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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은 지난 12월 2일, 전체 회의를 통해 ‘올해의 인물’로 ‘알파고’를 선정했다. ‘알파고’는 영국의 구글 딥마인드사(社)가 개발한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이다. 비록 실존 인물은 아니지만, “인공지능의 활약이 바둑을 넘어 기업 경영, 정부 운영, 의학, 주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앞으로 그 영역을 더 많이 확보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 부원들의 공감을 얻었다. ‘알파고’는 지난 3월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프로바둑기사 이세돌과의 바둑 대국에서 4 대 1로 승리했다. 알파고와 이세돌 간의 세기의 대국으로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는 인공지능 열풍에 휩쓸렸다. 특히 2016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송년호 표지를 장식할 인물인 만큼 “올 한 해 한국 사회에 희망을 던져준 인물”이라는 점에서도 주간조선 부원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이 진행된 시점에서 9개월이 지났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간다는 점도 고려됐다.

‘올해의 인물’ 선정에 앞서 주간조선 기자들은 지난 11월 28일부터 12월 2일까지 각각 올해의 인물 후보 세 명씩을 선정했다. ‘알파고’와 함께 ‘올해의 인물’ 후보에 올랐던 인물은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해 현재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인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도 포함되었다. 하지만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는 상황이니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인물들을 내세우자”는 의견이 강해 최종 후보군에서 탈락했다. 이 밖에 지난 10월 최순실 태블릿PC 보도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손석희 JTBC 보도국 사장, 리우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 박상영, 특정인물은 아니지만 검찰, 시민 등도 올해의 인물 후보군에 들었다. 검찰을 ‘올해의 인물’ 후보로 꼽은 한 기자는 “검찰의 먼지떨이식 별건수사 관행, 기소독점주의, 전관예우 등도 다사다난했던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의견을 냈다.

#1 “당초 나는 김무성 비대위원장으로 친박·비박 간 갈등이 수습되기를 원했다.”(정진석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주간조선 2438호)

번역1 : “Initially, I wanted to get rid of the conflict between Kim and Ms.”

번역2 : “At first, I wanted to resolve the dispute between the pro-Lee and pro-Park Geun-hye committee members.”

같은 원문을 인공신경망 번역(NMT)이 적용된 서로 다른 두 번역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번역한 결과다.(12월 21일 기준) 전자는 구글 번역기, 후자는 네이버 ‘파파고’가 번역했다. 지난 11월 업데이트 이후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구글 번역기보다 파파고가 오히려 원문의 의미를 더 잘 살려냈다.

파파고는 인공지능(AI) 기반 기술과 서비스를 연결 짓는 네이버 소속 인공지능 연구센터인 ‘네이버랩스’가 자체 개발한 인공신경망 기반 번역 서비스다. 인공신경망 번역은 인공지능이 스스로 빅데이터를 학습하고 번역하는 최신 번역 기술이다. 현재 파파고는 한·중·일·영어 등 4개 국어 번역을 지원한다.

과거 ‘통계 기반 번역(SMT)’은 문장을 단어와 몇 개의 단어가 모인 구(Phrase) 단위로 쪼개 번역했다. 반면 인공신경망 번역은 문장을 통째로 번역한다. 원어민의 언어 구사 실력을 100으로 봤을 때 30점 수준이던 기존 번역 앱의 실력을 단숨에 60점으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는다. 네이버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하는 서비스의 경우 구글이나 바이두보다 네이버가 오히려 앞서 있다”며 “2018년이면 원어민의 70% 수준까지 번역 앱의 결과물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2 자동차 업계의 요즘 최대 화두는 자율주행차다. 미국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SAE)는 자율주행차를 레벨 1∼5의 총 5단계로 분류한다. 레벨 1은 조향장치와 가속·감속만 운전자가 도움을 받는 정도이지만, 레벨 5는 차가 모든 것을 알아서 하는 완전 자율주행차다.

이 분야에서 선두주자는 완성차 업체가 아니라 플랫폼 기반의 ICT 업체다. 미국 구글과 애플은 현재 특정 구간에서 레벨 5의 완전 자율주행차를 구현했다. 자동차가 운전자의 개입 없이 주차까지 완벽하게 스스로 해낸다. 국내에선 현대자동차가 현재 레벨 4 수준을 한시적으로 구현했다. 도로 및 주변 데이터가 모두 입력된 일정 구간 내에서 모든 안전을 제어한다. 포드, 아우디, BMW 등 세계 유수의 완성차 업체들은 앞으로 5년 내 레벨 5의 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2030년 460조원 시장

영국의 구글 딥마인드사가 개발한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인 ‘알파고’ 쇼크가 한국을 강타하면서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향한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네이버는 자회사 네이버랩스를 2017년 1월 독립회사로 분사하고 3년간 12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현재 국내 인공지능 업계의 전문인력들이 가장 선호하는 회사로 통한다.

삼성전자도 최근 미국의 AI 플랫폼 업체 비브랩스(Viv labs)를 인수했다. 삼성전자는 2017년 초 출시 예정인 차세대 스마트폰 갤럭시S8(가칭)을 비롯한 모든 가전제품에 인공지능 서비스를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SK텔레콤도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 스피커에 최근 교통정보 안내 기능과 백과사전 검색기능을 추가했다. 목적지 정보를 미리 기기에 입력해 두고 “회사까지 얼마나 걸려?”라고 물으면 인공지능 스피커가 T맵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해 소요시간을 알려주는 식이다.

이처럼 국내 업체들이 인공지능시장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인공지능시장의 잠재성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컨설팅 업체 맥킨지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지능정보기술’로 인한 국내 경제 효과는 신규 매출 증대와 비용 절감 등을 합쳐 2030년에 최대 46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능정보기술’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이 접목된 최근의 AI를 가리키는 관(官)에서 쓰는 용어다.

인공지능 기술은 이미 국내 의료 현장에도 적용됐다. 인천 구월동에 있는 가천대학교 길병원은 미국 IBM사의 인공지능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를 실제 의료현장에 활용한 ‘IBM 왓슨 인공지능 암센터’를 최근 개소했다. 의료용 컴퓨터인 왓슨은 수십만 명의 환자 정보와 150만쪽에 달하는 의학 자료를 습득하고 있다. 길병원 관계자는 “내년 중으로 왓슨이 모든 암 종류의 85%를 진단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왓슨은 현재 대장암·위암·자궁경부암·유방암·폐암 등 5개 암을 진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구글의 인공신경망 기반 번역기와 네이버의 인공신경망 기반 번역기(파파고)로 같은 문장을 번역한 결과.
구글의 인공신경망 기반 번역기와 네이버의 인공신경망 기반 번역기(파파고)로 같은 문장을 번역한 결과.

플랫폼 기반 회사가 유리

알파고로 인해 국내 언론이 크게 보도했지만 인공지능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후반부터다. 한동안 진보가 더디게 보였던 인공지능에 엄청난 데이터를 수집하고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인 빅데이터가 더해지면서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졌다. 빅데이터는 2012년 초부터 ICT업계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신기술이다. 빅데이터를 인공지능 기술에 유기적으로 접목시킬 수 있어야 기술 발달이 빠르다.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서 플랫폼 기반 회사가 유리한 까닭은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는 데 막대한 데이터가 필요해서다. 인공지능 관련 세계 최고 수준 기업인 구글은 전 세계 검색엔진을 석권하고 있는 업체다. 검색 기능을 통해 막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알파고에 탑재된 인공신경망 기술도 이 빅데이터가 재료가 됐다. 구글 번역기 역시 최근 인공신경망이 적용돼 놀라울 정도로 정확도가 향상됐다. 삼성전자가 최근 플랫폼 업체인 비브랩스를 인수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빅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플랫폼 기반 업체는 현재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로 불리는 미국의 ICT 업체가 대표적인 플랫폼 기반 ICT 업체다. 지난 8월 기준 글로벌 상위 10개사(시가총액 기준) 중 7개사가 모두 플랫폼 기반의 ICT 업체다.

인공지능 기술개발 분야의 선두주자는 단연 미국이다. 미국은 인공지능 분야의 원천기술을 의미하는 특허 개수에서 압도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KERI)이 지난 12월 1일 발표한 ‘인공지능 기술의 특허 경쟁력과 기술·산업 연관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976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이 확보한 인공지능 기술 특허건수는 9171건이었다. 2위인 일본은 1965건, 3위인 독일은 446건이었다. 한국은 197건으로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관련 기술을 사업화하는 측면에서 미국 업체들이 뛰어나다”고 대체적으로 평가한다. 이 분야에서도 미국이 일본이나 유럽 경쟁국들을 크게 앞선다. 사업화 측면에서는 중국이 한국보다 앞서 있다는 평이다.

대전 유성구에 있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미래사회연구실은 인공지능의 부상에 따른 산업 생태계의 변화를 연구하는 곳이다. 최민석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미래사회연구실장은 “인공지능 관련 상용화 시도는 중국의 기업들이 우리 기업들에 비해 훨씬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기업들이 다양한 산업과 서비스 분야에 막대한 연구개발(R&D)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구글의 경우, 바둑대국용 알파고 같은 특정 분야에 특화된 인공지능 기술뿐 아니라 자율주행차와 로봇 등에도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14년간 280억달러(약 33조원)가 넘는 금액을 투자했다. IBM도 자연어 소통 수퍼컴퓨터 ‘왓슨’에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과 중국 업체들도 적극적이다. 일본의 완성차 업체인 도요타는 인공지능연구소 설립에 10억달러를 투자했고, 일본 정보과학연구소는 2021년 도쿄대 입학을 목표로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 중이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인 바이두(百度)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3억달러를 투자해 딥러닝연구소를 설립했다.

한국이 인공지능 관련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13년부터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2013년부터 1070억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인 ‘엑소브레인(Exobrain)’ 프로젝트를 계속해 오고 있다. 토종 인공지능인 엑소브레인은 지난 11월 EBS 퀴즈 프로그램 ‘장학퀴즈’에서 인간 경쟁자들을 모두 꺾고 1위를 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 인공지능이 갈 길은 아직 멀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에 따르면 한국의 인공지능 기술 수준은 미국의 70% 정도이며, 미국과의 기술 격차는 2.4년 정도다. 언뜻 보기에 작은 격차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의 의견은 다르다. 신지나 KT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술 격차가 2.4년이라는 것은 사실상 따라잡기 힘들 정도의 차이”라고 말했다. 선두주자들이 시장을 사실상 독식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미국의 IBM 왓슨은 미국의 대표 퀴즈 프로그램인 ‘제퍼디’에서 2011년 1위를 했다. 이것만 단순히 계산해도 엑소브레인보다 5년이 빠르다.

갈팡질팡 미래창조과학부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처한 현실은 어떨까. 취재를 종합한 결과, 인공지능 관련 전문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 가장 심각한 문제였다. 일단 컴퓨터과학과 전공자 자체의 숫자가 한정적이다. 이들 중 약 10%만이 인공지능을 전공한다. 인공지능을 전공한 박사급 인재는 국내에서 한 해 20~30명 정도만 배출된다.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은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SK텔레콤, KT, 네이버, 한화생명 등 대기업 7개사가 30억원씩을 투자하고 정부가 300억원의 지원금을 투입해 설립한 주식회사 형태의 기업형 연구소다. 미래부가 지난 3월 알파고 대책의 일환으로 설립했다. 현재 경기도 판교의 한 빌딩에 있다. 이 연구소의 책임자인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 원장은 “서울대 컴퓨터과학과 졸업생이 2016년 기준 한 해에 60명 정도인 데 비해 미국의 스탠퍼드대학교는 매년 650명의 컴퓨터과학과 졸업생을 배출한다”며 “특히 세계 유수의 대학교 컴퓨터과학과 졸업생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 반면 우리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인공지능을 연구한 박사급 인재를 앞다퉈 영입하는 이유다.

정부의 관련 규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인공지능 관련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빅데이터를 자유롭게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개인정보보호라는 벽에 막혀 제대로 된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빅데이터 사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빗발치자 미래부는 최근 공공데이터를 개방해 인공지능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갈 길이 멀지만 정부의 정책은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미래부는 알파고 대국 일주일 만인 지난 3월 17일 ‘지능정보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관련 분야에 2020년까지 5년간 1조원을 투자하고 2조5000억원의 민간 투자를 유도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신지나 수석연구원은 “우리 정부가 내놓는 인공지능 관련 정책 로드맵은 선진국 로드맵에 비해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국내 석학들은 한국의 기업들이 인공지능 관련 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을 주문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지난 3월 11일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의 후발국에서 혼신을 다해 개발해도 시원찮을 판에 ‘알파고 포비아’에 빠져 있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알파고 포비아는 인간보다 뛰어난 인공지능이 출현할 가능성에 대한 공포를 말한다. 한국은 이런 공포를 가질 단계가 아니라는 뜻이다. 뇌과학 전문가인 김대식 KAIST 교수는 최근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한국의 현실과 관련 뼈아픈 사실을 지적했다.

“최근 기계학습 최고 학회인 NIPS (Neural Information Processing System)에 참석한 기업들은 대부분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었다. 결국 글로벌 차원에선 한국이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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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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