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직업이나 마찬가지겠습니다만 직장 1년 차 때의 어려움이 있고, 10년 차 때의 어려움이 있고, 심지어 30년 동안 같은 일을 한 사람도 나름의 어려움이 있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신문이나 잡지를 오래 만들어온 사람들에게 이번 주가 그런 경우에 해당합니다. 우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국민의 관심이 온통 여기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안전과 관련한 일이 벌어지면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국민들에게 있어서 안전 문제는 정치나 먹고사는 문제보다 우선합니다. 언론사도 독자들의 관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어느 때보다 분주해집니다.

이런 비상사태 때는 기존에 준비했던 기사는 보류한 채, 어떻게 하면 더욱 정확하고 가치 있는 정보를 전달할지 부서원들이 머리를 맞댑니다. 여기에 다른 매체에서 볼 수 없는 우리만의 기사를 싣고자 하면 어려움은 배가됩니다. 주간조선도 이번 주 오랫동안 준비했던 기사를 잠시 접어두고 부랴부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한 내용을 커버스토리로 담았습니다. 우리 기사가 국민의 안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입니다.

언론사에서 이런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워크입니다. 주간조선 편집국도 이번 주 팀워크를 발휘했습니다. 조선일보 입사 30년을 맞아 안식휴가를 간 정장열 편집장의 공백을 차석인 황은순 차장이 메웠습니다. 또한 중국 문제 전문가로 지난해 상하이에서 1년간 살다온 이동훈 기자가 있어서 차별화된 기사를 실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제작부서 동료들의 노고까지 더해져 이번 주 주간조선도 무사히 독자님들 손에 전달이 되겠지요. 저를 비롯한 나머지 기자들은 여기에 숟가락 하나를 살포시 얹었을 뿐이지만, 그래도 “이게 팀이니까”라는 약간의 뻔뻔함으로 이번 한 주 또 무사히 넘어갑니다. 글을 쓰다 보니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제가 속해 있는 조직의 팀워크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이나 나라의 구성원 간 팀워크에까지 생각이 미칩니다. 팀워크란 단어를 조금 더 광의의 조직에 적용하면 아마도 공동체정신 정도로 바꾸어 쓸 수 있겠지요. 우한에서 온 교민들을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에 있는 시설에 격리 수용하기로 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극심합니다. 이에 대해 지역이기주의라는 비판도 있지만, 아마도 주민들은 처음에 정부가 격리시설을 천안으로 검토하다가 자신들 지역으로 변경을 한 것에 더 화가 난 것이 아닌가 짐작해봅니다. 정부의 신속하고 정확한 정책 결정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렇지만 내가 사는 지역은 무조건 안 된다고 반대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공동체 전체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가적 대응이 필요한 사태에서는 정부 당국자들의 올바른 정책 결정만큼이나 필요한 것이 바로 국민들의 공동체정신이 아닐까 합니다.

아직 40대 중반에 불과한 저도 세상은 돌고 돈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다른 공동체 구성원의 아픔을 넉넉히 안아줄 때 그 배려가 돌고 돌아 결국 나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 이게 세상의 이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같은 이치로 민초들의 공동체를 분열로 몰아넣는 정치인들이 있다면, 언젠가 그 대가를 치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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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혁진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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