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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5호] 2019.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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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을 하며]희망고문

정장열  편집장 

이번호 이동훈 기자가 쓴 홍콩 시위 르포 기사를 데스킹하다가 한 문장이 의미심장하게 와 닿았습니다. ‘희망을 봐서 견디는 것이 아니고, 견디기 때문에 희망을 볼 수 있다.’
   
   지난 6월 15일 송환법 반대 고공 시위를 벌이다 투신자살한 30대 청년을 추모하는 국화꽃 더미 옆에 누군가 종이에 써놓은 문구라고 합니다. 왜 이런 글을 남겼을까요. 이 문장은 홍콩인들이 베이징의 탄압을 견디고 투쟁을 이어가면 희망을 볼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홍콩인들이 처한 상황에 대입하자면 부정의, 반민주, 차별과 소외감, 그리고 무장경찰의 무자비한 폭력 등이 그들이 견뎌야 할 고통일 겁니다. 이 문장의 울림이 유독 큰 것은 평범한 진실을 담고 있어서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희망은 고통을 견디는 과정에서 꽃을 피웁니다. 고통에 굴복해 모든 걸 포기하는 순간, 희망의 꽃은 시들어버리고 체념의 순간이 옵니다. 흔히 얘기되는 ‘희망고문’이 희망의 본질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홍콩인이 쓴 문장을 읽으면서 우리에게 가해지는 희망고문을 떠올려봤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큰 희망고문을 가하는 사람은 트럼프와 김정은,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일 겁니다. 지난 6월 24일 판문점에서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대형 이벤트가 열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다시 희망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았고, 판문점에서 사상 첫 남·북·미 정상회동까지 이뤄졌습니다. TV로 지켜보는 장면들이 마치 비현실극 같았는데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뭔가에 홀린 듯 다시 희망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항상 평화를 강조합니다. 평화가 이뤄져야 하고, 이뤄질 수 있고,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판문점 회동 이후에는 “새로운 평화 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선언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평화가 공허하다고 느낍니다. 사람들은 ‘핵 없는 평화’를 기원하는데 대통령은 수식어를 뺀 평화만을 말합니다. 또 많은 사람들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강조하는 ‘평화’와 ‘핵 없는 평화’의 공허한 간극만큼 사람들은 희망고문을 당하고 있습니다.
   
   희망고문을 받으며 사람들은 지금 낙관론과 비관론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가 진짜 가능하느냐 여부를 놓고 편이 갈립니다. 지난 판문점 회동 때 모습을 드러낸 트럼프와 김정은 두 사람 중 누가 더 절박하냐가 낙관론과 비관론을 가르는 기준 중 하나로 보입니다. 김정은이 절박했다고 보는 쪽은 비핵화 낙관론으로 기웁니다. 제재로 궁지에 몰린 김정은으로서는 결국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다시 도발을 감행해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질 경우 트럼프의 재선에만 유리해진다는 분석도 합니다. 반면 트럼프가 절박하다고 보는 쪽은 시간은 김정은 편이라는 입장입니다. 트럼프가 재선을 위해서는 김정은을 달래가며 숨통을 틔워줄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군비 지출과 군사적 도박을 원치 않는 트럼프로서는 김정은의 도발을 감내할 여건이 되지 못한다는 겁니다. 여러분은 비관론과 낙관론 중 어느 쪽인가요. 홍콩인의 글귀처럼 견디면 희망을 볼 수 있을까요. 날도 더운데 머릿속까지 달아오르는 듯합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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