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조국 수렁’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빠져나오려고 허우적거릴수록 오히려 자꾸 빨려들어가는 개미지옥에 들어간 듯한 모습도 보입니다. 상징적인 것이 난데없이 탄핵 역풍을 맞은 송영길 대표의 처지입니다. 송 대표가 지난 6월 2일 조국 사태와 관련해 “국민과 청년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점을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대국민 사과를 하자 친문 강성 당원들의 공격이 이어지더니 급기야 송 대표 탄핵을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까지 올라왔습니다. 당원 게시판 등에는 “당원들에게 사과하라” “민심도 모르고 도의도 모르고 연일 반(反)정부질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님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 정말 내년 대선이 걱정된다”는 등 송 대표를 향한 거친 공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친문 의원들의 공격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대놓고 실패한 대표가 될 수 있다며 칼을 빼들고 있습니다. 조국 전 장관과 서울대 법대 동기인 김한정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당까지 나서서 부관참시도 아니고 밟고 또 밟아야겠느냐” “조국이 대선후보도 아니고 이제 좀 놓아주자”고 썼는데 사실 좀 어이없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진짜 놓아버리고 싶은데 자꾸 달려드는 건 오히려 조국 전 장관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진중권 교수가 칼럼에서 비유한 대로 무덤에서 걸어나온 좀비는 아무리 봐도 조국 전 장관입니다. 진 교수는 “아무리 묻어도 망령이 자꾸 되돌아온다. 무덤에서 걸어 나온 좀비를 부활한 예수로 아니, 답답한 일이다”라고 썼던데 무덤에서 나오라고 호출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사실 좀비 초청장처럼 돼버린 게 ‘조국의 시간’이란 책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이 책을 발간한 한길사 김언호 대표가 초청장을 띄운 사람일 겁니다. 작년 12월 조국 전 장관에게 책을 쓰라고 권한 사람이 김 대표라고 합니다. 흥행성 있는 필자에게 책을 쓰라고 권하는 것이 출판사 대표의 업이니 뭐라 할 일은 아닙니다. 문제는 이 초청장을 덥석 받아든 조 전 장관으로 보입니다. 부인이 감옥에 갇혀 재판을 받고 있고, 자신도 12개의 혐의를 주렁주렁 매달고 재판을 받는 처지에 ‘가족의 피를 찍어’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정 쓰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법적 잘잘못이 다 가려진 후에 진짜 차분하게 회고록을 쓰는 게 일반적일 겁니다. 더욱이 조 전 장관은 법정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조 전 장관은 문재인 정권에서 장관까지 지낸 핵심 인사입니다. 대선을 1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자신이 책을 내면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충분히 알 만한 위치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기어이 책을 펴냈고 다시 당을 분열과 갈등으로 빠뜨렸습니다. 조국 전 장관에게 비판적인 한 민주당 당원은 “조국은 진짜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 같다”고 일침을 놓더군요. 평생 동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을지 모르지만 동지애가 아닌 자기애밖에 보이질 않는다는 비판입니다.

지금 가장 답답한 사람은 아마 민주당 지도부일 겁니다. 선거는 이상이 아닌 현실입니다. 아무리 목소리가 커도 조국 지지자만 갖고 대선을 치를 수는 없습니다. 극단의 지지자들이 뭉칠수록 승리를 견인할 중도층은 마음이 떠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조국의 부활에 가장 쾌재를 부를 쪽은 야당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조국 전 장관은 자신을 밟고 전진하라는 립서비스를 했지만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전진하기에는 그가 판 수렁이 깊어 보입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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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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