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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1호] 202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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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을 하며]고흥 올리브와 삼척 바나나

황은순  차장대우 

10년 전쯤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 터키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터키 내에서 비행기로 이동하는 비싼 패키지가 아니라 버스로 이동하는 상품이었습니다. 7박9일 일정의 비슷한 여행 코스임에도 불구하고 두 배 이상 가격 차가 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버스로 이동하는 일정은 그야말로 빡셌습니다. 덕분에 터키 땅이 넓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껴야 했습니다. 특히 이동시간이 길었던 날, 여행인지 고행인지 모를 버스 고문에 시달리면서 차창 밖을 보다가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산비탈에서부터 내려온 올리브나무 숲이 끝도 없이 펼쳐졌기 때문입니다. 한참을 자고 일어났는데도 마치 정지화면처럼 올리브나무 숲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 올리브나무가 머나먼 낯선 땅 한국에서 열매를 맺고 있다고 합니다. 성경에도 등장할 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올리브나무는 터키 등 지중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수만 년 동안 거친 토양과 뜨거운 햇빛을 견뎌왔습니다. 오랜 세월 고향을 떠난 적이 없던 올리브가 우리나라에까지 온 것은 기후변화의 한 단면입니다. 몇 년 후면 국내에서 자란 올리브나무의 열매에서 갓 짜낸 신선한 올리브오일을 맛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올리브뿐만이 아닙니다. 기후변화는 우리나라의 작물 지도를 급격하게 바꾸고 있습니다. 삼척에서 바나나가 열리고 황태덕장은 추운 곳을 찾아 점점 산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깊숙하게, 더 빨리 우리 삶을 바꾸고 있었습니다. 이미 농부들은 기후변화에 맞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었습니다.
   
   오래전부터 수많은 기상학자가 지구온난화가 초래한 기후 위기를 경고했지만 저부터도 미래의 일로 여겨왔습니다. 역대 최대 장마 기록을 경신하며 물폭탄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서야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 ‘기후재난’이 눈앞에 닥친 생존 과제라는 것을 절감합니다. 특히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기후재난의 위험을 경고한 책 ‘2050 거주불능의 지구’를 보면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오만의 한 도시는 49도까지 치솟고, 캐나다 퀘벡에서는 폭염으로 54명이 사망, 같은 기간 미 서부에서는 100여건의 대형 산불, 지구 반대편 일본은 대형 폭우로 120만명의 이재민 발생, 태평양에서 발생한 허리케인으로 하와이의 이스트아일랜드 소멸, 스웨덴 북극권에 속하는 산림지역 전소, 인도 케랄라주에서는 수백 년 만의 최악 홍수….’ 이 모든 것이 2018년 한 해 동안 지구촌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된 시대, 변화에 가장 민감한 사람들은 농부입니다. 박혁진·곽승한 기자가 강원도부터 전라남도까지 폭우를 뚫고 다녀왔습니다. 커버스토리를 만들고 표지 제목을 뽑으면서 데스크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했습니다. ‘Can’t Stop.’ 웬 영어 제목이냐고 의아해하실 수도 있습니다. 시뻘건 황톳물 사진 위에 어떤 제목을 얹어도 기후변화의 무서운 속도를 보여주기엔 부족했습니다. 그동안 무분별하게 이산화탄소를 쏟아낸 대가로 이미 스위치가 눌러진 재난의 속도계를 막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Can’t Stop’을 ‘Can Stop’으로 바꾸기 위해 당장 뭐라도 해야겠습니다. 정장열 부장 휴가로 대신 인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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