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어떻게 끝날지 지금으로서는 점치기 힘들지만 이번 사태는 여러모로 색다른 기록을 남길 전망입니다. 우선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마스크 대란부터 사상 초유의 사태로 기록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동안 여러 전염병이 우리를 위협해 왔지만 지금처럼 마스크 부족 사태로 난리를 친 경우가 있었는지 떠올리기 쉽지 않습니다. 단적으로 지난 메르스 사태 때만 하더라도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드물었다고 기억됩니다. 실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당시 마스크 착용률은 16% 정도에 그쳤습니다. 물론 똑같은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지만 메르스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더 전염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긴 합니다.

이번 사태 와중에 마스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메커니즘은 사태 진정 후 한번 따져볼만합니다. 특히 마스크의 실효성을 두고는 지금도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마스크의 과도한 사용을 자제하자는 쪽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가이드라인은 분명 호흡기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만 마스크 착용을 권장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반면 마스크 착용이 전염병 확산 방지의 제1방어선이라는 주장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실언과 허언을 거듭한 정부의 마스크 수급정책 실패가 이런 혼란을 불러온 측면도 분명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마스크 대란이 빚어진 배경으로 황사와 미세먼지를 꼽기도 합니다. 최근 몇 년간 극심해진 황사와 미세먼지가 KF80, KF94 수준의 보건 마스크에 대한 관심을 크게 높였고, 우리에게 친숙해진 이런 ‘고급’ 마스크들이 이번 바이러스 사태에서 각광받으면서 마스크 수요를 폭증시켰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하루 1만명씩 코로나19 확진자를 골라내는 것도 전염병 역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그동안 바이러스 전염병이 돌 때 확진자는 증상이 다 나타난 후에야 판명 나기 일쑤였습니다.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할 때 국내 감염자가 무려 74만여명이었고, 사망자가 260명을 넘었지만 신종플루를 일으키는 H1N1 바이러스 보유자인지 아닌지 증상 발현 전에는 잡아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는 무증상 상태라도 진단키트를 이용해 확진자들을 신속히 가려내고 있습니다. 진단키트 기술, 특히 한국 벤처기업의 기술이 제때 효과를 보고 있는 셈입니다. 현재 질병관리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고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생산하는 업체는 씨젠·코젠바이오텍·SD바이오센서·솔젠트 등 4개 기업으로 한 주에 1만4000개를 공급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 주에 40만명의 진단검사를 감당할 수 있는 양입니다. 해외 언론이 신기한 눈으로 쳐다볼 만한 규모입니다.

무엇보다 이 정부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사후에 철저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메르스 사태 때도 당시 박근혜 정부는 어처구니없는 실책을 저질러 뭇매를 맞았습니다. 병원 감염이라는 허술한 구멍을 방치해 이름도 낯선 호흡기 질환을 재앙으로 만든 잘못은 큽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정부는 성난 민심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는 중입니다. 무엇이 실책이고 실기였는지를 정확히 판단해 기록으로 남겨야 다음번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는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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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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