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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9호] 202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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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을 하며]전세의 위기

정장열  편집장 

신혼 초 서울 외곽 동네에 전셋집을 구하고 난 후 잠을 설치던 기억이 납니다. 이사 전날 목돈을 앞에 놓고 온갖 걱정이 머리를 짓눌렀습니다. ‘이 돈을 진짜 집주인에게 건네줘도 되나? 집주인이 믿을 만한 사람이겠지? 계약서를 쓰고 돈을 주고 열쇠를 건네받으면 순서가 맞는 건가? 나중에 전세금을 돌려받을 제도적 장치가 있기는 한 건가?’
   
   누구나 겪었을 이 ‘짜릿한’ 부동산 거래 첫 경험은 우리의 전세 제도에 기인한 바가 큽니다. 난생처음 쥐어보는 목돈을, 난생처음 본 사람에게 선뜻 건네는 이 독특한 제도는 전 세계에서 아마 한국만이 갖고 있을 겁니다. 실제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에게 전세 제도를 설명해주면 다들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어떻게 그런 제도가 유지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를 못 하겠다”고 어리둥절해 하기 일쑤입니다. 중국인 부인을 둔 한 후배는 “마누라가 전세 제도를 이해하는 데 한참 걸렸다”며 “거금을 주면 다 갖고 도망가지 않느냐고 의아하게 생각한다”고 하더군요.
   
   전세 제도는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부산, 인천, 원산 3개 항구가 개항하면서 생겼다고 합니다. 일본인과 농촌 인구가 몰려오면서 집이 부족해지자 사람들이 일정한 돈을 맡기고 남의 집에 들어가 살기 시작한 것이 전세 제도의 시작이었습니다. 전세는 복잡한 먹이사슬을 품은 일종의 사금융제도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 고금리 시절 전세금은 짭짤한 수익을 올리는 수단이었습니다. 집을 내주는 대신 받은 목돈으로 세입자에게 줄 이자와 집 사용 비용을 퉁친 후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식으로 집주인은 재산을 늘려나갔습니다. 요즘 문제 되는 ‘갭’ 투자의 마법도 전세 제도가 만들어낸 겁니다.
   
   전세 제도에서 집주인과 세입자는 갑을 관계로 무 자르듯이 나누기가 어렵습니다. 서울 강남에 전세를 사는 세입자가 강북의 집주인이고, 강북의 세입자가 경기도의 집주인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임대인이 임차인이고, 임차인이 임대인인 얽히고설킨 관계에서 한쪽에 힘을 실어줄 경우 생태계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여당이 군사작전 벌이듯 밀어붙인 이른바 ‘임대차 3법’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번 임대차 3법으로 인해 전세 제도가 결국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임대차 3법의 국회 통과를 앞두고 서울 전셋값은 7개월 만에 최대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경제학자 출신인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은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제도인 전세 제도는 저금리 시대를 맞아 천천히 축소되고 있었는데, 이 법으로 전세 제도가 빠른 속도로 자취를 감추게 됐다. 전세 제도를 갑자기 몰아내는 것”이라고 진단하더군요.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가 대세가 되면 서민들의 주거 비용은 훨씬 더 가파르게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윤희숙 의원은 ‘의도하지 않은 효과(unintended consequence)’도 강조하더군요. 정책이 몰고 올 부정적 영향과 파장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세심하게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세입자를 위하는 정책이 정작 세입자를 벼랑으로 몰아가는 경우가 의도하지 않은 효과에 해당할 겁니다. 벌써 시장에서는 임대차 3법의 허점을 파고드는 편법들도 난무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세 대란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정책을 밀어붙이는 사람들의 속내는 진짜 뭘까요.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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