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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1호] 20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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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을 하며]분열의 정치

정장열  편집장 

트럼프와 바이든 중 누가 승리할까요. 요즘 미국 대선 결과를 놓고 내기를 하는 사람들이 꽤 있나 봅니다. 4년 전 선거 때 언론 보도만 믿고 힐러리 승리를 점쳤던 사람들은 바이든 승리 쪽에 베팅하는 데 주저하는 모습입니다. 그렇다고 트럼프 승리를 자신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아 보이지도 않습니다. 대선이 불과 일주일도 남지 않았는데 승부를 결정지을 스윙스테이트 판세가 더욱 오리무중으로 빠져드는 분위기도 느껴집니다.
   
   1990년대 중반 미국에서 1년간 연수를 할 때 미국이 얼마나 분열적인 나라인지 절감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것이 흑인 미식축구 스타이자 영화배우인 O.J. 심슨 재판이었습니다. 흑인들의 영웅이기도 한 심슨이 백인 부인과 그의 불륜 상대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처해졌는데 처음에는 살인 입증이 뚜렷해 보이던 재판이 묘하게 흘러가면서 미국이 달아올랐습니다. 심슨이 기용한 초호화 변호사 군단은 피 묻은 양말과 장갑 등 심슨의 살인을 입증할 산더미 같은 증거의 틈을 파고들면서 결국 무죄를 이끌어냈습니다. 인종차별주의자인 경찰의 증거조작 가능성 등을 부각시킨 변호인단의 주장을 배심원들이 받아들인 것입니다.
   
   무려 113일간에 걸쳐 TV로 생중계된 이 세기의 재판이 결론 나는 날, 저는 뉴욕대학 한 강의실에서 수업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백인 여성 교수가 흥분된 얼굴로 강의실에 들어오더니 “오늘 수업은 없다”고 선언해버렸습니다. 이 교수 말이 “방금 심슨 재판 결과가 나왔는데 열 받아서 도저히 수업을 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는 오전부터 술을 마시러 가버렸습니다. 교수의 수업 포기 선언 직후 맨해튼 거리는 환호와 분노의 함성으로 뒤덮였습니니다. 흑인들은 “정의가 승리했다”며 환호했고 백인들은 “정의가 죽었다”며 분노했습니다.
   
   그 사건 이후 연수 기간 내내 깊이 관찰하며 답을 구한 것이 있었습니다. 무엇이 미국을 통합하느냐는 질문을 붙들고 생활했습니다. 결론은 많은 학자와 교과서가 기술하듯이 결국 제도의 문제로 귀결됐습니다. 미국인들이 승복하는 선거와 사법제도, 그리고 의회의 힘 같은 것들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깊은 분열과 상처에도 불구하고 상식이 통하고 통합을 이끌어내는 민주주의 제도가 부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미국이 자랑하던 민주주의 제도들은 그렇게 탄탄해 보이질 않습니다. 지난 4년 트럼프 집권 기간 심화되어온 분열의 정치가 민주주의 제도들을 허물어뜨려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번 대선 결과의 뚜껑이 열리는 시간은 아마도 트럼프식 분열의 정치가 정점을 찍는 순간일 겁니다. 그것이 어떤 장면으로 끝날지 지금으로선 아무도 모릅니다. 대선 이후를 대비해 총기를 사는 미국인들이 늘고 있다는 뉴스를 보면 미국이 대선 불복의 난장판과 혼돈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내재돼 있던 분열의 상처가 벌겋게 벌어져버리면 그걸 봉합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그런데 이게 남의 일로만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3년여도 트럼프 4년만큼이나 분열의 시간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국민통합 대통령이 되겠다”는 문 대통령 취임사는 식언 중에 식언이 돼버린 느낌입니다. 2022년 5월 우리도 얼마나 깊은 분열의 상처를 드러낼지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이 글을 쓰는 날, 한 명의 전직 대통령이 대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으면서 2명의 전직 대통령이 옥에 갇혀버렸습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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