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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2호] 2019.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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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을 하며]조국에 화나다

정장열  편집장 

요즘에는 어딜 가나 ‘조국’을 피하기 힘듭니다. 며칠 전 저녁 식사 자리에서 둘러보니 사방이 ‘조국’ 얘기뿐이더군요. 함께 식사를 하던 한 분이 “그 얘기는 이제 좀 그만하자”는 말이 나오고 나서야 우리 테이블도 ‘조국’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에게 세간의 이목이 온통 집중돼 있는 건 그를 둘러싼 의혹 때문입니다. 사회 정의를 부르짖던 진보진영의 스타 같은 인물이 온갖 지저분한 의혹 속에서 끝없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조 후보자가 평소 정의의 사도나 도덕군자 같은 말을 그렇게 많이 남기지 않았더라면 그의 추락이 이렇게 깊고 빠르지는 않았을 듯합니다. 자기를 멋있게 포장해온 말의 성찬이 그야말로 비수가 되어 날아오는 셈입니다.
   
   당초 기자의 시선으로 조 후보자를 향해 쏟아지는 의혹들의 진위와 경중을 냉정하게 따져보자는 입장이었는데 냉정함이 무너지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조 후보자 딸의 입시 관련 의혹을 접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의 딸이 고등학교를 다닐 때 불과 2주간 인턴을 하고 제목도 이해하기 힘든 소아병리학 영어 논문의 제1저자가 됐다는 뉴스를 처음 봤을 때 생소한 내용 때문인지 잠시 어리둥절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실이 대학입시의 학생부종합전형과 입시부정 의혹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제 딸 얼굴이 떠오르면서 화가 치밀더군요.
   
   대학생인 제 딸은 첫 수능을 망쳐 재수를 하고서야 정시로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첫 수능을 치른 날 울어서 눈이 퉁퉁 부어 집에 들어서는 딸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서 대학입시라는 관문이 젊은이들에게 얼마나 가혹한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딸은 며칠 동안 우울해하더니 각오를 새로 다지고선 재수의 길로 들어섰지만 제 안쓰러움은 오히려 더 커졌습니다. 매일 새벽 집을 나서 밤 12시가 넘어서야 돌아오는 재수생을 지켜보는 것은 큰 고역이었습니다. 힘들어하는 딸에게 고생스럽게 가는 길이 인생에 더 도움이 된다 운운했지만 제 딸이나 저나 그런 말이 위로가 되지 못한다는 건 잘 알고 있었습니다. 결국은 스스로의 피나는 노력과 절치부심 끝에야 원하는 목표를 이뤘으니까요.
   
   조 후보자의 딸이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 본인과 가족들 외에는 잘 알기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높은 입시 관문을 뚫기 위해 애쓰는 또래들보다 훨씬 쉬운 길을 택한 건 분명해 보입니다. 그 과정에 불법과 부정과 부도덕함이 얼마나 스며들었는지는 앞으로 밝혀져야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자식을 대학에 보내본 많은 학부모와 젊은이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조 후보자 본인은 딸이 대학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불법은 없었다고 강변하고 있고 이를 옹호하는 여권 인사들도 꽤 있는 모양이지만 이들이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과 병역 문제는 아직도 민감한 이슈입니다. 가장 공정한 잣대가 적용되어야 할 영역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조 후보자 딸을 둘러싼 팩트가 뭐든 많은 사람들이 조 후보자가 이 공정의 사다리를 걷어차버렸다고 여긴다는 사실이 문제입니다. 특히 젊은이들의 분노와 박탈감은 여권으로서는 간단하게 볼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어찌 보면 여권이 조 후보자로 인해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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