다시 나타나 판세를 한 번에 휘어잡기를 꿈꿉니다. 이른바 ‘메시아 코드’도 자주 언급됩니다. 어지러운 세상을 구할 거물 정치인의 복귀라는 외투를 걸치고 나타나기를 갈망합니다. 하지만 스스로의 조급증과 주변의 잘못된 조언 등으로 타이밍을 망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지금 안철수 전 대표가 과연 적절한 타이밍에 돌아왔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겁니다. 지난 지방선거 때 맥없이 패배한 그를 보면서 아예 기대를 접은 사람들도 많은 듯합니다. 정청래 민주당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놓고 ‘안철수 정계 복귀가 성공할 수 없는 이유’를 장황하게 늘어놓기도 했더군요. 하지만 안철수의 복귀가 총선의 주요 변수가 된 건 분명해 보입니다. 유독 변수가 많은 이번 총선에 또 다른 변수가 추가된 셈이죠. 출렁이는 민심이 결국 누구를 덮칠지가 사뭇 궁금해집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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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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