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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3호] 201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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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을 하며]‘가난하지만 우아하게’

정장열  편집장 

저는 주식투자를 더 이상 하지 않습니다. 30대 벤처 광풍이 불 때 잠시 주식에 손을 댔다가 ‘개미 잔혹사’에 한 페이지를 더한 후부터는 주식은 쳐다보지 않고 있습니다. 주식 투자를 하면서 성격과 맞지 않는다고 느낀 건 제 조바심 때문이었습니다. 가치투자니, 장기투자니 얘기하지만 수치가 오르락내리락하는 대상에 돈을 묻어놓은 채 무신경하게 지내기가 쉽지 않더군요. 하루에도 몇 차례씩 주가를 들여다보는 스스로가 못마땅해져서 돈을 잃은 김에 주식투자도 끊어버렸습니다.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장안의 화제가 된 이미선 헌재 재판관 후보 부부의 ‘신기한’ 주식투자 때문입니다. 제 기준으로 볼 때 수십억원의 돈을 몇몇 회사 주식에, 그것도 평범한 개미들은 이름도 잘 모르는 회사 주식에 넣어두고 본업인 재판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매일 산더미 같은 기록을 검토해야 하는 판사가 재판과 주식투자를 병행했다니 저로서는 대단한 능력으로 보입니다. 판사로 있는 한 후배에게 견해를 묻자 아주 조심스러운 어조로 “사람마다 다르니까…”라면서도 “저는 요즘에도 매일 퇴근하면서 일감을 산더미처럼 갖고 간다”는 말만 하더군요.
   
   이 후보자 부부는 총 46억여원의 재산 중 83%인 35억여원을 본인과 남편이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재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규모 역시 평범한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 분명합니다. 이 후보자는 주식투자는 남편이 했다고 하는데 남편에게 주식투자 명의를 넘기면서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는 해명을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입니다. 부와 명예를 함께 좇은 대가로 이 후보자 부부는 자칫하다간 금융당국의 조사에도 직면하게 될 모양입니다.
   
   이 후보자는 진짜 무슨 생각으로 헌재 후보자 직에 나섰을까요. 주식투자 내역을 검증 자료로 내놓은 걸 보면 이 정도의 주식투자는 최고의 공직을 맡기에 흠 자체가 안 된다고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어쩌면 헌재 재판관이라는 명예욕이 ‘사소한’ 흠을 덮어버렸을 수도 있습니다. 주식투자로 수십억원의 재산을 일군 것과 시쳇말로 자리 욕심은 욕망의 원천이 다른가 보다란 생각도 듭니다.
   
   이번호 런던통신 기사를 읽어보셨는지요. 이 기사에는 이미선 후보의 스토리와는 전혀 딴판인 얘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일반론의 오류가 우려되긴 하지만 필자인 권석하씨는 자신 있게 영국인은 ‘가난하지만 우아하게 산다’고 썼습니다. 그들의 가난은 물론 상대적입니다. 기사에 소개된 통계에 따르면 영국인들의 평균 연봉은 4000만원 정도입니다. 높다면 높을 수 있지만 악명 높은 물가와 복지 비용 때문에 맞벌이가 아니면 품위 유지도 어렵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입니다.
   
   그럼에도 영국인들은 돈벌이나 승진에 대한 욕구보다는 가족이나 동네 사람들과 어울리며 별다른 욕심 없이 현실에 안주하며 살아간다고 합니다. 돈과 명예를 다 좇는 한국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한심한 족속 같아 보이지만 그들은 스스로를 절대 초라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영국인들이 가난하면서도 스스로를 우아하게 만드는 비결은 결국 남에 대한 배려와 도움, 공동체에 대한 헌신 같은 것들입니다. 다들 짐작하지만 쉽게 따라갈 수 없는 앞선 나라들의 가치입니다. 결국 ‘우리는 멀었다’는 뻔한 생각에 또 빠져드네요.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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