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선거의 묘미는 반전에 있습니다. 뻔했던 승부가 뒤집히고, 투표함을 열어보자 예측과는 전혀 딴판인 결과가 나오면 사람들은 환호합니다. ‘역시 민심은 무섭다’는 말과 함께 ‘절묘한’ 유권자들의 선택에 탄복을 하곤 합니다. 선거가 끝나면 매번 ‘이변’이라는 단어가 신문 머리기사 제목으로 등장하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2016년 박근혜 정권 4년 차에 치러진 20대 총선이 딱 그랬습니다. 당시 선거는 투표함을 열기 전만 해도 뻔한 승부처럼 보였습니다.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을 압도했기 때문입니다. 총선 직전까지도 여당과 두 야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15%포인트 이상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특히 구도상 야권이 ‘문재인당’과 ‘안철수당’으로 나뉘어 있어 새누리당이 쉽게 압승할 것이란 전망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말 그대로 이변이었습니다. 민주당이 123석으로 새누리당(122석)에 간발의 차이로 승리를 거뒀고, 국민의당이 호남을 석권하면서 38석이라는 예상치 못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선거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이 2000년 16대 총선 이후 16년 만에 다시 찾아왔습니다. 당시 호남 민심이 친노 영남패권의 극복과 호남 정치의 복원에 집중되면서 이변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21대 국회를 탄생시킬 이번 총선은 어디서 어떻게 이변이 터져나올까요. 과연 이번에도 이변이라는 것이 있긴 할까요. 선거를 불과 6일 앞둔 지금, 이번 총선에 대한 대체적인 관측은 코로나19라는 이슈가 블랙홀처럼 모든 걸 삼키고 있다는 겁니다. 저희가 이번 커버스토리에서 짚어봤지만 공약(空約)으로 끝나버린 대통령 공약(公約)과 이 정권의 실정이 코로나19라는 장막에 다 가려져버린 분위기입니다. 만약 이번 총선에서도 이변이 나타나려면 이 두꺼운 장막이 걷혀야 그나마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여권에서는 이 장막을 더 두껍게 치려는 노력도 보입니다. 예컨대 마감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로나19로 인한 각국의 인구 100만명당 사망자 수를 그래프까지 곁들여 늘어놓았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노 실장이 인용한 한 해외 통계사이트에 따르면, 100만명당 사망자 숫자가 스페인 300명, 이탈리아 283명, 프랑스 158명, 영국 91명, 미국 39명 등인데 한국은 불과 4명이라는 겁니다. 노 실장은 OECD 36개국 중 우리가 27위라는 랭킹도 강조했습니다. 당연히 야당에서는 “비극적인 죽음 앞에 랭킹 놀음이 웬 말인가”라며 거친 비판을 가했지만,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나설 정도로 코로나19가 선거판의 호재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이상일 소장이 이번호에 투표율을 분석한 글을 보면, 사실 코로나19가 이번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쉽게 가늠하기 힘듭니다. 코로나19가 투표율을 높일지 내릴지, 그것이 어떤 세대의 투표율에 영향을 미칠지 지금으로서는 오리무중입니다. 애초에 생물처럼 움직이는 거대한 민심의 변화를 분석하려는 시도 자체가 부질없는 짓인지도 모릅니다. 재외국민투표가 끝나고 사전투표가 시작되면서 이번 총선 민심도 어디론가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가 어떨지 기다려집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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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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