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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피니언
[2601호] 202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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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준의 인생극장]코로나19와 IMF

함영준  마음건강 길 대표 jmedia21@naver.com

▲ 지난 3월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3.69포인트(5.34%) 내린 1482.46,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467.75)보다 23.99포인트(5.13%) 내린 443.76에 마감했다. photo 뉴시스
개인적인 얘기지만 나는 문재인 정권 출범 전후 갖고 있던 주식을 처분하고 현금 등을 합해 달러로 바꿔놓았다. 물론 얼마 되지 않는 액수지만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경제적 자구책이었다.
   
   이유는 향후 큰 태풍이 우리나라로 불어닥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도 아닌데 그런 결론에 도달했던 것은 20년 전 홍콩 특파원 시절 겪은 IMF 악몽의 결과였다. 당시 ‘나쁜 정치와 리더십’이 멀쩡한 나라를 위기로 몰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었다.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인호씨는 지난해 펴낸 외환위기 회고록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기업은 차입경영으로 치달았고, 금융제도는 낙후했으며, 정부 역시 고도성장에 취해 있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나쁜 정치’다. 대통령은 아들 구속 이후 레임덕에 빠져 위기대응에 무력했으며 오로지 ‘퇴임 후 안전보장’이 최고의 관심사였다. 여야 대통령 후보는 나라는 뒷전에 놔둔 채 오로지 선거를 위해 막중한 경제 현안마저 정치적으로 악용했다.”
   
   솔직히 나는 새로 출범하는 문재인 정권에 대해 일말의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런 인식은 당파적 시각에서라기보다 기자 시절부터 관찰해온 노무현과 문재인 정권 사람들의 성향·식견·능력, 그리고 2017년 그들이 내건 대선 공약을 토대로 형성된 것이었다. 집권 후 그들이 취할 정치·경제·사회·외교·안보 등 일련의 정책이 우리나라 경쟁력을 현저히 떨어뜨릴 뿐 아니라 지구상에서 매우 취약한 나라로 만들 것이라고 예단(豫斷)했다.
   
   
   IMF는 지나가는 ‘태풍’이었다
   
   더 위험하게 느낀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이었다. 그는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일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일국의 지도자로서 가져야 할 비전과 철학, 경험, 그리고 정책을 보는 디테일한 눈이 있는 사람이라기보다 주변 참모나 자신이 속해왔던 운동권·법조 인맥의 의견이나 노선에 충실히 따르는 ‘운동권 범생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살다 보면 누구나 길흉화복을 만난다. 위기를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문 대통령은 난국을 헤쳐나갈 결기, 지혜, 대담한 상상력을 갖고 있을까. 나는 ‘노(No)’라고 생각했다.
   
   제2차 세계대전 직전 독일 히틀러의 위장평화 공세에 속아 협상을 주장하는 영국 총리 체임벌린과 이후 전시 내각을 이끌면서 영국을 승리로 이끈 처칠과 비교해볼 때 문재인은 체임벌린 쪽으로 비쳤다. 현실성 없는 유화론, 근거 없는 낙관론의 소유자로서 두 사람은 닮은꼴이었다.
   
   그로부터 3년 후 지금, 내 걱정은 살벌한 현실로 다가왔다. 그리고 우리가 처한 국내외 여건은 정말 심각하다. 돌이켜보면 23년 전 IMF 위기는 지나가는 ‘태풍’이었다. 핵심은 아시아 일부 신흥경제국들이 무리하게 달러를 빌려 쓰다가 벌어진 유동성 위기였다. 전주(錢主)인 선진국들엔 오히려 ‘꽃놀이패’였다.
   
   그러나 바이러스 전염병에서 비롯된 지금의 위기는 ‘시계 제로’의 지구촌 전체 위기다. 잘나가던 선진·강대국들의 경제가 하루아침에 올스톱되고 추락하고 있다. 여기서 바로 우리의 위치는 판연히 드러난다. 자원도 없고 수출로만 먹고사는 10만㎢의 소국, 주변에 강대국으로 둘러싸인 대한민국은 일엽편주(一葉片舟) 신세다.
   
   사회·정치적으로 IMF 위기 당시 우리나라는 2년 가까이 끌었던 전직 대통령 전두환·노태우 재판과 대선으로 매우 소란스러웠으나 사회적 정(情)과 배려도 있었고 옳고 그른 문제에 대한 상식도 있었다. 또 언론의 비판에 대해 정부나 정치권은 본질적으로 귀를 기울일 줄 알았다.
   
   지금 상황은 어떤가. 집권하자마자 계속되어온 적폐 수사로 나라는 두 동강이 났고 조국 사태, 공수처 논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등 도대체 상식에 안 맞는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선거법 개정으로 무려 40여개 당이 난립하고 있다. 도대체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형국이다.
   
   그래도 IMF 때는 경제 펀더멘털이 나쁘지 않았다. 한보그룹을 비롯해 YS 정권과 유착했던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은 했지만 대부분 기업들의 경쟁력은 높았다. 정부의 친시장적 경제정책도 한몫했다.
   
   
   IMF 때보다 기초체력이 부실해졌다
   
   그러나 지금 기업은 물론 나라 전체의 기초체력이 부실해졌다. 최저임금제, 주 52시간제, 탈원전 정책…. 게다가 강성 노조는 끊임없이 요구만 하고 있다. 국가 부채는 곧 40%대를 넘을 것이다. 게다가 이번 사태로 천문학적 돈을 더 쏟아부으면 우리 국고와 국가경쟁력은 어떻게 될까.
   
   IMF 때만 해도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존경받는 신흥강국이었다. 중국, 러시아가 우리 경제력에 기대려고 바빴고 북한은 아사(餓死) 직전의 상태였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든든한 우리 우방이었다. IMF가 터지니까 그들이 앞장서서 도왔다.
   
   지금은 어떤가. 기세등등한 중국은 우리를 하대하고 있고, 러시아도 우리 편이 아니며, 북한은 미사일을 쏘며 우리를 조롱·겁박하고 있다. 심각한 것은 미국, 일본도 예전 같은 우방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리만 챙기는 미국의 트럼프는 그렇다 치더라도 일본과는 앙숙이 되고 말았다. 만약 ‘IMF’ 같은 위기가 다시 닥쳤을 때 지금 상황에서 일본은 우리 편이 돼주지 않을 것이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우리 난국을 이끌어갈 리더십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IMF 때만 해도 마침 대선이 끝나 김대중으로 리더십 교체가 되었다. 이후 김대중 대통령은 보수·진보를 합친 정부를 구성하고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면서 난국을 극복해나갔다. 그러나 지금 문재인 리더십은 앞으로 2년을 더 가야 한다. 만약 이번 총선에서 문 정권이 다시 승리한다면 이 나라는 어떻게 흘러갈까.
   
   이제 우리 국민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그리고 오는 4월 15일 총선 때 민의를 확실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위기는 이미 들이닥쳤다. 상황은 엄청나게 어려워질 것이다. 다만 좌초되지 않고 얼마만큼 덜 피해를 보고 빨리 탈출할 수 있느냐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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