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커버스토리는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는 대만 얘기입니다. 당초 이 기사를 준비한 문제의식은 우리와 대중 교역규모가 비슷한 대만은 어떻게 중국과의 문을 과감하게 틀어막을 수 있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경제’ ‘호혜’ 운운하며 전염병 발생지로부터의 사람 유입을 그대로 놔둔 문재인 정부의 실책을 방역 모범국 사례에 비춰 비판해보자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이동훈 기자가 취재한 기사를 찬찬히 읽어가다가 제 문제의식이 약간 달라졌습니다. 중국인 입국금지에 대한 양국의 차이뿐만 아니라 달라도 너무 다른 ‘마스크 행정’ 때문이었습니다.

기사를 보셨으면 알겠지만 대만 정부는 중국 당국이 우한을 봉쇄한 다음 날인 지난 1월 24일부터 의료용(N95) 마스크에 대해 1개월간 수출금지 조치를 발동했습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만섬 내에서 사용할 마스크가 중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선제적으로 차단한 것입니다. 우리보다 무려 한 달이 앞선 조치였고, 그동안 중국에 우리의 마스크가 대규모로 수출된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돋보이는 선제 조치였습니다.

대만 정부는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동시에 안에서도 ‘낭비’를 없앴습니다. 지난 2월 6일부터는 건강보험카드를 가진 내국인만 마스크를 하루 제한량에 맞춰 구입토록 하고 가격도 통제하면서 장기전에 대비했습니다. 뒤늦은 수출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마스크 수급이 여전히 원활하지 못해 혼란을 겪은 한국과 비교하면 빼어난 일솜씨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만 정부의 일처리를 보면서 새삼 갖게 된 문제의식은 왜 우리는 좋은 정부, 좋은 행정을 누리지 못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히 문재인 정부의 잘잘못을 따지는 상대평가에서 일종의 절대평가로 시선이 옮아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초기 우리 정부는 ‘믿어달라’고 했다가 지금은 ‘국민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태도로 바뀌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정부를 믿으라’고 하다가 사흘 만에 ‘국민도 방역 주체’라며 말이 달라졌습니다. 우리 정부는 늘 이런 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책을 거듭하면서 사태를 키운 끝에 결국은 국민에게 손을 벌리고 감성에 호소합니다. 그러면 착한 국민들은 발 벗고 나서서 위기 극복에 동참합니다. 지금 위기에 빠진 대구에 저녁 일과 후 달려가는 개업의들의 대열이 우리 국민들의 착한 심성을 상징합니다. 납세와 국방의 의무를 지는 국민들에게 정부가 또 다른 부담을 떠안기는 식입니다.

왜 이런 잘못이 되풀이될까요. 우리는 왜 좋은 정부, 좋은 행정을 누리지 못하는 걸까요. 대만의 사례를 보면 결국 좋은 지도자, 전문가에게 일을 맡길 수 있는 지도자의 안목 등이 좋은 정부를 가르는 성패의 요인 같습니다. 복잡한 상황에서는 교과서를 찾는 것이 항상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중앙대 박희봉 교수가 쓴 ‘좋은 정부, 나쁜 정부’라는 책에는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좋은 정부란 국가의 평화와 번영을 이룩하고, 구성원의 자유와 권리, 행복을 증진하는 정부다. 반면 나쁜 정부란 나라를 전쟁 상태로 몰아넣거나, 사회적 퇴보를 조장하고, 구성원들을 속박과 가난, 갈등에 시달리게 만드는 정부를 말한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 담당자들이 곱씹어봤으면 하는 대목입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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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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