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되는 대선전에 오미크론 사태까지 더해져 연말이 어수선합니다. 한 해를 정리할 때면 지나온 날을 되돌아보지만 다가올 날을 점쳐보기도 합니다. 새해는 좀 더 편안하고 조용한 날이 이어질지 궁금해 십이간지상 띠부터 들춰 보니 임인년(壬寅年)이라네요. 호랑이 해라는 얘긴데, 그냥 호랑이가 아니라 검은 호랑이라고 합니다. 뭔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주간조선에 영지순례를 연재하고 있는 강호동양학자 조용헌 선생한테 검은 호랑이는 보통 호랑이랑 뭐가 다른지 물어봤더니 이런 대답을 합니다. “검다는 건 방위상으로는 북(北)을 가리키고, 오행으로는 수(水)입니다. 인체에서는 콩팥이고요. 무엇보다 검다는 건 파워풀하다는 의미죠.”

도사들은 항상 말을 아리송하게 하는데 오묘한 세상사를 감안하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도 좀 더 단서가 나타나게 의미 풀이를 해달라고 보챘더니 “내년은 질풍노도의 해가 될 듯하다”고 답합니다. 파워풀하고 거침이 없는 해가 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오행의 물이 상징하듯 어떤 모양도 될 수 있는 유연함도 갖췄고요. 대선이 치러지는 해라는 걸 떠올리면 의미심장한 풀이이긴 합니다. 파워풀하고 유연한 지도자가 나타난다는 암시일까요.

임인년, 특히 검은 호랑이 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면 안개가 더 가실 듯해서 뒤져 보니 역시 범상치 않습니다. 60년 전인 1962년 3차 대전 직전까지 갔던 쿠바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미국과 소련의 기싸움에 세계가 풍전등화의 운명에 놓였다가 풀려난 해입니다. 내년은 미국의 중간선거와 중국 공산당의 20차 전당대회가 열리는 해입니다. 바이든과 시진핑의 리더십이 고비를 맞는 셈인데, 이 틈을 타고 미·중 패권전쟁이 한바탕 힘자랑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조용헌 선생은 “임진왜란이 벌어졌던 임진년도 평범한 용이 아니라 흑룡의 해였다”며 “검은 호랑이의 기가 예사롭지 않을 것 같다”고 하네요. 검은 호랑이의 예사롭지 않은 기가 제발 좋은 쪽으로 뻗쳤으면 합니다.

사실 2022년은 이미 정해진 이벤트만 보면 기분 좋은 축제의 해가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3월에 예정된 대선은 새 출발을 의미합니다. 물론 패배한 쪽은 악몽이자 아픔일 테지만, 새로운 인물이 이끄는 새 시대가 열리는 건 사실입니다. 오행의 물이 상징하듯 모두를 품을 수 있는 검은 호랑이가 나오기만 기다려 봅니다.

내년은 2002년 월드컵을 치른 지 20주년을 맞는 해일 뿐더러 카타르 월드컵이 열리는 해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 2002년에도 월드컵 열기 속에 대선을 치르면서 새로운 리더를 뽑았던 기억이 납니다. 월드컵 4강의 신화를 쓰면서 국운 상승의 단합된 힘을 과시했던 그 열기가 되살아나길 기대해봅니다. 산유국인 카타르는 내년 월드컵에 무려 240조원을 쓴다고 합니다. 2014년 개최국인 브라질과 2018년 개최국인 러시아가 쓴 돈의 거의 20배에 달하는 돈입니다. 헛돈, 낭비라는 비판도 상당하지만 코로나 사태의 종식 속에 진정한 지구촌의 축제가 열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해마다 연말이면 기다리는 책이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가 발간하는 새해 전망입니다. 막 배달된 ‘2022 세계 대전망’을 들춰 보니 내년 역시 세상에는 많은 변화가 들이닥칠 모양입니다. 팬데믹 종식과 함께 노동과 휴식의 행태부터 변한다고 합니다. 동양학과 역술도 맛이 있지만 서양의 합리적인 예측도 읽어볼 만합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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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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