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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2호] 2021.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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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을 하며]위선자가 밉상인 과학적 이유

정장열  편집장 

나쁜 짓 한 사람과 거짓말쟁이와 위선자. 이 세 부류 중 누가 가장 비호감일까요. 그게 그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람의 뇌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나 봅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재미 심리학자 박진영씨가 동아사이언스에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질리언 조던 교수팀의 실험인데 상황 설정은 이렇습니다.
   
   베키와 친구 아만다가 음악 파일 불법 다운로드에 대해 얘기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베키의 행동이 세 가지입니다. 한 번은 불법 다운로드에 대해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고 비판한 후 몰래 불법 다운로드를 합니다. 또 한 번은 나는 불법 다운로드는 안 한다고 이야기하고 나서 사실은 했다고 고백합니다. 마지막은 사전에 아무 얘기 없이 그냥 불법 다운로드를 합니다.
   
   이 세 가지 유형의 베키를 지켜본 각기 다른 그룹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얼마나 선하고 믿을 만한지, 얼마나 정직한지, 얼마나 호감이 가는지 등을 점수로 매겨보니까 아무 말 없이 불법 다운로드를 한 경우가 가장 점수가 높았다고 합니다. 그다음은 안 한다고 거짓말했다가 사실을 고백한 경우였고, 옳지 않다고 도덕적인 척하다가 불법을 저지른 경우가 가장 점수가 낮았습니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면 답은 자명합니다. 위선자, 거짓말쟁이, 나쁜 짓 한 사람 순으로 사람들이 싫어한다는 겁니다. 참고로 질리언 조던 교수팀의 이 연구 논문 제목 역시 ‘우리는 왜 위선자들을 미워하는가(Why do we hate hypocrites?)’입니다.
   
   사람들은 왜 진짜 위선자에 치를 떨까요. 박진영씨의 설명에 따르면 본능적인 두려움 때문이라는 겁니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판단할 때 자신에게 해로움을 가할 존재인지 여부가 중요한 잣대인데 믿을 만하다고 여겼다가 당하게 되면 그 피해가 배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위선자야말로 가장 큰 해로움을 끼칠 위험한 존재로 느낀다는 얘기죠. 그런 피해와 아픔을 겪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이 위선자인지 아닌지 끊임없는 평판 조회에 나선다는 겁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가 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싫어하는 이 위선이 요즘 4년 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권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사실 이 정권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돼 버린 내로남불이 위선의 시쳇말인 셈인데, 야당의 비아냥대로 ‘1일 1내로남불’ 사태 비슷한 것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재벌개혁의 화신 같았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전세가상한제가 시행되기 직전에 전셋값을 14% 올린 것으로 드러나 전격 경질되더니, 임대차보호법 대표발의자였던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자신 소유 아파트 임대료를 9% 올려 비난을 받고 있네요. 박 의원에게 쏟아지는 비판들을 보면 여론의 화살이 단순히 임대료 인상률에 가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됩니다. ‘세월호 변호사’의 거짓 코스프레에 당했다는 대중의 배신감이 분노 밑바닥에 깔려 있습니다.
   
   이 정권에서 도덕적 포장이 벗겨지면서 위선의 대명사 처럼 돼 버린 인물이 조국 전 법무장관입니다. 최근 노무현 정부에서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가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라며 조국 수호하다가 지금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일갈했는데 이 정권의 속성 자체가 ‘조국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꾸 느는 것 같습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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