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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1호] 2020.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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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을 하며]코알라의 죽음

정장열  편집장 

최근 유튜브에서 호주의 산불에 갇힌 코알라 영상을 봤습니다. 엄청난 불길 속에서 동작이 굼뜬 코알라가 어쩔 줄 몰라 하는데, 이미 몸에는 불이 옮겨붙은 상태입니다. 화상을 입은 코알라는 불이 붙은 나무와 나무 사이를 오가다가 이내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나뭇가지에 걸터앉습니다. 호주 채널 9 방송이 찍은 이 동영상 속 코알라가 살아남았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만 불에 타 죽은 코알라가 8000마리가 넘는다는데 이 코알라도 그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이번 산불로 뉴사우스웨일스주에 살고 있던 코알라 중 3분의 2가 불에 타 죽으면서 호주에서만 서식하는 코알라가 삽시간에 기능적 멸종 상태에 빠졌다고 합니다.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영상을 보면서 호주에서 직접 봤던 코알라들이 생각났습니다. 아들이 호주 고등학교에 유학한 덕분에 호주에 꽤 자주 갔었는데, 그때마다 동물원에 가서 코알라를 봤던 기억이 납니다. 코알라는 호주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동물입니다. 유칼립투스 나무에 매달려 살면서 잎을 뜯어먹는 이 동물은 하루 20시간 잠만 잡니다. 나무에 매달려 잠을 자는 코알라들은 그야말로 천하태평의 모습입니다. 호주 동물원에서 익힌 지식으로는 유칼립투스 잎의 독성이 코알라들을 마취시켜 잠만 자게 만든다는데, 이번 화재에서도 유칼립투스 나무들이 코알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한 요소가 됐다고 합니다. 기름기 많은 유칼립투스 나무에 불이 붙으면 폭발하듯 불길이 치솟는다는 겁니다.
   
   작년 9월부터 시작된 호주 산불의 원인을 두고는 여러 분석이 나오지만, 결국은 인간이 화근으로 보입니다. 보통 산불이 잦아드는 호주의 봄(9월)에 초대형 산불이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 기후변화 탓이라는 지적입니다. 실제 호주에서는 1965년 이후 최소 강수량을 기록한 최악의 장기 가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간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은 하나둘이 아닐 겁니다. 최근에 읽은 과학 기사에 따르면 4억년 이상 바다를 지배해온 상어 역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고 합니다. 산업혁명 이후 진행되어온 해양 산성화로 상어의 사냥 능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비늘과 이빨이 부식되고 있다는 건데 이 역시 인간이 만들어낸 재앙입니다. 본래 지구의 바다는 지난 수억 년 동안 평균 pH 8.2의 약알칼리 상태를 유지해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녹아들면서 해양 산성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고 하네요.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후 지난 200년간 8.1까지 떨어진 바다의 평균 pH는 앞으로 2100년까지 0.3~0.4 정도 더 하락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합니다. 이렇게 되면 비늘과 이빨이 빠진 상어들이 결국은 살아남기 힘들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척추동물이 육지에 올라오기도 전에 지구상에 출현해 다섯 차례의 대멸종 위기를 모두 넘겼다는 상어에게 최대의 위기가 다가오는 셈입니다.
   
   동물들을 애꿎은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는 인간들이 새해 벽두부터 으르렁거리면서 지구촌 전운이 다시 짙어지고 있습니다. 아마 전지전능한 누군가가 저 하늘 위에서 내려다본다면 지구에서 가장 골치 아픈 종이 분명 인간이라고 여길 듯합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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