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저녁 자리에서 식당 한편의 손님들이 서로 입씨름하는 걸 지켜봤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자로 보이는 두 사람은 지지하는 후보가 윤석열, 홍준표로 갈라져 있었는데, 가볍게 시작한 입씨름의 수위가 상당히 높아 지더군요. 각 후보를 지지하는 두 사람의 논리는 제 각각이었지만 결론은 서로 비슷했습니다. 상대방이 지지하는 후보가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되면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패배할 것이 뻔하고 나라가 엉망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두 사람 간의 뜨거운 입씨름을 지켜보면서 당원 투표율이 60%대로 치솟은 국민의힘 경선의 열기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실감이 됐습니다.

11월 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결정되면서 내년 3·9 대선은 이제 본 게임에 접어들었습니다. 경선 국면에서 여야 모두 진이 빠질 만큼 난타전을 치렀지만 결국 이번 대선도 본선에서는 여당과 제1야당, 보수와 진보 진영 간의 한판 대결로 흐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번 대선도 3% 내외의 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번 20대 대선은 역대 대선과는 어떤 점이 차별화되고 어떻게 역사에 기록될까요. 당장은 밝은 면보다 어두운 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더 많이 들립니다.

그동안의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대로 이번 대선은 비호감 주자들 간의 싸움으로 비칩니다. 여당의 이재명 후보나 국민의힘 예비후보들 모두 호감도보다 비호감도가 높게 나왔기 때문입니다. 유권자들 사이에서 ‘내가 열광하는 후보에게 마음껏 표를 던져볼 선거는 언제쯤이나 올지, 차악이 아니라 최선의 후보를 뽑을 선거는 언제가 될지’ 한탄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런 유권자들의 목소리는 지난 10월 11~12일 실시한 주간조선의 창간호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 바 있습니다.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당시 여론조사에서 여야 후보 중 누구를 찍을지 아직 결정 못 했다는 유동층이 무려 3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상세 자료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여당 고정층(30%)과 야당 고정층(33%) 사이에서 고민하는 유권자들이 아직 더 많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정권유지를 원하는 유권자 중에선 유동층이 22%에 불과했는데 정권교체를 원하는 유권자 중에선 42%나 됐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정권교체를 원하긴 하지만 딱히 믿고 맡길 만한 후보가 없다는 망설임이 읽힙니다. 국민의힘 후보가 확정된 이후 비호감도와 이런 유동층이 얼마나 감소할지가 관전 포인트 중 하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기도 합니다.

비호감도와 맞물린 문제지만 이번 대선이 역대급 이전투구로 흐를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경선 국면에서 드러난 각 후보의 약점들이 본선에서 확대 재생산될 경우 이번 대선은 아주 지저분한 싸움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집니다. 나라 안팎으로 전환기의 비상등이 켜져 있는 시점에 나라의 미래가 아니라 후보의 자질이나 도덕성이 도마에 오르면 반쪽의 지지도 못 받는 리더가 탄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트럼프와 힐러리가 맞붙었던 2016년 미국 대선이 몰고 왔던 후유증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됩니다. 한 가지 위안은 이제 우리의 민주주의가 아무도 막아설 수 없는 도도한 흐름이 됐다는 점일지 모릅니다. 이처럼 치열한 경선을 치르고 후보 선택 과정에서부터 여론이 직접 개입하는 나라도 흔치 않을 겁니다. 3·9 대선이 축제로 끝날까요, 악몽으로 끝날까요. 모두의 선택이 모두가 감당해야 할 승부의 끝을 만들어낼 듯합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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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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