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에 ‘몸짱의사의 어학연수 도전기’ 시즌2를 연재하고 있는 김원곤 박사와 지난 3월 저녁을 함께 했습니다. 시즌1 연수지였던 페루에서 돌아와 2주의 자가격리를 마친 후였습니다. 페루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폭발하면서 험난한 시간을 보낸 터라 고생한 티가 역력할 걸로 예상했지만 김 박사의 얼굴은 여전히 생기가 가득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탓에 어학연수가 대부분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돼 아쉬웠고 항공편이 없어 체류 기간도 예상보다 훨씬 길어졌다면서도 “좋은 경험이었다”며 즐거워했습니다. 하루도 빠뜨리면 안 되는 운동도 체육관 대신 집에서 해결했다면서 “근력운동용 탄력 밴드를 몇 개나 끊어먹었다”면서 의기양양해하더군요.

더욱이 그의 손에는 이미 다음 연수지인 프랑스 일정표가 들려 있었습니다. 프랑스 현지 학원도 수속 중이고 집도 구했다면서 휴대폰으로 집 사진까지 보여줬습니다. 그때만 해도 유럽서 코로나19가 폭발할 때라 당초의 연수 일정을 미루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어림도 없다는 태도였습니다. 누가 만들어준 것도 아니고 스스로 만든 인생 2막 시간표지만 코로나19 사태 같은 걸로 되돌릴 수는 없다는 의지가 엿보였습니다. 평생을 절제와 규칙과 자신만의 시간표에 따라 살아온 사람의 그런 단단한 의지가 내심 부럽더군요.

그 후 프랑스로 건너가 의욕적으로 보내오는 그의 시즌2 연수기를 가장 열심히 읽는 독자들은 70대 이상 독자분들로 여겨집니다. 물론 제 개인적인 판단인데 몸짱의사 연수기부터 본다는 나이 든 독자 몇 분을 접해보고 내린 결론입니다. 한 70대 독자는 저에게 “김 박사 글이 실렸나부터 보는데 솔직히 부럽다. 나이 70이 넘으면 보통 사람은 해외여행도 잘 못 간다”고 하더군요. 김원곤 박사는 40대 체력을 자랑하는 60대 후반의 노인입니다. 어찌보면 김 박사의 형뻘 누나뻘 독자분들이 동생의 분투기에 열광하는 셈입니다. 코로나19 사태를 뚫고 남들이 하기 힘든 인생 2막을 열어가는 ‘젊은’ 노인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김원곤 박사는 코로나19 시대의 이단아입니다. 오랜 기간 준비하고 각오를 다져서 그렇지,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대에 남의 나라에 가서 산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남다른 고집과 철학이 없으면 실행에 옮기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그를 부러워하는 분들이 많은 지도 모릅니다.

김원곤 박사처럼 해외 살이를 꿈꾸던 은퇴자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부분 발이 묶여버렸습니다. 그 덕분에 한국의 명소를 재발견했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아주 낯선 곳을 경험하고 싶다는 욕구는 아직도 강하게 살아있을 겁니다.

그 욕구를 분출할 시간이 이제 머지않은 듯합니다. 백신 접종이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해외여행객을 받아들이는 나라들이 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7월부터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에 한해 단체 해외여행을 허용할 방침이라는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이 현실화하면서 여행 관련 주식들과 온라인 상품들로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트래블 버블이란 코로나19 방역 안전 국가들끼리 하늘길을 열어 14일간의 자가격리 없이 자유롭게 오가는 것을 말합니다.

해외여행의 빗장이 완전히 풀리면 해외 살이의 꿈을 다시 펼칠 은퇴자들도 많을 겁니다. 멋진 인생 2막기를 보내올 ‘제2의 김원곤’을 기대해봅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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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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