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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1호] 202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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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세계 경제 붕괴? 공포가 멈출 때 은값이 오른다

홍익희  세종대 대우교수·‘월가이야기’ 저자 

▲ 지난 3월 16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한 주식거래인이 추락하는 지수를 쳐다보고 있다. 이날 다우지수는 13% 가까이 폭락하면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전으로 돌아갔고, 국제 유가도 배럴당 30달러 선이 무너졌다. photo 뉴시스
시장이 무너져 내렸다. 주가, 유가, 금리, 환율, 부동산, 금값이 동시에 주저앉았다. 미국 연방준비이사회(Fed)는 지난 3월 3일과 15일 두 번에 걸쳐 긴급회의를 소집해 기습적으로 기준금리를 대폭 내려 제로금리에 진입했다. 동시에 대규모 양적완화도 가동했다. 원래 이렇게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면 월가는 환호하고 주가는 반등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미국의 주가지수는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심하게 빠졌다.
   
   연준은 왜 이리 급하게 쫓기듯이 기준금리를 대폭 낮춰야 했을까? 이번 금리인하를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에 대한 선제적 경기부양책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설명이 약하다. 그럼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연준이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한 다음 날인 지난 3월 16일 일명 ‘공포지수’라 불리는 변동성지수(VIX)가 82.69로 치솟았다. 전날보다 무려 43%나 급등한 것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1월 21일 최고치인 80.74를 넘어서는 사상 최고 기록이었다. 변동성지수는 향후 30일 동안의 주식시장 변동성에 대한 시장의 두려움을 나타내는 잣대이다. 앞으로 한 달 이내에 더 큰 변동성(폭락)이 올 것을 겁내고 있는 것이다. 과연 월가는 무엇을 겁내고 있는 것일까?
   
   
   ‘CCC 복합위기’가 투매 불러
   
   코로나19 확산으로 실물경기가 심하게 가라앉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월 6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의 석유전쟁이 터졌다. 배럴당 60달러대였던 유가가 18년 만의 최저치인 20달러 초반으로 폭락했다. 시장은 바짝 긴장했다. 셰일 업체의 손익분기점인 40달러대를 한참 밑도는 유가는 회사채 시장을 걱정하게 만들었다. 셰일 기업들의 회사채 부실을 시발로 혹여 대출채권담보증권(CLO) 파생상품의 붕괴로 연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확산됐다.
   
   CLO라는 ‘대출채권담보증권’은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대출을 묶어 증권화한 것이다. 회사채가 부실해지면 CLO가 부실해지며 이는 다시 한 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이러한 파생상품이 위험한 이유는 장외거래 상품이라 누가 얼마만큼을 갖고 있는지 파악이 힘들어 순식간에 신용경색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공포지수가 급등했던 것이다.
   
   이를 ‘CCC 복합위기’라 부른다. ‘Corona19’ ‘Crude oil’ ‘Corporate bond’ 위기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동시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는 13년 전의 신용경색 악몽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세계의 금융사들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주식과 금 등 거의 모든 자산을 팔아치우며 달러 현금 확보에 열을 올렸다.
   
   이번 코로나19 경제위기에 기름을 끼얹은 것이 유가 폭락이다. 사우디가 감산량을 기존 하루 180만배럴에서 추가로 150만배럴을 더 감산하자고 러시아에 제안했다가 거부당한 것이다. 감산 합의에 실패한 후 양국이 경쟁적으로 가격인하와 증산계획을 밝히면서 석유전쟁이 시작됐다. 석유전쟁으로 인해 연초 배럴당 60달러대였던 유가가 3월 26일 현재 20달러대 초반까지 폭락했다.
   
   사우디가 러시아에 제안한 내용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측이 100만배럴, 러시아를 비롯한 비OPEC 산유국들이 50만배럴을 감산하자고 했던 것인데 이를 러시아가 거부하자 감정싸움으로 돌변했다. 사우디는 역공에 나서 230만배럴 추가 증산계획과 더불어 석유가의 대폭 인하를 발표했다. 유럽으로 향하는 아랍경질유의 경우 유럽 국가들이 주로 사는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10.25달러나 더 내려 4월부터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유럽 시장에서 러시아의 입지를 아예 없애버리겠다는 강공책이다.
   
   
▲ 미국 텍사스주의 유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폭락한 유가를 미국 셰일 업체들의 손익분기점인 40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photo 뉴시스

   유가 폭락이 부른 회사채 공포
   
   러시아가 감산 합의에 반대한 것은 이들 두 세력이 감산하면 미국 셰일 업체들이 점유율을 높여 득을 보기 때문에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유가를 내려 미국에 타격을 주기 위해서였다. 여기에는 러시아의 미국에 대한 앙금이 작용했다. 러시아가 독일로 연결하려는 제2송유관 건설과 베네수엘라 석유 수출대행이 그간 미국의 방해로 지연되거나 무산되었을 뿐 아니라 크림반도 문제로 인한 미국의 경제제재 등 여러모로 불편한 대미 관계를 이번 위기에 제대로 설욕할 심산이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20달러 초반대까지 추락했으니, 1월 배럴당 65.65달러였던 유가가 3분의 1로 떨어진 셈이다. 이렇게 석유가격이 떨어지면 우리와 같은 비산유국에는 좋은 일이긴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초가삼간을 다 태울 수 있는 핵폭탄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초저가 유가는 산유국들의 손익분기점에 못 미치는 가격이다. 단순 채굴원가는 사우디가 배럴당 9.9달러, 러시아가 17.2달러, 미국이 23달러 정도이다. 그러나 여기에 ‘시추·완결 비용, 리스 비용, 세금, 로열티, 수송비, 판매관리비, 유가할인액 등’이 반영된 손익분기점 평균은 사우디가 25달러, OPEC 산유국 평균이 35달러, 러시아가 37달러, 미국이 43달러, 국제 평균이 45달러 수준이다. 이러니 이런 초저가 유가가 지속된다면 미국 셰일 업체들은 초토화되어 부도 업체들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30달러 초반 대에서 버틸 수 있는 미국 에너지 기업은 5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렇게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셰일 업체 등 에너지 관련 투기등급 회사채 가격 역시 폭락할 수밖에 없다. 이는 회사채 시장의 공포를 넘어 이와 연결된 파생상품 시장의 붕괴가 우려되는 사안이다. 이번에 러시아가 미국을 제대로 혼내고 있는 셈이다.
   
   지난 10여년간의 초저금리는 정말 많은 기업부채를 생산해냈다. 최근 미국의 ‘신용 스프레드’, 즉 미국 국채와 회사채 간 금리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신용 스프레드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눈에 띄는 특이점이 없었는데 2월 중순부터 급격히 높아지기 시작했다. 전례 없는 속도여서 자칫 채권시장 전반을 뒤흔드는 연쇄부도 우려가 커졌다.
   
   지난 3월 14일 CNN에 기업부채의 위험성에 대한 기사가 하나 떴다. ‘세계 경제를 침몰시킬 진짜 위협은 19조달러 규모의 위기등급 회사채’라는 기사였는데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 투자적격 등급 중 최하위 등급인 BBB등급 회사채는 10년 전의 48조달러에서 현재 75조달러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 2011년에는 BBB등급 회사채는 시장의 3분의 1가량이었는데, 이제는 전체 기업부채의 절반에 달한다.
   
   - 코로나19와 유가 폭락으로 인해 에너지, 항공, 관광, 자동차 기업들의 채산성이 크게 악화되어 관련 회사채들이 이자를 못 낼 위험이 커졌다. 이는 회사채로 인한 신용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 이런 회사채는 은행이 아니라 사모펀드나 헤지펀드, 연기금펀드 등이 주로 가지고 있는데, 여기서 신용등급이 하나만 더 떨어져도 금융기관들은 회사채를 대거 팔아야 하고, 그러면 금융시스템에 큰 충격이 온다. 기업들은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 기사 내용대로 기업부채가 미국 GDP의 45%를 넘어섰을 때 경제위기가 왔었는데, 지금은 이미 46%를 넘어선 상태이다.
   
   
   미국, 사상 초유의 지원에 나서다
   
   사태가 심각함을 깨닫자 미국은 역대 최강의 지원책을 연일 쏟아붓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지난 3월 23일 ‘무제한 양적완화’라는 사상 최대의 파격조치를 내놨다. 사실상 한계 없이 달러를 무한정 찍어내겠다는 선언이다. 더구나 국채와 모기지 채권 무제한 매입뿐 아니라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회사채도 BBB 이상 투자등급은 모두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무제한 양적완화보다도 파격적인 조치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쓰지 않았던 초유의 카드다.
   
   여기에 더해 성인 1200달러, 아동 500달러 지급을 포함하는 2조달러 규모의 트럼프 재정정책이 지난 3월 25일 의회를 통과했다. GDP의 10%를 투입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부양책이다. 이로써 연준과 트럼프 정부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조치가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이번 조치에 그간 미국 대선판에서 포퓰리즘으로 매도되었던 ‘기본소득’과 ‘현대통화이론(MMT)’ 개념이 차용된 점이 우리에게도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 지원에도 불구하고 ‘닥터둠’으로 불리는 미국 뉴욕대 루비니 교수는 시장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그는 “대공황보다 더 심각한 대공황이 오고 있다.… 코로나19가 멈춘다 하더라도 세계 금융시장은 한동안 추락을 지속할 것이고 경제는 위축되고 시장은 무너질 것”이라는 어두운 예측을 했다.
   
   하지만 연준의 회사채 지원계획은 CLO 파생상품으로의 부실 전이를 차단해 금융위기 가능성을 대폭 낮추어 주었다. 이로써 그간 신용경색에 대비해 달러 현금 확보를 위해 자산을 마구잡이로 팔아치우던 금융사들의 매도 행진이 어느 정도 누그러들고, 팔아치우던 금 등 안전자산과 삼성전자와 같은 우량주는 다시 사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루비니 교수가 우려하는 더블딥이 이번 위기에도 급습할 것인지의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트럼프, 유가 끌어올리는 데 총력전 펼 듯
   
   어찌됐든 트럼프의 재선 길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이번 경제위기의 해결 여부가 그의 재선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연준과 행정부의 사상 최대의 지원책들이 나온 배경에는 그의 공이 컸다. 하지만 그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직 남아 있다. 바로 폭락한 유가를 셰일 업체들의 손익분기점인 40달러대 이상으로 다시 올려놓아야 하는 숙제가 그중 하나이다. 무엇보다 셰일 업체들이 있는 지역이 그의 표밭이다.
   
   트럼프가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미국도 감산 의지를 러시아와 사우디에 전달해 세계적인 감산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 문제가 어느 날 극적으로 타결되어 유가가 40달러대로 수직 상승할 수도 있다. 개미들이 원유선물 ETF와 ETN에 몰려드는 이유이다.
   
   하지만 예단은 금물이다. 차제에 러시아가 이 문제를 여러 가지 미국의 경제제재와 연결해 그간의 문제들을 한꺼번에 타결하려 들지도 모른다. 특히 러시아는 오는 4월 22일 푸틴이 종신 집권할 수 있는 헌법 개정 국민투표를 앞두고 있다. 그때까지 미국을 괴롭혀 푸틴 자신의 힘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려 들지도 모른다. 하여간 트럼프는 재선을 위해 어떤 희생이 있더라도 셰일 업체들의 손익분기점에 한참 모자라는 현 유가의 현실화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는 셈이다.
   
   지난 3월 23일 연준의 무제한 양적완화와 회사채 지원계획이 발표되자 금 가격은 폭등하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위기 이전부터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를 이끄는 ‘레이 달리오’는 투자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금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해 균형 잡힌 분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것을 투자자들에게 강력히 권했다.
   
   그는 이번 위기에도 연준과 정부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데 이는 결국 제로금리에 더해 무한대의 국채 발행으로 채권의 기대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되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내다본다. 때문에 투자자들은 다른 형태로 부를 저장하는 방법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곧 저축이나 국채보다 금이 선호되는 순간이 온다는 의미이다.
   
   
   사상 최대로 벌어진 금ㆍ은 교환비율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경제위기에 반응하는 금과 은의 가격 변화가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원래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 안전자산인 금값은 오르는 게 정상이다. 단, 이번의 경우에는 금융사들이 달러 현금을 움켜쥐려고 위험자산, 안전자산 가리지 않고 팔아치우다 보니 금값이 맥을 못 추었다. 지난 3월 9일 온스당 1700달러를 넘보던 금 가격이 3월 18일 1470달러대까지 떨어져 약 14%가 빠졌다.
   
   반면 은값은 지난 2월 24일 온스당 18.9달러에서 3월 18일 12.7달러로 무려 33%나 떨어졌다. 이게 위기 상황에서 금과 은의 차이다. 금과 은의 가격은 보통 동행하는데 이렇게 위기가 닥치면 은은 떨어질 때 금보다 더 빨리 떨어지고 오를 때 더 빨리 오르는 특성을 보인다. 그래서 금이 오르는 시기에 은에 투자한 사람들의 수익률이 훨씬 좋았다.
   
   지난 2년간 금과 은의 교환비율은 1 대 80~90 수준이었다. 이 격차가 한때 120배 이상으로 커졌다가 지금은 110대 초반에 위치해 있다. 그럼에도 역사상 최고치이다. 이렇게 벌어진 사례가 없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금의 교환비율이 90배가 최고치였는데 이번의 격차는 사상 초유의 대격차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1 대 50이었던 격차가 석 달 만에 1 대 90으로 벌어졌으며 이후 위기의 정점을 지나자 격차가 좁혀지면서 2011년 초에는 1 대 30까지 축소된 일이 있었다. 이 기간 은의 수익률이 금보다 3배 이상 좋았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금과 은은 쓰임새가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금은 장식용 수요가 전체의 절반이고 투자용 수요는 24% 정도, 산업용 수요는 10% 안팎이다. 그런데 은은 산업용 수요가 절반을 넘는다. 전기 전달능력이 뛰어나 컴퓨터, 전자부품, 의료기기 등의 재료로 쓰인다. 항균 능력도 뛰어나 항균제 성분으로도 쓰인다. 그래서 경기불황이 예상되면 산업용은 수요가 줄어들어 은값이 금값보다 더 빨리 내리고 경기회복이 예상되면 반대로 더 빨리 올라간다. 그래서 은값은 금값보다 가격 변동성이 크다. 참고로 중국·러시아·인도 등이 금을, JP모건이 은을 사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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