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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2호] 202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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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을 하며]‘요즘 군대’

정장열  편집장 

최근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국군장병 부모’라는 새로운 사회적 지위를 얻었습니다. 제 군 생활도 바로 엊그제 같은데 아들이 군대 갈 나이만큼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는 사실이 잘 실감 나질 않습니다.
   
   국군장병 부모로서 흥미롭게 지켜보는 것은 말로만 듣던 ‘요즘 군대’입니다. 아들이 입대한 강원도 전방 신병교육대는 바로 앞까지 길이 반짝반짝 닦여 있더군요. 오후 2시 입소 시간을 앞두고 그 말끔한 산속 포장도로를 자가용들이 줄줄이 달리는데, 차 안을 들여다보니 전부 머리 깎은 남자들이 한 명씩 타고 있었습니다. 훈련소가 가까워질수록 휴대폰을 부여잡은 빡빡머리 젊은이들이 길가에 점점 더 많아지더군요.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에게는 아마도 휴대폰과 떨어져 있는 5주가 진짜 고통의 시간일 듯합니다. 휴대폰을 훈련소에 맡겨놓았다가 자대 배치 이후에야 돌려받는다니, 휴대폰 금단증상을 견디는 것이 훈련의 시작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훈련소가 3~4㎞ 남았는데 차들이 벌써 거북이 걸음을 하길래 뭔 일인가 했습니다. 도로 옆에 ‘입대장병 준비품 판매’라는 간판을 내건 노점상들이 차들을 붙잡고 있더군요. 노점상 행렬 앞에서 “신발 깔창과 물집밴드는 사서 들어갈 수 있다”는 안내 병사의 외침을 듣다가 아들이 중학교 때 국토종단 행군에 나서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때도 발에 물집 잡히지 말라고 이것저것 준비해줬는데 며칠 전 술자리에서 “요즘 군대는 길게 가는 보이스카우트 수련회”라는 한 선배의 우스갯소리가 떠오르더군요.
   
   훈련소 앞은 스산했습니다. 예전에는 별도의 입소 행사도 있었다는데 번호표 몇 개 세워놓은 임시주차장 앞에서 마스크를 쓴 안내 병사들이 차량들을 바로 돌려보내고 있더군요. 아들과 같이 내려 포옹이라도 하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부모님들은 하차 안 됩니다”란 말과 함께 안내문 한 장 차 안으로 밀어넣고는 아들을 낚아채듯 데려가버렸습니다. 이른바 ‘드라이브 스루 입대’인가 봅니다.
   
   집에 돌아와 훈련소에서 건네준 안내문을 찬찬히 읽어보니 또 예상치 못한 신세계가 기다리고 있더군요. 요즘은 입대 장병에게 편지를 보내려면 ‘더 캠프’라는 앱이 필수라고 합니다. 이 앱에 개설된 훈련소 카페의 ‘위문편지 쓰기’에 글을 올려야 전달이 된답니다. 하지만 아직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짬뽕입니다. 앱에다 편지를 쓰면 그걸 훈련소 측이 일일이 출력해서 종이편지로 전달한다고 합니다. 앱을 깔고 인증절차까지 마치니 드디어 아들 이름 석 자가 훈련소 소속 사단과 함께 제 휴대폰 화면에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훈련병 ○○○’이라는 글자 옆에 ‘D-557’이란 숫자가 떠서 이건 또 뭔가 싶었습니다. 복무 날짜가 며칠 남았다는 앱의 알림 표시가 날마다 바뀐다고 합니다.
   
   그래도 군은 군인가 봅니다. 앱이 전해주는 주별 훈련 내용을 보니 제식훈련과 사격, 각개전투, 수류탄, 화생방, 행군 등 있을 건 다 있더군요. 아무렴 그 숱한 젊은이들의 귀한 시간이 투입되는 ‘국방의 의무’가 쉽게 달라지겠습니까. 국방부 시간표를 견뎌내는 젊은이들의 노고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위문편지 카페가 열렸는지 ‘더 캠프’ 앱을 또 열어보고 있습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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