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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0호] 2019.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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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을 하며]휴가지 단상

정장열  편집장 

지난주 말레이시아에서 휴가를 보내고 왔습니다. 일본 여행 자제 분위기 때문인지 말레이시아행 비행기는 국내 여행객들로 가득하더군요. 일본 여행객 수요를 동남아와 호주가 빨아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진짜 맞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도심 한가운데서 뜻밖에 ‘재팬 엑스포’ 현장과 맞닥뜨렸습니다. 쿠알라룸푸르에 머무는 4일 내내 이 행사를 치르느라 도심이 온통 일본풍으로 물들더군요. 대형 쇼핑몰인 ‘파빌리온’의 한 층은 아예 ‘도쿄 스트리트’라는 이름을 내걸고 일본 음식점들이 진을 쳤고, 쇼핑몰 앞 광장에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일본 아이돌 공연이 열렸습니다. 기모노 차림의 앳된 일본 여성 아이돌 그룹 앞에서 기모노를 맞춰 입은 듯한 말레이시아 어른 남성들이 괴성을 지르며 뛰어오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말레이시아 역사가 궁금해졌습니다.
   
   말레이시아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2차 대전 당시 일본의 침략을 받은 피해국입니다. 일본은 1945년 패전 때까지 3년여 말레이시아를 지배했습니다. 우리보다 지배 기간은 훨씬 짧았지만 당시 일본은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을 ‘지옥의 철도’로 불리던 밀림 속 철도 건설 현장으로 내몰고 대량 학살을 저지르는 등 악명을 떨쳤습니다. 하지만 지금 말레이시아에서 이렇다 할 반일 감정은 찾아보기 어려운 듯합니다. 오히려 지난 2016년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 센터’가 실시한 ‘아시아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Asia’s view of each other)’ 조사에서 말레이시아는 일본을 가장 좋아하는 아시아 국가로 꼽았습니다.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84%로 2위인 베트남(82%)과 필리핀(81%)을 앞질렀습니다. 현지 교민들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인들이 한국에 대해 갖는 호감도 역시 체감상 상당하다고 합니다. 95세의 나이에 재집권한 마하티르 총리가 1980년대 아시아적 가치를 내세우며 ‘동방 정책(Look East Policy)’을 펼 때 한국을 모범으로 삼은 덕분이라고 합니다. 마하티르를 다시 불러낸 전직 총리의 엄청난 부패 스캔들 당시 말레이시아 국민들이 한국의 민주적 역동성에 새삼 주목했다는 말도 하더군요. 하지만 마하티르의 동방 정책 주요 파트너에는 한국과 함께 일본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들의 관용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은퇴 이민지로도 각광받는 말레이시아는 실제 관용과 축복의 땅이라고 불립니다. 이슬람교가 국교이지만 모든 종교와 인종이 별 탈 없이 공존합니다. 이런 관용성 덕분인지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 너도 옳고, 나도 옳다는 식의 태도가 일상적이라고 합니다. 거기다가 말레이시아 반도는 태풍도 비껴가고 지진도 없는 땅이라고 자랑들을 합니다. 하루에 660만배럴의 원유가 나는 세계 30위권의 산유국이라는 사실까지 떠올리면 부럽기 짝이 없습니다.
   
   이 나라는 아직 1인당 국민소득은 우리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최근 몇 년간 경제성장률은 우리를 훌쩍 뛰어넘습니다. 세계은행이 예측한 올해 경제성장률도 4.7%에 이릅니다. 특히 지난 6월 발표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22위를 기록해 한국(28위)을 6단계나 앞섰습니다. 한때 우리를 모범으로 삼던 나라를 이제는 학습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씁쓸해지는 결과입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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