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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피니언
[2614호] 202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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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을 하며]정의를 앞세운 반칙

정장열  편집장 

취업준비생인 딸아이에게 최근 벌어진 이른바 ‘인국공’ 사태에 대한 의견을 묻자 곧바로 “공평하지 않다. 화가 난다”는 답이 돌아오더군요. 딸아이 말은 꽤 단호했습니다. “공평하게 경쟁을 한 후 탈락하면 받아들일 수 있지만 처음부터 불공평한 경쟁은 받아들일 수 없어요.” 정유라 사태에 분노하고, 조국 전 장관 딸 문제로 열받았던 딸아이 세대가 자꾸 화낼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확 좁아진 취업문을 뚫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그 세대에게는 위로가 아니라 분노만 안겨주는 세상이 무척이나 원망스러울 듯합니다.
   
   인국공 사태는 대통령 공약에 따라 인천공항 비정규직 19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서 비롯된 문제와 갈등을 포괄합니다. ‘로또 취업’이라는 비유에서 보듯 정규직 티켓을 따낸 당사자들에게는 엄청난 행운일 수밖에 없지만, 기존의 정규직 노조, 특히 공기업 취업준비생들을 중심으로 문제 제기와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판과 갈등이 커지자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취업준비생 일자리와는 무관하다” “지금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일자리는 취업준비생들이 준비하던 정규직이 아니고, 기존 보안검색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 “이런 정책이 없었다면 비정규직으로 뽑았을 일자리도 (지금은) 정규직으로 뽑고 있다” 등등의 해명을 한 모양인데, 제가 보기에는 완전히 헛다리를 짚은 느낌입니다. 기존에 정규직 1400명이 있던 조직에 새로 정규직 1900명이 들어오는데도 채용 규모와 처우가 어떻게 전과 다름없이 유지될 수 있는지 그 산수와 해법이 무엇보다 궁금하지만 젊은이들의 분노는 더 근원적인 것으로 여겨집니다. 알바생이 하루아침에 정규직이 돼 우리 기회를 빼앗아갈지 모른다면서 배 아파하는 게 아니라 게임의 룰이 공평하지 못하다는 사실에 더 분노가 치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지난 4·15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 비례대표 1번으로 선정된 류호정 의원에 대해 젊은이들이 화를 내면서 정의당 지지율이 폭락했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당시 류호정 후보가 6년 전 ‘롤’ 대리게임 논란에 휩싸였던 것이 문제였다고 보도됐는데 기사를 본 제 첫 느낌은 ‘그게 그렇게 화를 낼 일인가’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깟 게임’이 일상사인 젊은이들의 눈으로 사태를 찬찬히 되짚어 보자 젊은이들의 분노가 이해가 됐습니다. 당시 사태를 분석한 주간조선 김효정 기자의 기사 대목입니다. ‘롤이 현실을 은유하는 게임이라고 했을 때 대리게임, 즉 다른 사람이 롤의 랭킹을 대신 올려주는 행위는 엄연한 ‘비리’에 가깝다. 롤을 즐기는 청년 세대는 치열한 경쟁률의 채용 시장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다. 힘들게 자신의 스펙을 쌓아가고 있을 동안 누군가는 손쉽게 인턴 경력을 만들고 스펙을 쌓아 채용에 성공하는 ‘편법’을 지켜봐야 한다. 청년 세대에 대리게임은 그와 다름없는 일처럼 느껴진다.’
   
   대리게임에도 분노하는 청년들의 시선으로 보면 대통령 말 한마디에 취업 규칙이 바뀌는 세상은 분명 잘못된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나눠 먹을 과실이 많지 않은 젊은 세대들은 공평한 게임의 룰에 목숨을 거는 것이 당연합니다. 게임의 룰이 아예 없는 세상은 존재해서는 안 되고, 없어져야 할 적폐일 따름입니다. 문재인 정권이 이어받았다는 노무현 정신의 중요한 항목 중 하나가 ‘반칙 없는 세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정의를 앞세운 반칙이 횡행하는 느낌입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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