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세상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김정은 신변이상설을 처음 보도한 매체는 데일리NK입니다. 그런데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데일리NK의 보도 내용을 둘러싸고 진즉 갑론을박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우선 기사에서 언급한 김정은 집도의의 ‘자격’을 문제 삼는 시각이 있었습니다. 기사는 ‘김 위원장의 심혈관계 시술은 평양 김만유병원의 담당외과의사가 직접 집도’했다고 썼는데 “김만유병원이 최고지도자를 치료할 만한 서열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대해 이광백 데일리NK 대표는 페이스북에 “김만유병원은 북한에서 최신 시설을 갖춘 병원이고, 특히 심장과 뇌수술에 필요한 최고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집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반박했더군요.

기사에서 언급한 ‘이들 의료진이 김 위원장 상태 호전 판단에 따라 대부분 19일 평양으로 복귀’했다는 부분도 문제가 됐습니다. 이번호 주간조선에 관련 글을 보내온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이른바 최고존엄이라는 김정은이 수술 후 완치도 안 되었는데 대부분의 의료진이 평양에 복귀했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고 지적했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예 “김정은 향산, 평양 병원 의사 수술설은 100% 오보”라고 단정했더군요.

“정작 진짜로 김일성과 김정일이 죽었을 때 그걸 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주성하 기자의 지적을 대하고 2011년 김정일 사망 소식 1보가 떠올랐습니다. 실제 김정일의 죽음은 벼락처럼 떨어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형 뉴스였습니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의 공식 보도문을 찾아보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2월) 17일 오전 8시30분 과로로 열차 안에서 사망했다’고 돼 있더군요. 이것이 과연 사실일까요. 김정일의 죽음에 ‘숨은 비밀’은 없었던 걸까요. 아무도 모르고, 영원히 드러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의문입니다. 당시 주간조선 지면을 보니 ‘장성택을 보면 김정은이 보인다’가 커버스토리였습니다. 김정일의 죽음 이후를 나름 내다본 기획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이것 역시 오보 비슷하게 돼버렸습니다. 김정은이 믿고 의지할 후견인으로 여겨지던 장성택이 김정은의 손에 의해 그렇게 빨리 잔인한 죽음을 맞을 줄 누가 예상이나 했겠습니까.

기자들에게 북한은 진짜 쉽지 않은 취재 영역입니다. 특히 이번처럼 최고 권부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장님 코끼리 더듬기식 취재밖에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사실인지 정보인지 첩보인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 얘기들이 너무 많고, 어렵게 들은 얘기를 확인받기도 쉽지 않습니다. 저도 이번에 김정은 신변이상설을 처음 접하고는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봤지만 판단이 쉽지 않았습니다. “우리 정보기관이 마련해둔 북 급변사태 이상징후 목록에 부합하는 변화가 없다”는 대북 소식통의 말을 들으면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김정은 신변이상설이 나온 다음 날 미국의 전략폭격기가 날아왔다”는 말을 들으면 다시 무슨 일이 벌어진 것 아니냐는 쪽으로 마음이 돌아서곤 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은 김정은이 조만간 등장할 것이라는 쪽에 베팅을 거는 심정입니다. 그러면서도 벼락처럼 다가올 수 있는 ‘긴급, 김정은 사망’이라는 몇 자가 여전히 뒷머리를 잡아당깁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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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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