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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7호] 2019.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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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을 하며]일본 눈에 비친 한국 지도자

정장열  편집장 

최근 친분이 있는 일본 기자와 저녁 자리를 가졌습니다. 둘이서 소줏잔을 앞에 놓고 막장에 이른 듯한 한·일 관계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일본 기자가 대뜸 “청구권 자금 백서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왔습니다. 1965년 한·일기본협정을 맺으며 일본으로부터 받아낸 5억 달러(무상 3억달러, 차관 2억달러)의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를 기록한 백서가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솔직히 ‘실물’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일본 기자에게 “아직 못 봤다”고 고백하자 “꼭 보라”는 대답이 돌아오더군요.
   
   그는 한국의 경제기획원이 1976년 작성한 이 백서를 들춰보면서 박정희와 김종필, 박태준이라는 인물들을 다시 생각해봤다고 했습니다. 자신들이 준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를 기록으로 남긴 한국이 달리 보였다고 했습니다. 그는 필리핀 얘기를 꺼냈습니다. 36년간의 식민지배에 대한 대가로 5억달러를 받은 우리와 달리 ‘승전국’에 속했던 필리핀은 2년6개월간의 일제 지배에 대한 배상금으로 우리보다 많은 5억5000만달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필리핀이 받은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이 일본 기자는 “한국에 돈을 주기로 하면서 당시 일본의 정치가들은 앞서 돈을 받은 필리핀의 예를 떠올리며 한국을 유심히 지켜봤을 것”이라며 “그들은 돈을 허투루 쓰지 않은 한국의 정치가들에 대해 실제 존경심을 가졌다고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런 존경심과 한국의 건실한 성장이 그동안 한·일 관계를 발전시켜온 저변에 깔려 있다는 것이 그의 말이었습니다.
   
   이 일본 기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얘기도 꺼냈습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일본에서는 노 대통령의 이념지향적, 민족주의 성향 때문에 우려가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집권 초기인 2003년 6월 일본 방문 중 가진 ‘일본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그런 우려를 많이 덜어냈다고 합니다.
   
   저녁을 끝내고 귀가하는 차 안에서 유튜브로 ‘노무현 대통령과 일본 국민과의 대화’를 봤습니다. 노 대통령은 일본 민영 방송국 TBS 스튜디오에서 100명의 평범한 일본인들과 마주 앉아 ‘김치가 사스에 효과가 있느냐’는 사소한 질문부터 북핵 해결 방안과 과거사 이슈 등 온갖 질문들에 답을 했습니다. 노 대통령은 당시 불거진 교과서 문제 등 과거사 이슈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번에 과거사 문제를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말하지 않기로 했다고 해서 걱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사는 그냥 과거사가 아니라 우리가 미래를 어떻게 운영해나가느냐, 꾸려나가느냐에 따라서 과거의 나쁜 기억으로 되살아날 수 있고 미래를 가는 길에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미래를 잘 풀어나가면 과거사는 그야말로 과거 속에 존재하는 역사의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과거사를 자꾸 들먹이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과거에 대한 분노만 있는 것이 아니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있기 때문에, 그 불안 때문에 자꾸 과거를 상기시키면서 거기에 대한 대비를 하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과거사를 생각하지 않아도 좋을 미래를 만들어나가자. 상호 간에 불신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일본 기자는 한국 대통령이 일본 국민들 앞에서 날것 그대로의 자기 목소리로 얘기한 것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했는데 언제쯤 두 번째 대통령이 나올지 궁금해졌습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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