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살로 모라토리오라는 과학자는 요즘 우루과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이라고 합니다. 수도 몬테비데오 거리를 걸어가면 사람들이 다 알아볼 정도이고, 술집에 가면 술을 대접받는다고 합니다. 파스퇴르 몬테비데오 연구소 연구원으로 있는 이 과학자가 유명해진 이유는 코로나19 방역 공로 때문입니다.

바이러스 전문가인 그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사태 초창기 때 독자적으로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검사법과 진단 키트를 개발했습니다. 방역 시스템이 나름 갖춰진 이 나라에서 누구도 지금과 같은 재앙을 예상하지 못했을 때 선제적으로 진단기술을 개발해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을 살려냈습니다. 인구 350만명의 우루과이는 코로나19가 무섭게 번진 남미에서 청정국가로 남아 있습니다. 현재 누적 확진자 1만7000여명에 사망자는 200명도 채 안 됩니다. 모라토리오 연구원이 개발한 진단기술과 키트 덕분에 매일 5000건의 진단검사를 실시한다고 합니다.

장용젠 중국 푸단대 교수도 ‘영웅’이라 할 만한 과학자입니다. 그 역시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선봉장 역할을 했습니다. 그는 세계보건기구(WHO)에 코로나19가 처음 보고된 지 11일 만인 지난해 1월 11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RNA 염기서열을 해독해 처음 공개했습니다. 당시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바이러스 관련 정보를 엄격하게 통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비행기 안에서 해외 동료 과학자와 전화 통화를 해가며 코로나19 바이러스 정보를 세상에 알렸습니다. 그가 밝힌 코로나19 바이러스 RNA 염기서열 덕분에 인류는 치료제와 백신 개발 등 코로나19와의 싸움에 나설 수 있게 됐습니다.

이 두 과학자의 사례는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얼마 전 선정한 ‘2000년 과학 분야 화제인물 10인’에 포함돼 있습니다. 네이처를 비롯한 유수의 과학전문지들이 2020년의 성과와 2021년에 기대되는 성과들을 앞다퉈 다루고 있는데 아무래도 코로나19 사태와 관련된 내용들이 많습니다. 네이처는 2021년에 주목할 과학기술로도 코로나19 백신을 선정했습니다. 인류가 최초로 개발한 mRNA 방식의 백신이 보여줄 성과와 속속 선보일 후속 백신들에 대한 기대감이 이유입니다.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도 2020년의 과학 성과로 코로나19 백신을 꼽았습니다. 사이언스는 “과학자들이 같은 적을 상대로 이렇게 많은 백신을 개발하고 또 그 경쟁자들이 이처럼 공개적이고 빈번하게 협력한 적은 없었다”며 “많은 후보군이 평행선을 달리며 대규모 임상에 진출한 적이 없고,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같은 전염병에 이처럼 많은 돈과 힘, 지식을 쏟아부은 적이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평가에서 보듯 인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싸움에 모든 걸 거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그 밑바닥에는 과학기술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깔려 있습니다. 미국 화이자 본사 벽면에 내걸린 구호 ‘과학이 승리할 것이다(Science will win)’ 그대로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가장 처참하게 당하면서 백신 개발에 앞장섰던 미국의 사례를 보면 과학에 대한 신뢰는 곧 전문가들에 대한 신뢰나 다름없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조기 백신 개발을 위해 조직한 ‘초고속 작전팀’을 이끈 사람은 민주당 지지 성향의 무슬림 몬세프 슬라위 박사였습니다. 최고의 백신 전문가라는 단 한 가지 이유가 정파와 종교적 편견을 뛰어넘어 그에게 11조원의 막대한 예산과 면책권을 선사했습니다. 과학이 코로나19에 승리하는 2021년을 기대해 봅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키워드

#마감을 하며
정장열 편집장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