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진행하는 김어준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 2011년 쯤이라고 기억됩니다. 그가 참여한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가 크게 인기를 끈 게 계기였습니다. 당시 그가 쓴 ‘닥치고 정치’도 20만부 넘게 팔리면서 김어준 열풍에 한몫을 했습니다.

그 무렵 딴지일보 총수라는 김어준이 어떤 인물인지 궁금해 딴지일보 부국장 홍대선씨에게 김어준 평을 주간조선에 써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습니다. 소설가이기도 한 홍씨는 뛰어난 필력으로 ‘내가 겪은 인간 김어준’에 대해 후딱 써서 보내왔는데, 그 글의 첫 단락이 이렇게 시작됩니다.

‘필자가 딴지일보에 첫 출근하던 날. 곰 같은 풍채에서 터져 나오는 쩌렁쩌렁한 웃음소리가 사무실을 울렸다. 비듬이 소복이 내려앉은 봉두난발에 무책임하게 자란 수염, 빨래한 지 일 년은 되어 뵈는 옷, 찌그러진 구두. 한국 최초의 인터넷언론 사주(社主)의 모습은 한 마리의 짐승이었다. 그렇게 존재감이 확고부동한 인간, 아니 동물은 처음이었다. 그가 내게 던진 첫마디는 “어쩌려고 이런 회사에 입사했냐?”였다. “아직 늦지 않았어. 도망가.” 구사하는 모든 문장이 욕으로 시작해 욕으로 끝났다. 잠시 후 김어준 총수는 셔츠를 풀어헤치고 책상에 발을 올린 채 코를 골기 시작했다. 그날 점심시간에는 그가 어떤 식물성 음식도 섭취하지 않고 오직 고기만 먹는 모습을 목도했다. 그때 생각했다. 김어준은 상식을 벗어난 인간이라고.’

상식을 벗어났다고 꼬집었지만 이 글은 그런대로 김어준을 좋게 본 구석이 많았습니다. 예컨대 이런 대목입니다. ‘김어준은 습관적 상식을 일단 벗어난 인간이 맞다. 그러나 사유를 통해 상식을 재구축한다. 그 결과 김어준은 공정하다. 최소한 비겁함은 없다. 타인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만큼 자신의 권위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김어준이 여당 대표를 대하는 태도는 직원을 대하는 태도와 놀랄 만큼 똑같다.’

그때도 김어준은 편파적이라고 공격받았는데 그것도 꽤 좋게 포장됐습니다. ‘김어준은 정치적인 진영논리가 없기 때문에 모든 진영에서 편파적이라고 공격당한다. 김어준은 핑계를 대지 않는다. “맞다. 편파적이다.” 그리고 덧붙인다. “하지만 편파에 이르는 과정은 공정하다.”’

어떻게 보면 말장난 같기도 한데 사실 그때만 해도 그가 공정하든 편파적이든, 편파에 이르는 과정이 공정하든 별 상관이 없었습니다. ‘나꼼수’는 자기 돈 들여가며 그가 운영하던 것이었고, 청취자들도 듣기 싫으면 안 들으면 그만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뉴스공장’의 김어준은 다릅니다. 그의 말은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방송 전파를 타고 시민들의 귀를 파고듭니다. 선거 기간 그는 시민들의 귀를 붙잡고 야당 후보에 대한 온갖 의혹들을 쏟아냈습니다. 그게 싫다고 외면하면 결국 전파 낭비, 세금 낭비이고 솔깃해서 들으면 한 표를 행사할 유권자로서의 잣대가 오염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나꼼수’ 방송을 할 때는 그가 서버 운영비를 대느라 고생했다지만 ‘뉴스공장’에서 야당 후보를 ‘조지고’ 나면 그에게 회당 200만원이 떨어진다는 게 야당의 추산입니다. 본래 고기를 좋아한다지만 그는 어느 순간 진영논리에 갇힌 최상위 포식자가 돼버린 느낌입니다. 이 포식자가 급기야 먹이를 주던 주인도 삼키는 것이 아닐지 두고 볼 일입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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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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