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 선거 D-8인 지난 4월 7일 서울 당산동 영등포구선거관리위원회 회의실에서 직원들이 투표용지 검수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D-8인 지난 4월 7일 서울 당산동 영등포구선거관리위원회 회의실에서 직원들이 투표용지 검수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굳이 코로나19 대재앙 사태를 언급하지 않아도 인류 역사는 자주 후퇴하곤 했다. 불과 100여년 전인 1917년 러시아 볼셰비키혁명으로 세워진 소련, 1939년 독일 히틀러가 일으킨 제2차 세계대전, 1941년 일본의 태평양전쟁만 봐도 그렇다.

당시 이 세 나라의 공통점은 가공할 만한 전체주의(全體主義) 국가라는 점이었다. 비록 이념적으로는 좌파(communism)와 우파(fascism)로 나뉘지만, 본질적으로 개인보다 집단의 이익을 강조하며 집권자의 정치권력이 국민의 전 영역에 걸쳐 절대적인 통제를 가하는 체제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그래서 소련의 스탈린주의와 중국의 마오쩌둥사상, 북한의 선군정치를 ‘적색 파시즘(Red fascism)’이라고도 표현한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어떤 길을 걸어왔는가. 부분적으로 개인의 인권이 제한되고 군사독재 시절을 거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주의 노선을 견지해왔다. 도중에 불법과 독재가 자행됐더라도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뜻에 따르는 순리의 역사로 이어졌으며, ‘한강의 기적’도 이런 상황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2020년 지금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아직은 시장경제·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문재인 정권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지향점은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문재인 정권은 국정운영에 있어 과거 군사독재정권을 제외하고는 가장 막강한 힘을 발휘해왔다. 전직 대통령 2명, 대법원장을 비롯 이 나라 수많은 지도층 인사들을 ‘적폐세력’으로 몰아 감옥에 보내고 그들의 인생을 만신창이로 만들어놓았다. 바로 그들이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데 대부분 일조한 사람들인데도 말이다.

물론 일부 허물도 있을 것이다. 인간적 실수, 권위주의적 행태, 관행적 국정운영, 적극적인 행정·사법 개입…, 나아가 사법적 처리가 불가피한 일탈·범법 행위…. 그렇다면 그 부분만 정조준해 경중을 따지고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내리면 될 텐데 모든 것을 싸잡아 악(惡)으로 몰아붙인 행태에선 조선시대 사화(士禍)를 연상하게 만든다. 사소한 글, 의식(儀式) 하나를 빌미로 왕위찬탈이나 대역무도한 죄인으로 몰아버리던 그 행태!

문재인 정권이 행정부와 입법부를 내세워 밀어붙인 공수처법·국회의원 선거법(연동형 비례대표제)·탈원전·소득주도성장·노동·부동산정책 및 대북·외교안보정책 등은 이미 우리 경제를 심각하게 손상시켰다. 소위 가진 자와 안 가진 자의 격차를 더욱 크게 만들어 사회를 극심한 대립과 반목으로 이끌었다. 기존의 우방 대신 ‘우리민족끼리’ 북한과 사회주의 국가 중국과의 결속으로 이끌어 우리 안보 상황을 매우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다.

작금의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에 거의 재앙 수준의 쓰나미가 닥치고 있는 중차대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권은 당장 총선에서 이기고 반대세력을 숙청하려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집권 여당이 내건 ‘검찰 개혁·언론 개혁’ 총선 슬로건만 봐도 알 수 있다.

사실 이번 총선은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심판대여야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이상하게 바뀌어버렸다. 박정희 정권 말기(1977)부터 시작된 의료보험제도와 이후 선진화 노력에 힘입어 세계적 수준으로 향상된 우리 의료체계 시스템과 의료진 노력 덕분에 1차 방역에 성공하고 있는데 현 정권은 이를 마치 자기네 공인 양 치장하고 있다.

적색 파시즘 독재의 시작

만약 이번 총선에서 집권 여당이 승리하면 어떻게 될까. 나는 문재인 정권의 ‘적색 파시즘 독재’의 시작을 우려한다.

제일 먼저 대통령의 친구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와 관련, 청와대의 조직적 개입 사건 재판이 흐지부지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조국 일가 비리, 라임 펀드 사태 등 이 정권서 벌어진 온갖 권력형 비리 수사에 재갈이 물릴 것이다. 지금 정권이 반드시 실현시키려는 공수처법에 의해 앞으로 살아 있는 권력 수사는 대단히 힘들 것이다.

언론? 대부분의 언론은 이미 그들 편이지만 일부 보수 언론에 대해 제대로 손보려고 덤벼들 것이다. 그래서 재갈을 물릴 수 있다면 그들이 원하는 무소불위 시대가 도래한다.

이제 위성정당까지 합쳐 국회를 점령한 그들은 마음대로 원하는 법을 통과·시행할 것이다. 아마 상당 부분 기존 자유시장경제 체제와 배치되는 법들이 아닐까.

또한 코로나19 사태를 빌미로 국가 곳간을 풀어 일반 대중에 대한 대대적인 선심공세를 펼 것이다. 이 와중에 기업은 더 비틀림을 당하고, 강성노조는 더 달라고 큰소리치며, 중산층 이상 국민들에 대한 세금징수 등 압박은 훨씬 강해질 것이다.

결국 국회·법원·수사기관·언론 위에 군림한 정치권력이 국민들 전 영역에 걸쳐 자신들의 이념(사회주의)에 따른 정책을 추진·통제하려는 것이 바로 ‘적색 파시즘’이 아니고 무엇인가.

현 정권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그들은 사실 대한민국 건국일(1948년 8월 15일)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아마 이들은 늘 정신없이 미사일을 쏴대고 있는 북한과 ‘우리민족끼리’란 명분으로 손잡고 새 나라를 만들자고 하지 않을까.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지금 우리나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도 별문제 될 바 아니다. 경제가 거덜 나든 말든 어쨌든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하고 중국과 손을 잡으면 되니까.

만약 야당(미래통합당)이 승리한다면 어떻게 될까.

일단 집권세력의 폭주를 막고 견제하겠지만 대단히 어려운 국면을 맞을 것이다. 그동안 나라 전 영역에 걸쳐 펀더멘털이 심각히 저해된 상황인 데다 코로나19까지 맞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미국의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세계는 계몽주의 이전 전제적 통치자가 지배하던 ‘성곽 도시국가(walled-city)로 돌아갈지 모른다”고 예측했다.

이번 총선에 누가 승리하든 엄청난 혼란과 후퇴를 각오해야 한다. 그런 것들을 우리 국민과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을까. 지난 70년간 우리 국민들은 어려울 때마다 현명한 선택을 해왔다. 이번에도 그런 지혜를 보여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함영준 마음건강 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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