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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6호] 2020.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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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을 하며]길 잃은 검찰개혁

정장열  편집장 

윤석열 검찰총장이 법원의 직무집행정지처분 중지 판결로 다시 출근하면서 한 말이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 드린다”였습니다. 그러자 여권에서 바로 “오만방자” “불손하다”라는 비난이 쏟아지더군요.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겠다는 말이 불러온 반응치고는 선뜻 납득이 안 돼 친분 있는 여권 인사에게 전화로 의견을 물어봤습니다. 이 인사 역시 대뜸 “윤 총장이 건방지다”고 하더군요. 그의 말은 이랬습니다. “윤 총장이 지켜온 것은 헌법과 법치주의가 아니라 검찰 기득권이다. 물의를 일으킨 검찰주의자가 할 말은 아니다.”
   
   이 여권 인사의 말에서는 윤 총장에 대한 적대감이 묻어납니다. ‘진짜 윤석열이 싫다’는 것이 요즘 적지 않은 여권 인사들의 태도입니다. 이들의 뿌리 깊은 적대감이 어디서 왔는지는 차치하고 여권 입장에서 보면 윤 총장이 미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자신들의 계획대로라면 이미 윤 총장은 순순히 자리에서 물러나 있어야 합니다. ‘검찰주의자’ 총장을 제거한 후 검찰개혁 완수를 향해 순조롭게 나가고 있어야 할 때입니다.
   
   물러난 윤 총장이 정치를 하든 말든 사실 여권에서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였습니다. 오히려 자신들의 주무대인 정치판에 올라서면 실컷 두들겨 팰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가졌을 법합니다. 그런데 윤 총장은 여권의 기대와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갖은 압박을 가해도 바위처럼 버티고 있는데 이제는 윤석열이라는 바위 앞에서 되돌아가기도, 우회하기도 영 마뜩잖게 돼버렸습니다. 폭파하고 갈 수밖에 없지만 그럴 경우 파편이 튀어 자신들도 상처투성이가 될 것이 뻔합니다. 윤석열 징계위가 폭파 단추를 누르기도 전에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추락하는 등 이미 그럴 조짐이 보입니다.
   
   당초 여권이 내건 검찰개혁에는 나름 진정성이 있었습니다. 검찰에 너무 많은 권한이 집중돼 있다는 데 동의하는 국민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면서 없던 죄도 만들어내는 검찰의 수사 때문에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고 참극이 벌어진 것도 기억합니다. 검찰에 한 번이라도 불려갔던 사람들은 서초동을 향해 소변도 보지 않는다는 말은 국민들 위에 군림해온 검찰을 방증합니다.
   
   그런 ‘밉상’ 검찰을 향한 여론을 등에 업고 이 정권은 공수처법을 밀어붙였고 검찰도 그런 제도 개혁에 대놓고 대들지는 못했습니다. 윤석열 총장도 검찰 내부를 향해 검찰권 행사 방식, 수사관행과 문화를 헌법과 국민의 관점에서 되돌아보며 능동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문해 왔습니다.
   
   그런데 검찰개혁이 어느 순간 ‘윤석열 찍어내기’로 돌변하면서 검찰개혁의 대의는 온데간데없어졌습니다. 출발선에서의 문제가 뭐였는지, 어떤 검찰개혁을 하겠다는 것이었는지 까맣게 잊어버리고 윤석열 찍어내기를 둘러싼 찬성과 반대 목소리만 남았습니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윤석열이 사라지면 과연 검찰개혁이 이뤄지는 것이냐는 상식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판국입니다.
   
   여권의 검찰개혁은 이미 길을 잃었고 명분도 잃어가고 있습니다. 윤석열 찍어내기에서 보여준 무법과 막무가내가 검찰개혁의 명분을 다 갉아먹어버린 느낌입니다. 여권이 무리수를 둘수록 당초 검찰개혁은 국민이 아니라 정권을 위한 것이었다는 혐의만 짙어질 뿐입니다. 이번호 커버스토리에서 지적했듯이 문 정권 전가의 보도였던 직권남용 혐의도 이제 문 정권을 겨누고 있습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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