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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감을 하며
[2532호] 2018.11.12

내 청춘의 랩소디

정장열  편집장 

지난주 토요일 밤, 침대 머리맡 휴대폰에서 ‘카톡’ 소리가 울렸습니다. 폰을 열어보니 초등학교 동창 단톡방에 한 친구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왔다고 짤막한 감상평을 올렸습니다. ‘추천, 집에 오는 길 너무 행복했어. 다들 예전 기억, 음악에 한번 빠져보세요.’
   
   이것이 신호였습니다. 자정을 넘어 주말의 숙면을 방해하는 ‘카톡’ 소리가 줄기차게 이어졌습니다. ‘지금 보고 왔음^^’ ‘나도 오늘 오후에 봤어. 영화가 끝난 후 내 뒤에 우리 또래 아재가 눈물을 닦는데… 그걸 보고 나도 괜시리 울컥 ㅠ’ ‘같은 시대를 살아온 사람과 그 시절 그 젊음이 그립다’….
   
   주간조선 할리우드 통신원으로 있는 박흥진씨가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퀸’의 리드싱어 프레디 머큐리 역을 맡은 라미 말렉을 인터뷰해 얼마 전 기사를 보내왔습니다. 영화가 국내에서 개봉되기 전 기사를 읽으면서 볼 만한 영화일 것이라고 짐작은 했습니다. 하지만 50대 동창들의 뜨거운 반응은 약간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잠자기를 포기하고 친구들의 메시지를 읽다 보니 30여년 전 뻔질나게 드나들던 한 친구의 방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퀸을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 1학년 초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새로 사귄 친구들과 한창 쏘다닐 때 자기 방 한쪽 벽면을 LP판으로 채워나가던 한 친구와 자주 어울렸습니다. 비틀스 매니아였던 그 친구가 뽑아준 앨범이 퀸과의 첫 조우였습니다. 앨범을 그득 메운 장발족 4명의 얼굴을 본 순간 ‘비틀스 짝퉁’이라는 선입견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선입견은 첫 곡을 듣는 순간부터 깨져버렸습니다. 첫 곡이 ‘보헤미안 랩소디’가 아니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프레디 머큐리와 브라이언 메이, 존 디콘, 로저 테일러가 만들어내는 음악이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가 만들어낸 음악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어린 귀에는 비틀스가 아름다고 투명하다면 퀸은 어둡고 깊게 들렸습니다. 심연에 끌려들어가는 듯한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앞으로의 성장통을 예감했는지도 모릅니다.
   
   특히 ‘보헤미안 랩소디’는 놀라움 자체였습니다. 그 음악은 베토벤 교향곡 ‘운명’ 마지막 장을 처음 듣던 때와 비슷한 전율을 안겼습니다. 6분간 이어지는 노래 한 곡을 다 듣고 나니 마치 한 편의 오페라를 본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첫 만남 이후 퀸에 대한 탐구가 이어졌고, 퀸의 노래는 거의 항상 제 곁에 있었습니다. 이상하게도 그들의 노래는 다른 탐닉과 유행을 다 지워버렸습니다. 대학 초년기, 감수성 짙은 운동권 노래에 빠졌을 때도 저녁에 술에 취해 들어오면 그들의 노래에 젖기 일쑤였고, 군복무 시절 한창 이문세에 빠졌을 때도 결국 그들의 노래를 다시 불러오던 밤이 많았습니다.
   
   퀸이 평생 제 곁을 떠나지 않았던 것은 아마 그 방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 방에서 퀸을 들으며 친구들과 무수한 얘기를 나눴습니다. 앞날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감, 배움에 대한 열정, 사랑에 대한 호기심이 모두 퀸의 음악과 함께 그 방에서 피어올랐습니다. 부모님 몰래 술을 진탕 마시고 그 방 휴지통에다 위에 든 걸 쏟아낼 때 ‘위 아 더 챔피언’이 울려퍼졌을 겁니다.
   
   이번 주말 저는 제 또래들보다 조금 늦게 퀸을 만나러 갑니다. 저만의 감동을 느끼고, 저만의 시간을 다시 불러내려고 합니다. 무척 기다려지는 순간입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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