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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피니언
[2577호] 201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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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을 하며]다시 광장으로

정장열  편집장 

마감 날 기사 데스킹을 보는 PC 화면 옆에서 스마트폰이 왕왕 울립니다. 광화문의 시위 장면을 생중계하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서초동 검찰청사 앞 ‘100만’ 촛불시위에 맞서듯 ‘진짜 200만이 모였다’는 자막부터 눈에 들어옵니다. 광화문 한복판에 운집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다시 대통령 하야, 탄핵이라는 문구가 넘실댑니다. 보수진영 인사들은 목소리를 높여 ‘반문재인’ ‘반조국’을 외칩니다. ‘조국’이 두 동강 낸 나라가 다시 달아오른 광장에서 떠다니는 듯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장관 임명을 밀어붙였을 때 많은 지식인들이 ‘정치의 실종’을 우려했습니다. 대통령이 보수진영에서 극렬 반대하는 하자투성이 인물을 장관으로 밀어붙이면 정치가 여의도를 떠나 다시 광장으로 향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은 촛불 정권의 상징이라며 진보진영이 옹호한 조국 장관 임명을 강행했습니다. 여론의 반대가 절반을 넘었지만 여론에 맞서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 결과 화난 사람들이 다시 광장으로 몰려나왔습니다.
   
   서초동에 이어 광화문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입에서는 한탄이 나옵니다. “외신에서나 보던 후진국의 친정부·반정부 시위대가 격하게 맞서는 모습이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한탄입니다. 나라의 시계를 좌우가 극렬 투쟁하던 70여년 전으로 돌렸다는 말도 나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년 전 취임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감히 약속드린다, 2017년 5월 10일은 국민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오늘부터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도 진심으로 우리 국민으로 섬기겠다.” 이 약속이 드리운 공허함과 허탈감이 분노와 한탄으로 메워지고 있습니다.
   
   대통령 탄핵으로 막을 내린 지난번 광장의 시간을 겪으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한국 정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당시 대통령 탄핵을 주장했던 측에서는 대통령 탄핵을 이뤄낸 대한민국 정치의 수준을 자랑하면서 여의도 정치의 성숙을 기대했습니다. 탄핵을 끝내 반대했던 측에서는 다시는 비극이 되풀이될 수 없다면서 우리 정치가 달라질 것을 염원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런 기대와 염원은 완전히 사라져버렸습니다. 한국 정치는 다시 광장으로 돌아가버렸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2년 전보다 더 나쁜 상황입니다. 광장의 정치에 대한 관성과 타성이 커져버렸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지금 이 책’에서 소개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How Democracies Die)’는 민주주의가 선출된 지도자에 의해 ‘합법적으로’ 무너진다고 경고합니다. 선거를 통해 권좌에 앉은 극단주의 선동가는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규칙을 바꾸는 등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한다는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절대 완전한 제도가 아닙니다. 그래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상호관용’과 ‘제도적 자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 책 저자들의 주장입니다. 정치적 경쟁자를 적대자로 여기는 순간 민주주의는 멈춰서며, 권력주체들이 법에 규정된 권한을 최대한 휘두르면 민주주의는 대혼돈에 빠져든다는 것입니다.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 광장의 시계는 멈춰 설 수 있을까요. 그걸 멈춰 세우기에는 이미 달아오른 우리 내부의 적의가 너무 커 보입니다. 광장의 적의는 그 적의를 키운 지도자부터 삼킬지 모릅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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